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외 2편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외 2편
  • EPJ
  • 승인 2012.05.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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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크리스 레만 저 | 김현정 역 | 21세기북스 | 1만3,800원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한때 세간에 회자됐던 유행어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술 푸게’ 만들었을까? 부조리, 불합리, 불평등. 그렇다면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은 아마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세상이 아닐까?

저자는 21세기에도 계급은 여전히 존재하며 부자들이 조종하는 세상에 갇혀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정치·경제 안에서 속칭 ‘있는 자’들이 벌이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메스를 들이댄다. 저자는 계급은 화석화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며 여전히 우리 옆에서 살아 숨 쉬며 우리를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빈부의 격차는 유사 이래 언제나 존재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란 희망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희망마저 사라진 채 끝없는 암흑의 터널을 헤매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레만은 이러한 계층 간 분리현상이 심각해지는 이유로 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조종하며, 신분 상승 자체를 시도할 수 없도록 우리를 세뇌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는 물론 교육제도, 언론, 종교,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의식에 깊숙이 뿌리박혀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사회의 시스템을 낱낱이 해부하며 불편한 진실에 눈뜰 것을 주문한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김제동 저 | 위즈덤경향 | 1만3,000원

김제동이 최근 출간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을 통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쏟아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웃음 뒤에 숨은 온갖 고민과 인간적인 모습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담겼다.

“솔직히 말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서민, 약자 팔아서 강자로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아니냐, 이중적인 것은 아닐까 하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금 당장 서민의 위치로 가서 살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갚아나가는 길이라고요.”

“인간의 삶 자체가 정치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정치적인 거다”라는 김제동의 발언은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항변이며,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참여 의식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정치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모든 대중이 참여하고 간섭해야 하는 영역이며, 그렇게 해야 이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금은 제어하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져가는 때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저 | 안기순 역 | 와이즈베리 | 1만6,000원

미국 정치역사 최고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아브라함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돈을 받고 군대를 면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그리고 철강왕 카네기가 징집령을 피하기 위해 돈을 내고 군대를 면제 받았다면?

언뜻 보면 너무나 불합리하고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하겠지만 링컨의 정책으로 병사 한 명을 포기하는 대신 그 이상의 무기를 구입해 군대를 무장할 수 있다면 옳은 일이 아닐까?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는 이 같은 공공선과 사회이익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진하게 묻어있다.

면죄부를 판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닐까? 대학 입학자격을 팔아 대학공부를 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 돼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 돈을 장학금으로 주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

사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예들은 돈과 시장이 개입한다. 우리가 가치를 지켜가고자 하는 좋은 것들과 선한 것들이 돈 때문에 변질되는 현상을 경험한 한국적인 상황에서도 이 책의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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