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소리로 사랑의 마음을 전하다, ‘소리사랑회’
따뜻한 소리로 사랑의 마음을 전하다, ‘소리사랑회’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7.3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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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동호회] 동서발전 동해화력 ‘소리사랑회’

음악을 전공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관현악단을 구성해 활동한다는 것은 문화적 인식과 활동 여건이 성숙치 않은 우리 사회의 문화 환경 속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아름다운 소리를 통한 봉사의 마음으로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동서발전 동해화력 ‘소리사랑회’ 회원들이다.

‘소리사랑회’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동서발전 동해화력으로 향한다. 마지막 찾아간 때가 3년쯤 전이라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낯설고 헷갈린다. 가는 길에 두어 번 길을 묻고 서야 동해화력에 도착했다.

소리사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준호 과장과 총무를 맡고 있는 김경규 대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소리사랑회는 지난 2003년 1월 창단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사내에서는 물론 지역에서도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터라 취재가 그리 낯설지 않아 보인다.

2003년 1월 창단, 열정으로 준비한 첫 공연 기억 오래 남아

소리사랑회는 지난 2002년 당시 문하삼 부처장의 제의로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전해들은 바로는 2002년 12월 동해시 윈드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은 문 부처장이 윈드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을 배우고 있던 전광인 당시 총무(현재 전출)에게 사내 연주동호회 조직을 제의, 동해화력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을 실시한 결과 뜻밖의 호응을 얻어 ‘소리사랑회’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현재 소리사랑회는 하준호 회장을 비롯해 34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김경규 대리가 총무를 맡고 있으며 전문택 씨가 지휘를, 이나경 씨가 악장을, 박성범 씨가 악보장을 맡고 있다.

소리사랑회는 10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소리사랑회는 알토 섹소폰 6명(하준호, 성기철, 김종인, 이왕표, 김영준, 김동현), 테너 섹소폰 3명(이정호, 이상훈, 오보근), 소프라노 섹스폰 2명(전문택, 김성수), 클라리넷 3명(안중희, 박성범, 배정자), 플롯 3명(이나경, 김명근, 최영희), 트럼펫 3명(김경규, 김용희, 허강욱), 트럼본 2명(고영웅, 박시준), 첼로 1명(최일수), 드럼 2명(한창우, 정의대), 보컬 6명(홍인국, 김태열, 박윤옥, 한정남, 전순희, 김은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섹소폰이 남다른 매력이 있는지 가장 많은 회원들이 섹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소리사랑회는 2003년 1월 15일 창단한 이후 7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쳐 그 해 8월 20일 ‘제1회 한 여름밤의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역사적인(?) 첫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그 해 에만 사업소 추계체육행사 공연, 불우이웃돕기 작은 음악회 등 세 번의 공연을 가졌다.

거의 대부분의 회원이 악기를 처음 만져보는 순수 아마추어인 탓에 열정 하나만으로 준비한 첫 공연은 실수투성이의 공연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첫 공연은 회원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

현재 소리사랑회를 이끌고 있는 하준호 회장 역시 첫 공연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실수가 많았다, 흔히 ‘삑소리’라고 하는 잘못된 소리도 많이 나고(웃음). 하지만 힘든 것은 없었다. 보는 분들이 모두 처음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실수도 애교로 봐줬다. 회원들 역시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고.”

하 회장은 오히려 경력이 쌓이고 실력이 높아진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이제는 실수를 애교로 봐 줄 수 없는 정도의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

소리사랑회는 창단 이후 정기연주회와 한 여름밤의 콘서트, 송년음악회 등 매년 3회 정도의 공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 8월 말에는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한 여름밤의 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곡 선정에 분주한 모습이다. 곡 선정이 끝나면 한 달간의 본격적인 공연연습에 들어간다고.

가족, 직장을 넘어 소리를 통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랑 펼쳐

소리사랑회는 음악과 소리에 대한 욕구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사내 주요행사의 음악을 담당하고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연주회를 통해 즐거운 직장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화합의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 개인적으로도 소리사랑회 활동을 통해 회원간의, 가족간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연주라는 같은 관심사를 통해 회원들간의 친밀감과 신뢰감이 자연스레 형성되고, 이를 통해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또 가족간의 융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연주를 하는 아빠를 보며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 회장은 소리사랑회 활동이 이제는 자신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소리사랑회는 가족과 직장을 넘어 소리를 통한 봉사활동을 전개해 지역과 함께 하는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봉사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소리사랑회는 좋은 음악, 따뜻한 소리를 통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우이웃돕기 작은 음악회, 소년소녀가장 위문 공연 등을 통해 물질적인 도움과 함께 정서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소리를 전하는데 애쓰고 있는 것이다.

하 회장은 “외부 봉사단체와 교회 등에서 연주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남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어 봉사라는 생각에 앞서 오히려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소리사랑회는 이제 지역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는 유명한 존재가 됐다. 그런 탓에 찾는 곳이 많다. 취재 당일에도 회원 일부가 근방 해수욕장의 요청을 받아 공연을 하러 가 있었다.

회원들 스스로의 희생과 배려가 하나의 완성된 소리 만들어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라도 바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충실하기란 쉽지 않고 그러다보면 동호회 활동이 지지부진 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소리사랑회처럼 한명 한명의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관현악단의 경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소리사랑회 회원들의 ‘희생정신’이 매우 강하다고 이나경 악장은 말한다.

“단원들의 성격이 다 밝고 좋다, 그리고 희생정신이 강하다(웃음). 공연이 있을 때면 한 달여를 연습해야 하는데 단원 모두가 저녁 자기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나경 악장은 공연준비를 할 때면 스트레스도 받지만, 열심히 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면 좋고 연주회에 서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리사랑회 활동은 엔지니어인 탓에 자칫 메마르고 건조해지기 쉬운 회원들의 정서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회원들 모두 성격이 참 좋다고 김경규 총무는 말한다. “악기를 연주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정화돼 편안해 진다.” 좋은 소리가 늘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리사랑회 회원들은 연주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마음과 함께 서로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배우고 있다. 회원들 전부가 각자의 소리를 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회원 모두 한자리에서 같은 곡을 연주하고 같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파트의 악기 소리를 들을 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사랑회 회원들은 악기를 불면서 단순히 테크닉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파트너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체라는 큰 틀 안에서 자신을 보고, 그 틀을 구성을 위해 자신을 맞추는 겸양의 자세를 가지게 되는 이치와 같다.

소리사랑회가 창단된 지 만 4년이 넘었다. 그간 적지 않은 공연으로 상당한 실력을 쌓았지만 회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여전히 아마추어이고 좋은 소리에 대한 욕심을 갖고 배우고 있는 중”이란 것이 회원들이 한결같은 마음이다.

취재를 위해 즉석에서 사가를 연주하던 소리사랑회 회원들의 모습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진지함과 열정,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소리를 사랑하는 그들만의 강한 자부심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소리로 삶의 열정을 태우고, 소리로 가족과 직장의 화합을 이루며, 소리로 사랑을 전파하는 ‘소리사랑회’ 회원들의 따뜻한 소리와 마음이 계속 퍼져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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