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몬주(일본 고속증식로) 괴담을 주목하라
권두언-몬주(일본 고속증식로) 괴담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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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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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일본 사회에 또 다른 원자력 괴담이 돌고 있다.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위치한 고속증식로 ‘몬주’가 폭발 위험에 처해 있으며, 몬주가 폭발할 경우 일본 중심 지역 주민이 몰살하는 등 궤멸적인 타격이 닥치고, 한국의 영남지방에도 큰 위험이 온다는 내용의 괴담이 일본 네티즌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고속증식로(FBR ; Fast Breeder Reactors)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함과 동시에 비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 238을 핵분열성 물질인 플루토늄 239로 변환시키는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의 경수로가 우라늄235 분열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중성자 속도가 저속인데 비해 고속증식로는 중성자 속도가 고속이고, 또 우라늄238을 새로운 플루토늄239로 만들어 처음 플루토늄의 양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기 때문에 현 경수로에 비해 약 60배의 효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냉각제로 쓰이는 액체 나트륨의 위험성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트륨은 물·공기와 결합하면 화재를 일으키고 파이프를 쉽게 부식시켜 이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기술의 확보가 매우 어렵다.

현재 고속증식로는 프랑스의 슈퍼피닉스(124만kW급 ’89년 가동, ’98년 12월 폐쇄)와 일본의 몬주(28만kW급 ’95년 8월 상업운전 개시, ’95년 12월 가동중지)가 건설됐고, 최근 프랑스, 일본, 러시아는 3개국 간 공동협조체제를 통해 3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FBR설비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일본의 몬주가 가동중지된 이유가 나트륨 유출 사고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 괴담은 더욱 생명력을 띠고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몬주 안에 설치돼 있던 직경 46cm, 길이 12m, 무게 3.3톤짜리 부품이 원자로 안으로 떨어지면서 망가져 외부에서 끌어올릴 수 없게 된 상태라는 점이다. 현지에서는 ‘통조림 뚜껑이 통조림통 안으로 빠져버린 상황’이란 비유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에 따르면 6월 24일 몬주의 원자로 용기에 약 10개월간 낙하된 채 있던 무게 3.3톤의 장치를 빼내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이로써 몬주 괴담은 곧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네티즌들의 고속증식로의 근원적인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몬주와 같은 고속증식로가 우리나라 원자력 학계에서도 유력한 차기 원자로 노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차기 노형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권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산업을 좌우할 노형 결정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것이 근원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제어할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고속증식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불안은 전염병과 같이 빠르게 퍼진다. 몬주와 같은 큰 위험성을 내포하면서도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것 일수록 그 괴담의 생명력은 오래간다. 향후 연구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이번 몬주 괴담을 거울삼아 차기 원자로 노형 결정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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