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전 이사회 의결의 진정성을 의심 말라
(권두언) 한전 이사회 의결의 진정성을 의심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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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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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재무 건전성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전의 해외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한전 소액주주들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회사 수익에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에 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전기요금은 현재 원가의 90% 정도에 책정돼있다. 즉,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민간기업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금 이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전 지분의 25%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정부가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75% 주주(산업은행 포함)의 손해를 강제하고 있다. 실제로 소액주주들은 김쌍수 전 사장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11월 17일 한전 이사회는 불어나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을 의결하고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전기요금은 그 특성상 정부에서 요금 인상률을 결정하고, 한전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이를 의결하는 방식으로 결정돼 왔다. 따라서 정부와 협의 없이 이뤄진 이번 의결을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 의결을 ‘한전의 쿠데타’라고도 하고, 김쌍수 전 사장의 소송을 보고 벌인 ‘헐리웃 액션’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또 한쪽에서는 정부가 자신들이 책임지기 싫으니 한전을 희생양으로 내세워 전기요금을 올리려 하는 것 등의 음모론을 펼치기도 한다.

뭐 진실은 한전 이사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한전 이사회의 의결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고 전기요금을 인상시켜 한전의 적자 폭을 감소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한전 이사회의 결정은 이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쿠데타니 음모론이니 하는 저자거리의 질낮은 상상은 이쯤에서 그만두자. 전기요금의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정성’만을 기억하자.

한전 이사회 의결은 어차피 정부의 의지에 따라 그 인상률이 결정될 것이다. 아마도 10%대의 인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물가를 관리하는 재정부서에서 이를 난감해 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있다. 왜 물가를 전기요금으로 잡으려 하는가? 늘 전기요금은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에 묶여 현실화되지 못해왔다. 그 결과가 한전의 누적 부채 33조원이라는 엄청난 손해를 가져왔다.

한전이 급여의 성격으로 받는 성과급이 나올 때마다 언론은 ‘적자 속 성과급 잔치’라며 비난한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한전 적자가 정말 한전의 탓인가?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속사정에는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이젠 이런 식의 보도에는 짜증이 날 정도다.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광역정전의 가능성이 높다.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너도 나도 전기난방기구를 사용하다 보니 여름보다도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결국 광역정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전기요금의 현실화다.

전기요금은 시급히 인상해야 한다. 한전의 과도한 적자는 결국 국가경제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인상 의결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진정성에 정부와 국민 모두가 귀를 기울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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