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명예훼손
인터넷과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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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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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식 변호사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는 개인의 의사가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 자유롭게 게재되고 다른 사람이 이에 대하여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인신공격만을 목적으로 비난의 글을 게시하는 이른바 ‘악플러’가 있다.

최근에 모 야구단은 악플러의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 때문에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고 하며, 수개월 전에는 유명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은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는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대법원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원 글을 게재한 사람의 신상을 알면서 “추잡스러워..,, 꼬맹이.., 한심스런...” 등의 표현을 사용해 댓글을 올린 자에게 원글자의 인격적 가치와 명예를 손상한 점을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허위사실이 인터넷 포털에 유포되어 피해를 입었다면서 주요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기사에 원고의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더라도 숨진 친구의 실명과 미니홈피 주소 등을 통해 기사에서 가리키는 사람이 원고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원고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공개되면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네티즌들이 댓글로써 원고를 비방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면서 인터넷 포탈로 하여금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토록 했다.

즉 각종 언론기사를 편집하여 내보내는 방식으로 유사 언론기능을 수행하는 포털은 댓글의 공간을 만들어 여론형성을 유도하고,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기사들을 특정 영역에 배치해 네티즌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포털은 단순한 기사의 전달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의 등장으로 공개되는 정보의 영역이 확대되고 사생활의 노출 위험성이 커졌지만 공인이 아닌 사인은 어떠한 경우라도 침해되지 않는 사적영역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침해하였다면 인터넷서비스를 통하여 영리활동을 하는 포털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이처럼 인터넷 기사나 게시된 글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게재하는 자의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는 이른바 인터넷실명제의 도입이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하는 자들은 인터넷실명제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위축시킬 위험이 크고, 개인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이 제공하는 비대면성과 익명성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그리고 그 행위가 타인에게 주는 고통에 대한 숙고 없이 인신공격성의 댓글을 달아 왔고, 그 결과 개인의 명예감정과 인격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묵인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정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법)을 개정, 하루 평균 이용자수 10만 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포털에 대해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하는 제한적인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2007년 7월부터 인터넷 이용자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돼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게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 된 이후에도 인터넷상에는 악의적이고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글들이 번듯이 게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악성 댓글을 퇴치하기 위해 선플달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익명의 바다에 떠도는 유언비어와 악성 댓글의 피해자가 우리 자신일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 실명으로 떳떳하게 비판과 토론의 장에 참여하자. 이제 인터넷실명제의 도입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도 자기책임의 원리(原理)가 구현되어 모욕과 악성 댓글의 온상인 인터넷이 정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의) 최정식 법무법인 청솔 대표변호사/법학박사(02-2699-7736)

최정식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서울사이버대학 겸임 교수로 재직중이다. '증권집단소송제도에 관한 법적 연구'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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