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블랙아웃은 현실이다
(권두언) 블랙아웃은 현실이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1.10.1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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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오후 국민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 갑작스런 정전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날 예비전력은 24만kW밖에 남지 않았고, 전력계통의 주파수는 59.4Hz까지 내려가 자칫하면 전국의 전력이 일시에 정지되는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력산업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만한 상황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전력거래소는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이날까지 많은 기업들이 휴무를 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으며, 이상 고온을 정확히 감안하지 않아 수요 예측에 실패를 했다고 한다.

이 큰 실수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고, 실제로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한전의 당시 수장들과 관계자들이 대거 사임하거나 중징계에 처해졌다. 그러나 다급한 상황에서 순환정전 결정을 내리고, 매뉴얼에 따라 충실히 실행한 전국의 전력인들에겐 격려를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판단과 실행이 조금만 늦었으면 우리는 전력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아웃을 경험할 뻔했다.

전기라는 것이 조금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주파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문명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3일에서 1주일 정도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패닉현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1977년 미국 뉴욕에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엄청난 화재와 약탈이 발생한 것을 보더라도 우리의 경우가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간단히 말해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하철은 물론 멈추고, 거리의 신호등은 무용지물이 된다. 당신의 차량도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에서 주유할 수가 없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집과 회사의 대부분의 통신 수단이 마비될 것이다. 유선전화는 하루나 이틀 정도 자체 발전을 한다지만, 다른 통신수단이 없어 유선으로 집중될 때는 그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 견딜 수 있다.

9월 15일 정전처럼 오후에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더욱 재앙이다. 수도와 통신, 교통, 국방 등 모든 인프라는 전기를 기반으로 가동되기에 국가의 모든 기능이 일시에 정지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블랙아웃은 SF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오는 환상이 아니다. 전력수급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현실 속에서 언제나 위험은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충분한 전력공급량을 갖춰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2013년까지는 전력 예비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계획된 발전소의 적기 준공은 물론, 님비현상에 따른 공사지연도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은 필연적으로 전기 과소비를 불러온다. 또한 농사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반드시 큰 폭 인상이 필요하다.

9.15 정전사태는 잊고 지냈던 전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준 소중한 경험이 돼야 한다. 이 경험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면 언제든 블랙아웃은 무서운 현실이 될 것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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