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있기까지
오늘이 있기까지
  • 고인석
  • 승인 2007.07.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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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전력문화사 회장 고인석
지난 6월 9일 운전을 중단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30년 동안 이 땅에 커다란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 전력산업에 있어서 고리원전 1호기의 업적이야 말로 새삼 그 공로를 중언부언 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공헌을 해왔다. 산업중흥기의 국가 기간에너지원의 사명을 소리 없이 충실하게 수행 해낸 것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고리 1호기가 이룩한 업적을 열거 하자면 한 둘이 아니겠으나, 우선 전력산업분야만 살펴보더라도 그 시대적 사명에 경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04년 7월 현재, 고리 1호기는 총 1,000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는데, 이는 서울특별시 전체가구가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니 그 규모를 가히 유추키 어렵다.

특별히, 원자력발전에 획기적으로 도입된 원자재 공급시스템은 기타 발전 원자재의 생산성을 월등하게 뛰어 넘는 것이었다. 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같은 기간 다른 원자재의 필요 소요량을 계산해 보면 석탄은 약 3,600만 톤, 석유는 약 1억3,200만 배럴, LNG 가스는 약 1,200만 톤이 각각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고리 1호기가 이룩해 낸 업적 중 으뜸으로 내세워야할 것은 친환경적 기능이다. 같은 기간 내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 발생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어도 2,700만 톤 이상을 줄인 효과를 낸 것이다.

이와 같은 엄청난 업적을 이뤄 낸 고리 원자로 1호기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전력용사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어 우리는 그들의 정신과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이 땅에 원자력의 터를 닦고 씨앗을 뿌린 선구자들의 혜안과 미래정신 또한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나라에 원자력산업의 첫 기틀을 다진 사람이 이승만 대통령이었다면 대부분 놀랄 것이다. 한국동란 전후복구사업의 와중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원자력의 중요성과 미래성을 인식했고, 그에게 원자력의 불씨를 당기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국인 워커 엘 시슬러(Walker Lee Cisler)씨다.

돌이켜 보면 시슬러씨는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있어서 잊어서는 안 될 위대한 길잡이이자 스승이다. 우리나라 전력사의 비극으로 존재하는 5.14단전 때부터, 원자력까지 시슬러씨의 호흡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끼친 업적은 크고 다양했다.

그는 단전 당시 응급으로 미국의 발전함들(쟈코나호, 일렉트라호)을 급파토록 해 비상시국을 넘기게 했으며 마산, 삼척 등의 신규발전소 건설과 영월화력의 기능을 복구토록 AID자금을 앞장서 추진해 주었다.

또한 이 나라에 원자력의 중요성을 최초로 설파했음은 물론 고리 2호기의 건설과정까지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장기전원개발계획의 모체가 된 JB 토머스 리포트가 작성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분이 바로 시슬러씨였다.

이런 시슬러씨였기에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전력산업현장 어디에도 그를 기리는 어떠한 조형물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의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숨을 고르고 있는 고리 1호기를 우리가 영원히 잊을 수 없듯이, 한국 전력산업의 오늘을 견인해 준 “워커 엘 시슬러”를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시, 그의 고향 집은 기념관으로 꾸며져 온 시민의 추앙을 받고 있는데 그가 쏟은 한국에 대한 애정과 전력의 숨결이 깃든 한국 전력현장 어디에도 그의 흉상 한 조각 세울 곳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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