특색 있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국제 해양 도시로 가는 깃발을 올린다, 보령
특색 있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국제 해양 도시로 가는 깃발을 올린다, 보령
  • 박정필 기자
  • 승인 2007.07.31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전소 가는 길] 동서발전(주) 보령화력본부

새벽 5시 반.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보령으로 떠나기 위해서다. 일정을 1박 2일로 여유 있게 잡았다지만 마음먹은 곳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떠나야만 했기에 서둘러 채비를 하고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를 배경 삼아 차에 올랐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서부간선도로를 탔다. 금천 IC에서 길게 이어진 서해안을 따라 차로 2시간가량 달리다보니 대천 IC가 눈에 들어온다. 대천 IC에서 보령시내로 들어서 우선 시내에서 멀지 않으며 보령의 명소로 이름 높다는 석탄박물관을 찾았다.

▲ 석탄박물관

1분 만에 지하 400m까지 급강하, 석탄박물관 모의갱도

석탄산업의 산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는 보령 석탄박물관은 내부전시관 및 외부전시관으로 나뉘어 각종 탄광시설 및 광물표본류 외 약 2.500여점의 표본이 전시돼 있다. 내부 전시관은 안내의 장, 탐구의 장, 발견의 장, 참여의 장, 확인의 장, 체험의 장 등 모두 6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 특히 체험의 장은 관람객의 재미를 배려한 시설로 이름 높다. 이곳에 설치된 지하 엘리베이터가 불과 1분 만에 지하 400m까지 급히 하강하기 때문. 하지만 실은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것뿐이라는데, 누구나 착각을 할 정도의 정교한 시설 조작에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바로 모의갱도가 보인다.

갱도 내에는 광부들의 작업광경모형이 실물과 똑같이 제작돼 있으며 특수음향효과로 인해 천공작업, 전기발파, 폐석처리, 채탄작업, 운반 작업 순으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이 실제인 양 진행되고 있었다.

내부전시관을 다 돌아보고 나온 야외전시장에는 생산된 석탄을 옥마역까지 운반했던 갱도 입구, 압축기, 광차 등 탄광에서 이용했던 대형장비가 전시돼 있으며, 채탄 광에서 희생된 탄광근로자들의 명복을 기리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 냉풍욕장

울창한 숲과 깊은 골짜기가 심신을 맑게 하는 성주산

석탄박물관을 나와 성주산으로 가는 길에 냉풍욕장에 들렸다. 이름도 낮선 이곳 냉풍욕장은 말 그대로 폐광의 자연풍을 이용해 지하 수천m에서 불어오는 냉풍을 맞을 수 있는 곳으로 7월과 8월에만 개장하며, 항시 12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해 뜨거운 여름 오후 2시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 심연동 계곡물
냉풍욕장의 살 떨리는 찬바람의 냉기도 잠시,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성주산에 올랐다. 성주산은 오서산과 함께 보령을 상징하는 명산으로, 예로부터 성인, 선인이 많이 살았다하여 성주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성주산 등산로는 소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 굴참나무 등이 한낮에도 컴컴할 정도의 숲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이 나무들은 사람이 마시거나 접촉하면 심신이 맑아진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향기를 발산한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우울한 날씨로 찌푸려들던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성주사지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흐르는데 이곳이 바로 심연동 계곡이다. 예부터 깊은 골짜기가 있는 마을이라 하여 심연동이라 이름 지어진 것처럼 골과 골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깊고 수려하기 이를 데 없다.

또한 성주산 안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은 물 놀이터와 삼림욕장, 잔디광장, 체력단련장 등이 갖춰져 있으며 이용객들의 편의를 배려한 취사시설, 야영장 및 숙박용 방갈로 등이 들어서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 MT장소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 무창포 바닷길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해수욕장

1886년 병인박해 당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했다는 갈매못 성지. 당시의 아픔을 뒤로한 채 고즈넉한 서당건물·조각품들과 함께 고기잡이배만 한적하게 떠있는 그곳을 둘러보고 1928년 서해안 최초로 개장한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무창포 해수욕장은 매월 음력 그믐과 보름사리 때 2~3차례씩 약 1.5km의 바닷길이 열린다. 흔히들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바닷길은 그 신비로운 광경과 함께 열린 바닷길을 따라 게, 조개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해 많은 관광객들 찾는다.

또한 무창포 주변에는 송림이 울창해 해수욕과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연 바람결에 실려 오는 상큼한 솔 냄새와 멀리 보이는 석대도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 머드축제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보령 머드축제

무창포를 지나 보령 머드축제로 유명한 대천 해수욕장을 찾았다. 세계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보령 머드는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다량 방출되고 게르마늄, 벤토나이트, 미네랄 등이 풍부한 한편 노화방지, 청정 작용, 노폐물 제거 등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화장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보령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혹 축제가 열리지 않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듯 마침 대천을 찾았던 날도 머드축제가 한창이었다. 가느다란 빗줄기와 거센 바람이 연신 몸을 스치는 가운데서도 내국인과 외국인이 하나로 어울려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보령 머드축제가 국적을 초월한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젊음이 뿜어내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답답한 양복을 벗어던지고 그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지만 배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 외연도로 떠나야 하기에 다시금 차에 올랐다. 겨우 마지막 배를 탄 우리는 외연도의 한 민박집에서 여장을 풀고, 대천항에서 사온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로 여정의 피곤함과 설렘을 달래며 다음날을 기약했다.

▲ 머드 화장품

‘아, 무릉도원이 이곳이구나!’ 푸른 하늘과 바다가 가진 쪽빛의 신비, 외연도

▲ 외연도 명금해변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외연도는 보령시에 속해 있는 70여개의 섬들 중 육지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서해의 고도로, 대천 항에서 약 53km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쾌속선으로도 꼬박 한 시간 반을 헤쳐 나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전날의 물기를 머금은 안개가 가신 외연도의 아침은 끝없이 푸르고 맑았다. 확실히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상쾌해진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외연도 항구 뒤쪽 명금으로 갔다.

멀리 펼쳐진 수평선과 기암괴석, 형형색색의 둥근 바위들이 가득 깔린 해변이 장관인 명금해변은 바닷가 수위가 일정하고 깊지 않아 가족단위로 놀기에 딱 적당해 보인다. 그 신비한 쪽빛에 이끌리듯 맑은 물에 발을 담그니 ‘아 무릉도원이 이곳이구나!’ 싶은 게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명금을 벗어나 천연기념물 136호라는 외연도 상록수림으로 갔다. 매우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식물이 혼생하고 있어 그 정취가 더욱 다채로운 이곳은 그 면적은 넓지 않지만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사이에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양 신비로운 기분을 만끽하다보니, 몇몇의 관광객들이 앞쪽에서 시끌벅적하다.

▲ 사랑나무
흔히들 ‘연리지’라고 부르는, 뿌리는 각각이지만 자라면서 그 가지가 서로 연결돼 사랑나무라 이름 지어진 두 그루의 동백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며, 그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며 난리다. 예부터 사랑하는 남녀가 이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 다른 뿌리에서 자란 두 나무의 가지가 이음새 없이 꼭 붙어 있는 모습이 왠지 두 나무가 너무 사랑해서인 듯도 하다.

외연도에서의 꿈같은 정취를 뒤로하고 보령에서의 1박 2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다시 대천항을 향하는 쾌속정에 올랐다. 끼룩거리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맘껏 요동치는 머리카락을 돌볼 겨를도 없이 바닷바람에 한껏 몸을 맡긴다. 시큼한 바다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다 올 여름에 꼭 한번 다시 찾겠다는 치기어린 다짐을 뒤로하고 멀어지는 외연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