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진단, Talk to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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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미 기자
  • 승인 2007.02.28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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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차상은(본명: 강혜정)
나이 : 스무살

상은이는 지각생이다. 지각비 내고 가지 말라고 외쳐도 한 달 후면 하늘나라에 가야하는 엄마(배종옥)와 달리 상은이는 태어난 지 20년이 지났어도 7살로 살고 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상은이의 발걸음이 좀 더딜 뿐 상은이는 언제나 초원이처럼 세상을 열심히 달린다.

종이접기 대회에 나가고 자전거를 배우고 동화책을 읽고 허브에 물을 주고 사랑을 꽃 피우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장애우들이 수동적이고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상은이와 같은 친구들은 좀체 밖으로 꺼내 보이지 않을 뿐 모두 마음의 문 안쪽에 각기 다른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니고 있다. 쉽게 짐작할 수 없을 뿐 그들은 우리와 같은 리듬의 숨을 쉬며 조금 다른 리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상은이는 자신이 왕자님이라 생각한 오빠의 키스를 받을 때 두 손을 꼭 모아 쥐는 의지 강한 공주로 ‘공주들은 행복한 결말을 얻은 것 같지만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기에 동화일 수밖에 없다’며 동화 밖으로 걸어 나온다. 배우 문소리가 연기한 ‘오아시스’의 공주가 누군가의 손짓을 기다리고만 있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면,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고 또 헤어지자고 말하는 상은은 자신의 두 다리로 시련을 이겨내는 들장미 소녀 캔디다.

서툰 자전거로 좋아하는 사람을 뒤쫓고 바보라 놀리는 사람들을 건강한 이빨로 무는 작은 소녀.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를 떠나보낸 뒤에도 혼자 살아갈 것이 아니라 엄마가 여전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은이로 기억할 것을 걱정하는 이 꿋꿋한 소녀 앞에서 정신지체 3급을 나타내는 복지카드는 그저 사회가 만들어낸 카드가 아닐까.

장애우이어서가 아니라 엄마를 떠나보낸 딸의 모습에서 안타까운 눈물이 흐르는 영화. 그 딸에게 전하는 목소리로 상은에게 몇몇 영화와 음악을 소개해본다.

상은에게 추천하는 영화: 좀 엉뚱해 보이지만 선글라스 낀 킬러와 화초 든 소녀가 나왔던 영화 ‘레옹’. 혼자 남은 소녀(나탈리 포트만) 위로 스팅의 음악을 타고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던 카메라의 시선이 좋아 몇 번씩 보고 또 보았던 영화를 상은에게 추천한다. 작은 소녀가 앞으로 겪게 될 현실은 녹록치 않겠지만 홀로 화초를 심은 이 영화의 엔딩을 통해 상은이가 고된 시간에도 마음에 푸른색을 입혔으면 한다.

상은에게 추천하는 음악: 이상은의 ‘어기여 디어라’. 해가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마음이 서로에 닿아 천구를 가로지를 때까지 흐르고 흐르는 이 음악의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힘으로 상은이가 그 작고 연약한 손으로 부지런히 삶의 노를 저었으면 한다. ‘어느새 강물이 웃고 있는 걸보니 우리도 웃고 있겠다’고 했던 상은언니처럼. 상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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