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학 인력양성, 전력산업 살리는 백년대계
전기공학 인력양성, 전력산업 살리는 백년대계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7.30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버스토리] 전기공학도가 사라지고 있다

전기공학도가 사라지고 있다. 2007년 현재 국내 대학 전기공학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국가 4대 기간산업의 하나로 전 산업의 기본 인프라인 전력(전기)산업을 이끌어나갈 대학의 전기공학 인력양성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이다.

무엇이 전기공학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은 무엇인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현대생활에서 전기는 물, 공기와 같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따라서 전기를 생산, 수송하고, 응용하는 전력(전기)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전력산업은 향후 발전소, 송변전 및 배전설비, 풍력, 태양광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기, 전동기, 변압기, 수배전반등의 전기기기, 국내외 전기공사 및 엔지니어링, 전기화재 및 감전과 전기설비의 안전관리, 전기철도 및 지하철, 남북통일 대비 등 모든 면에서 사업규모가 경제성장률에 맞추어 지속적인 큰 폭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전기)산업 설비의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전력(전기)기술자 역시 지속적인 수요의 증가가 예상돼 인력양성의 필요가 절실한 실정이다.

 

전력 전문인력 설비 자동화 불구, 지속적인 수요 증가 예상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우선 발전설비 수급계획의 경우 발전설비, 발전량의 연도별 추이, 장기 전력수요 예측결과는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며 현재에도 6개 발전사가 건설 중인 발전소는 6,426 MW가 된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은 2.2∼4.8%정도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03년 6,540 kWh에서 2008년에는 7,524 kWh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일본의 1999년도 수준으로, 현재의 일본과는 9년 정도, 미국과는 37년의 격차를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분야의 경우 풍력, 연료전지, 조력, 지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2011년에 총 에너지원의 5.0%까지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송변전, 배전 설비의 경우 765kV,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회선긍장이 2015년까지 2002년 대비 1.27배, 변전설비용량은 1.85배로 증대될 전망이다.

▲전력회사의 종업원수 증가 추이를 보면 생산성 제고에는 기술수준이 높은 우수인력의 양성과 공급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설비의 자동화와 설비를 운용하는 직원의 기술수준 향상에 힘입어 전력회사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986년도 1.9%에서 2000년도 10.9%까지 상승해 종업원을 감소할 요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설비용량은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오히려 전력회사의 종업원수는 1961년도 10,095명에서 2002년 현재 30,211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발전기, 전동기, 변압기, 수배전반등의 전기기기의 국내시장은 2001년도 기준 약 16조원으로 수출은 23억 달러, 수입은 30억 달러, 무역적자 7억 달러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매출액 50억 원 내외의 3,000여개의 중소기업군으로 이뤄져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적 연구개발 추진체계가 미약하고 신기술 및 신제품개발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 의한 노하우가 불충분해 독자적 모델의 신기술 개발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system integration 기술부족으로 불량률도 높고, 선진국에 비해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품질 및 성능이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를 외국의 고급두뇌 수입으로 대체해 해결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기계,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화학, 섬유, 철강산업, 컴퓨터산업, 정보통신등 다양한 각종 산업분야에서도 경제성장률에 따른 성장에 맞춰 전기기술자의 진출이 더욱 증가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공사협회가 밝힌 ‘2003년 전기공사업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전기공사업계는 2002년도에 2001년 9조9,700억 원에 비해 8,100억 원이 증가한 10조7,826억 원의 공사실적을 기록해 전년대비 8.14% 증가했다. 해외 전기공사도 최근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에서 베트남, 필리핀, 중국 , UAE,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의 발전소, 송변전설비 등의 해외전력설비의 공사수주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기화재, 감전, 안전관리 등에서도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전기화재는 9,513건이 발생, 총 화재 중 28.9%를 차지해 미국 18.9%(1998년), 일본 11.8%(2000년), 대만 15.5%(200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로 전문인력에 의한 철저한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알 수가 있다.

또 감전피해도 2001년의 경우 인명피해가 923명(사망 132명, 부상 791명)인데 인구 100만 명당 감전 사망자수는 미국 2.03명(1998년), 일본 0.27명(1999년), 대만 1.62명(1997)에 비해 우리나라는 2.79명(2001년)으로 일본의 10.3배, 미국의 1.4배에 달한다.

반면 1998년부터 전기시설물 안전관리, 전기공사 설계, 시공, 감리를 하는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기능사, 기술사 등 전기사업법에 의한 국가자격증의 종목별 응시현황은 전 종목에 걸쳐 급감하고 있다.

이는 최근 대학교, 전문대, 공업고등학교에 걸쳐 광역화모집에 따른 전공기피현상으로 전기전공 인력 배출이 현저하게 감소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따라 향후 전기설비의 대형화, 자동화에 따른 기술수준이 높은 안전관리, 전기공사의 설계 및 시공, 감리인원이 대폭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부선 및 호남선의 2복선전철화를 200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고, 수도권,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대도시의 광역전철망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10년에는 전철화율이 70%이상으로 확충돼 선진국수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도 2010년까지 지하철 수송분담율을 5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부산시도 2007년까지 40%의 수송분담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건설, 시공하고 시설을 운용하는 인력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2002년 국내 총 R&D 투자규모는 17조3,251억 원(약 144억 달러)으로 2001년 대비 7.5% 증가한 액수이지만 절대 규모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또한 정부부담비율도 전년도(26%)와 동일한 수준으로 프랑스(40.3%), 영국(35.9%), 미국(33.8%)등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의 국가혁신 역량은 21위(세계경제포럼, 2002∼2003)이며, IMD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경쟁력은 19위이다.

▲남한과 북한의 발전설비는 규모면에서 6.6배 수준으로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통일에 대비한 발전설비의 건설, 전력망 확충 등의 관점에서 양질의 기술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해야 할 것이다.

 

▲ 기초전력연구원 전경사진

 

대학의 전기공학 관련분야,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

현재 전력(전기)산업분야에 고용돼 현업에 종사하는 전력(전기)기술자는 총 4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35년을 현업에 종사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11,82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전력(전기) 전문인력은 경제성장률에 대응해 전력설비는 계속 증가돼야 하므로 필요인력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국내 전력산업을 이끌어갈 리더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대학 전기공학 전공자의 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학의 전기공학은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충남대 장석명 교수가 조사한 2004년 현재 전기공학 인력양성 실태를 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2004년에는 1997년 광역화모집 이전의 연간 입학정원 3,964명 대비 50%이상이 감소한 2,038명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4년제 대학의 경우 부족인원이 1,802명으로 부족율은 약 47%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발전설비, 송변전 및 배전설비,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화학, 철강산업 등의 산업설비, 엔지니어링 및 전기공사, 전기설비의 안전운용, 전기철도 및 지하철, 남북통일 대비 등에 따라 앞으로 전력분야 필요인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충족할 인력의 부족으로 향후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전기공학 분야가 기피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산업도 유행을 따라 변화하면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분야를 학생들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기초전력연구원의 정현교 원장은 “전기공학분야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전력산업과 관련한 중요한 학문이지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학생들의 관심이 멀어져 위기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취업의 용이성과 연계한 전공 선택 역시 전기공학 분야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 원장은 “한동안 IMF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취업도 생각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전력분야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한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그룹의 채용이 없었다”며 “때문에 학생들이 전기공학 분야를 외면하는 현상을 빚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전기공학 기피 현상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학부제의 시행으로 보여진다. 독립된 과로 존재하던 전기공학이 제어계측공학, 컴퓨터공학 등과 함께 하나의 학부로 통합되고 전공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좀더 새롭고, 인기 있고, 현실적인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게 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 원장은 “학부제가 되면서 전기공학이 다른 제어계측이나 컴퓨터랑 같이 통합돼 한 학부가 됐고, 전력 관련 과목이 아주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이 되고 있다”며 “그나마도 학생들이 수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최근 전기공학 전공의 독립화 움직임”을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 원장은 “지금은 전력분야에서 인력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전기공학과가 독립돼 다시 별도로 취급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몇몇 대학에서 전기공학 전공을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공학 활성화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뒤따라야

전기공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산업 분야의 인력 채용 확대와 대학 자체의 전기공학 전공 독립화 움직임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만 한다.

현재 전기요금의 4.59%로 매년 조성되는 ‘전력산업 기반조성사업비‘의 1%미만이 전기분야 각 교육기관의 영세한 실험실습 장비 등의 교체·구입, 우수인력의 유인 등을 위해 인력양성 사업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4대 필수기반산업인 ‘전기’분야의 전문 인력양성을 충실히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분야 인력양성 지원사업은 명실상부한 ‘전력산업기반조성’에 부응하는 우수인력양성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획기적인 교육환경개선을 통한 새로운 정책방향의 수립과 더불어 장기적 안목에서 자금의 규모, 지원프로그램의 종류와 지원방법 등이 합리적으로 기획되고 올바르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전기분야 대학교수들의 의견이다.

전기분야 대학교수들은 “산업연구원과 중소기업특별위원회·중소기업청등의 인력수요 관계기관에서 조사·분석 한 바에 의하면 전기분야는 인력 수요가 가장 큰 분야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당국에 의해 무리하게 시행되고 있는 학부제 등으로 인해 전기분야의 인력양성이 고사(枯死)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학회에서 2002년 4월 전국의 52개 대학의 전기공학과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부제 시행 전에 대학의 매년 ‘전기공학과’ 입학정원이 3,994명이던 것이 2001년 현재 1,890명(47.32 %)으로 52.6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에는 학부제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소위 ‘화학결합’으로 표현되는 전공구분 없는 무제한 자유선택허용 학부제와 학생의 주체적 선택 없이 맹목적 특정분야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전기분야 인력 공급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력양성을 위한 산자부의 지원이 정보통신이나 전파분야 등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2002년 전기분야 지원금이 정보통신 분야의 1/15 정도밖에 안 되는 35억 원이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산업의 기본은 물, 전기, 통신, 교통을 다루는 이른바 국가의 4대 필수기반산업이다. 이들 4대 필수기반산업 중에서 ‘통신’은 정보통신부가, ‘교통’, ‘물’은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전담부처가 돼 정책수립과 행정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반인력양성도 적극적으로 기획,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분야는 산업자원부 내 과(課)단위에서 정책이 수립되는 현실이다. 행정단위의 구조적 제약 때문에 ‘필수기반산업’에 걸맞은 ‘전문 인력양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전력(전기)산업 분야는 모든 산업의 인프라이다. 전력산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결국 모든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경제의 가장 충실한 버팀목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력산업 분야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를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인재양성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라졌던 전기공학도’들이 밀물처럼 다시 몰려오길 기대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