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풍력은 선택 아닌 필수 생존전략”
“ 해상풍력은 선택 아닌 필수 생존전략”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2.07.1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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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고 영 렬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블루오션 확신…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뿐
경쟁력 갖춘 기업들로 시장구조 재편될 것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던 조선을 비롯한 중공업 분야 국내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뛰어든 사업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분야로 풍력사업을 꼽는다.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투자 축소는 물론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국내 풍력시장의 더딘 확대 속도에 전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일각에선 지금의 국면이 국내 풍력산업을 이끌 진정한 기업을 가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영렬 대우조선해양 부사장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5월 24일 대우조선해양 본사 임원실에서 만난 고영렬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글로벌 풍력기업의 구조조정이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로 시장이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잘되는 사업은 신사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풍력사업 전략은 올바른 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풍력시장 경쟁구도에서 우리가 절대 뒤처져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전 세계를 덮친 불황의 파도도 언젠가는 평온을 찾아 호황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실적을 고민하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풍력사업의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고영렬 부사장을 만나 대우조선해양의 풍력사업 미래를 들어봤다.

▲ 고영렬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해외서 총 120MW 규모 풍력단지 개발 중
지난해 연말 전략기획실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올해 향후 풍력사업 성장을 위한 초석을 굳건히 다지는 데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2009년 미국 드윈드 인수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제품개발, 인력확보, 조직화 작업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신사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기 위한 작업들을 올해 내에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각 영업, 관리, 설계, 생산, 품질 등 전 영역의 임직원들에게 향후 회사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프런티어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주지해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9년 드윈드사 인수부터 캐나다 풍력설비 공장 준공에 이르기까지 발 빠르게 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외 수주 실적은
드윈드 인수 후 현재 까 지 총 170MW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난 5월 착공식을 가진 미국
오클라호마의 노부스(Novus)II 단지는 남동발전과 국내 풍력발전기 타워 제조업체인 스페코와 공동 출자로 성사시킨 프로젝트입니다.

40MW 규모의 노부스II 프로젝트는 국내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공한 첫 해외 풍력발전단지 건설사업인 동시에 대기업과 부품업체인 중소기업이 상생을 실현한 프로젝트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 프로젝트와 연계된 노부스I 프로젝트도 연내 상업가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 또한 남동발전과 공동투자 구도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노부스I·II를 합치면 총 120MW 규모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 중 최대 규모가 됩니다.

▲ 80MW 규모의 노부스I 풍력발전 단지에 드윈드의 풍력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강점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기불황으로 풍력사업 관련 프로젝트들도 주춤한 상황입니다. 풍력사업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풍력단지 건설 특성상 국제 금융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각 나라의 긴축재정 움직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분야 정책보조 혜택의 축소 또는 확대를 유보하는 경향도 전체적인 사업 환경에 위협을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큰 흐름에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봅니다. 친환경에너지라는 글로벌 요구사항 외에도 기존 화석연료 공급 구조로부터 일정 수준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각 국의 에너지 안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특히 해상풍력은 반드시 올 수 밖에 없는 시장이며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육상풍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상풍력 시장에 대비해 현재 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7MW급 설계를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서남해 2.5GW 해상풍력 프로젝트 뿐 아니라 유럽의 북해, 발틱해 시장을 고려한 기술 개발과 전략 등도 함께 검토 중입니다.

최근 베스타스, 가메사, 리파워 등 기존 선도 업체들에 관한 여러 뉴스들을 접할 때, 이 시기가 지나면 중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풍력산업이 재편될 것으로 봅니다. 그 동안 기술개발, 원가절감, 인력양성, O&M 역량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기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존 조선해양 사업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거점과 인맥을 활용한 네트워크 마케팅 전략을 적극 모색한다면 지금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풍력사업 추진 현황을 보면 국내 보다 해외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실 육상풍력의 경우 국내시장은 그 규모가 작습니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풍황을 보유한 지역이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국립공원 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이 많아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업 관점에서 보자면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풍력시스템 업체들은 제품을 해외 시장에서 검증을 받아야 향후 글로벌 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영업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맞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정부 의지 필요
해상풍력의 경우 하부기초구조물도 상당히 중요한데 이 분야 대응책은
해상풍력시스템 하부구조물은 기존의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또한 수 십 년간 해양사업을 통해 체득한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능력 등이 하부구조물 사업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발전기하중, 해저 토양 등을 감안한 별도의 설계 능력 확보가 필요하지만, 이 보다 훨씬 복잡하고 큰 사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원가 경쟁력과 사업 본격화를 위한 투자 등 많은 부분들이 사전 검토돼야 하겠지만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단지 개발 계획을 감안하면 시스템 사업과 더불어 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 사업 부문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내 풍력산업이 안정적인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풍황, 입지 등 사업수행을 위한 자연적인 조건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자만 행정 및 제도적 부문은 정부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일례로 육상풍력단지 개발에만 40여 개가 넘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할 만큼 복잡합니다.

단지 건설을 위한 여러 절차들을 간소화하고 사업주체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각종 융자 및 세제 혜택들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남해 2.5GW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더 이상 지연되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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