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게 듣는다
“학력이나 출신 아닌 능력 중시하는 조직 만들 것”
<커버스토리>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게 듣는다
“학력이나 출신 아닌 능력 중시하는 조직 만들 것”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2.01.0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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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 도입
무정전검사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고졸 신화’라는 말이 우리 사회엔 아직까지 은연중에 통용되고 있다. 대학졸업장 없이는 조직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학연, 지연, 혈연 등 소위 말하는 끈이 있어야 고속 승진과 더불어 오랜 조직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배경 없이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다행인건 최근 고용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숙제로 남아있던 학력지상주의 풍토가 점차 수그러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한 박철곤 사장의 신념 또한 학력이나 출신, 나이가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는 풍토를 만드는 데 있다. 이러한 신념은 그 자신이 50여 년간 살아오면서 터득한 교훈이자 진리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한 사람에게 사회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노력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취임 후 도입한 새로운 인사시스템에도 잘 드러난다.

간부들에게 신망과 평판이 좋은 인재를 팀원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은 주식시장 개념을 적용한 인사제도다. 인사에 외부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묻어난 대목이다.

행정관료 출신에서 공기업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그가 어떠한 노력과 실천으로 전기안전공사를 이끌지 들어봤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Q. 한국전기안전공사 14대 사장에 취임하신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소감은.

총리실 근무시절에는 정책을 입안하면 관련 부처나 일선 기관을 통해 일이 시행됐기 때문에 국정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면서 일을 추진했다면 지금은 국민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에 차이는 있지만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데는 변화가 없습니다.

아울러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나름의 경영철학을 이곳에서도 펼칠 생각입니다.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 연수원에 들어서면서 ‘내가 왜 여기 있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부나 권력, 명예가 모두 부질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스스로 ‘소신 있게 살자’라고 각오를 다지게 됐죠. 원칙과 일관성 있는 업무처리를 비롯해 잘못된 관행 및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자신에게 가장 든든한 자본과 힘은 ‘노력’입니다. 저마다 타고난 능력은 차이가 있지만, 노력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노력은 성과를 낳고 이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늘 이와 같은 초심을 잃지 않고 생활하기 위해 솔선수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Q. 20여 년간 국무총리실에 근무한 행정관료 출신으로서 공기업 기관장이란 자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는지요.

비전문가, 낙하산인사 등의 발언은 공기업 기관장에 임명되는 모든 인사들이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빠져있는 편견과 착각입니다. 사장이 현장에서 배전반을 다루고 검사하는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관으로서 큰 국가조직과 정책을 관리하는 업무나, 전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공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잘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행정의 연장선상인거죠.

그리고 세간에서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취임 직후 기술파트 직원들이 ABC를 가르치겠다고 왔는데, 제가 영어로 치면 문장 정도를 쓰니까 놀라더군요.

Q. 취임 후 현장 찾기에 바쁜 일정을 보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 목소리 듣기에 유독 신경을 쓰시는 이유가 있다면.

지난여름엔 유독 많은 비로 피해 가구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직원들에게 당일복구 지침을 내리고 직원들과 침수가옥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수해가 나면 이재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입니다. 현장에 가보면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복구가 쉽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로 선을 끌어다가 전기를 복구해드리면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고 전하십니다. 한편으론 우린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고마움을 전할 때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모든 재해를 관리 감독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해당 전기시설 관리기관을 통해 호우나 태풍 발생 전에 미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필요시에는 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각 가정의 전기안전의식도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는 집중호우 및 기상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외출을 자제하고 침수구역은 우회하는 것이 감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해외 시장서 새로운 먹거리 찾다

Q. 취임 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춰 미래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그동안 사후에 관리하고 복구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던 업무를 사전·예방차원에서 추진하기위해 선도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또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해외시장 확대의 발판을 만들 계획입니다.

Q.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방문했던 중동지역 현장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기검사부분 도급을 받은 한 외국 업체가 3개월간 작업을 지연해 발주처가 애먹고 있던 건설현장에 우리 직원들이 가서 한 달 만에 마무리 지은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현장감독으로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같이 하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해외시장 진출은 단순히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차원을 넘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동반성장의 길이 열리는 겁니다.

개도국이나 중진국, 후진국에 선진기업들이 진출해 산업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후 유지관리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입한 기술이나 제도를 자기화해 성공한 모델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경험과 기술을 후진국에 전파하는 것이죠. 즉 안전에 관한 한류를 전파하는 겁니다.

Q. 해외시장 진출은 의지만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닌데요. 차별화된 기술력은 무엇인지

차별화된 기술력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한 무정전검사입니다. 무정전검사(POI, Power On Inspection)는 운전 중인 전기설비에 대해 전력을 차단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실행하는 것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입니다.

제철소 등 일부 대기업의 경우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하는 특수성 때문에 정전상태에서 검사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04년부터 무정전상태 검사기법을 연구했고, 2005년부터 최근까지 시범적으로 시행해왔습니다.

그 결과 국가 주요산업시설 100호를 대상으로 무정전검사를 실시했을 경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연간 손실비용 5,340억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초 법과 제도를 정비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2,700여 임직원들은 사랑의 헌혈,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 사랑의 연탄나르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블루칩 인사시스템 도입

Q.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에너지복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기안전공사도 2007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저소득층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전기설비 고장에 대한 법적인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전기 119라 할 수 있는 ‘스피드콜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스피드콜 제도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용 전기설비에서 전기사용 중 정전·누전 등의 전기고장에 따른 고충이 발생하면 전기안전공사에서 긴급 출동해 조치하는 제도입니다.

가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곳이 119죠. 하지만 119에서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정전과 같은 전기관련 고장입니다.

스피드콜 제도의 수혜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구, 차상위층가구, 도시저소득 밀집지역, 농·어촌 지역의 가구, 임대아파트 가구 등으로 향후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앞장설 것입니다.

이밖에도 전기안전 1사1촌 운동과 같은 그린홈 그린타운 운동을 전국 60개 사업소에서 펼치고 있고 사랑의 헌혈,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 사랑의 연탄나르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2,700여 임직원 모두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에 관해 설명해 주십시오.

취임 후 도입한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은 블루칩(우량주)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지고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처럼 간부들에게 신망과 평판이 좋은 인재를 팀원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처장은 함께 일할 팀장을, 팀장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차장을 직접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학연지연에 얽매여 진흙 속에 묻혀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업무 일선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입니다. 저 역시 끈 같은 것은 없었지만 묵묵히 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우대받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현장 찾기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암사아리수정수센터의 정밀안전진단 현장을 방문한 박철곤 사장

뚜렷한 목표의식 가져야

Q.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련을 이겨낸 것으로 압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펼쳐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는 ‘고시 3관왕’ 출신입니다. 검정고시를 두 차례 합격했고,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그동안 무슨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 미뤄 짐작이 가리라 생각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제게 큰 힘이 됐던 건 시험제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시험제도는 굉장히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저 또한 이 과정을 밟아왔습니다. 결국 본인의 노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를 그리기 위해 준비하다 잘못되면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지만 아무것도 그리려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자신한테 자랑할 게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목표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겁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부단한 노력을 당부 드립니다.

Q. 신년을 맞아 이루고 싶은 꿈이나 소망이 있다면

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서는 전기안전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또 직원들에게 신명나는 직장이 되도록 생명력 넘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편 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아온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모범적인 일류국가, 전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국민이사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철곤 사장 Profile

1952년 전북 진안 출생

◎ 학력

ㅇ 부산진고 졸

ㅇ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1977~1979)

ㅇ 한양대 행정학사 (1980~1981), 행정학 석사 (1982~1984)

ㅇ 전주대 법학박사 (1997~2003)

◎ 주요경력

ㅇ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ㅇ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특임교수

ㅇ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차관급, 2008. 3~2009. 1)

ㅇ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 (2009. 11~2010. 8)

ㅇ 국무조정실 기획관리조정관, 심사평가조정관, 규제개혁조정관 겸 규제개혁기획단장 (관리관, 2004. 9~2008. 2)

ㅇ 정부 제2중앙징계위원회 위원 (2004. 9~2008. 2)

ㅇ 부패방지위원회 기획운영심의관 (2001. 4~2002. 2)

ㅇ 총무처, 행정조정실 근무 (1982. 3~199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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