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건설, 국내 원전건설 새 역사를 쓴다
신고리 3,4호기 건설, 국내 원전건설 새 역사를 쓴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7.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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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찾아서]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3,4호기 건설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신형경수로(APR1400)로 건설될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은 아직 조용하다. 실시계획 승인을 기다리며 부지정지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건설 준비를 완료하고 있는 한수원 신고리 3,4호기 건설사무소와 시공 3사 사무실에서는 착공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강하게 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건설현장의 형태조차 가늠하기 힘든 시점이지만 조만간 국내 원전건설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이 그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 고리원자력 주변 지형도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 25만여평의 부지에 건설될 신고리 3,4호기는 총 공사비 5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부지정지공사 후 2008년 초에 본관 기초굴착 착수를 거쳐 3호기는 2013년 9월, 4호기는 2014년 9월에 각각 준공할 예정이다.

2006년 8월 주계약(주기기공급 및 종합설계용역)을 체결했으며, 2007년 3월 주설비공사 시공계약을 현대건설 컨소시엄(두산중공업, SK건설)과 체결해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현재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취득을 위해 산자부와 협의 중에 있으며 실시계획 승인과 동시에 부지정지 공사를 착수할 예정으로 이르면 7월 중 착공식을 가질 계획이다. 또 시공 3사도 이미 3월에 현장사무소를 개설하고 착공에 대비해 시공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199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개발한 국내에선 최대용량인 140만kW급 신형경수로1400(APR1400) 설계를 적용해 건설된다. APR1400은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안전설비를 대폭 개선해 발전소를 더욱 안전하게 설계했다. 이와 같이 검증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신고리 3,4호기는 건설계획단계부터 안전기준과 검사 및 시험 등 제반요건을 엄격히 관리해 최상의 품질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고리 3,4호기 건설로 인해 건설기간 동안 연인원 1,000만명이 투입되고 지역업체 참여 및 지역주민 고용 등으로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신고리 3,4호기 건설로 인한 지자체의 세수 증대와 지원금 제도 등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 ARP1400 절개도
최저가 낙찰로 인한 시공품질 저하 없을 것으로 확신

원전운영과 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과 품질확보이다.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 역시 원자력법과 전기사업법에 의한 사용 전 검사, 발주자 검사 및 공인검사 등 다중검사체제와 시공감리 인력 확대를 통해 시공품질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무재해 건설현장 조성을 목표로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소 자체 안전관리지침에 따라 사외 위탁교육 강화 및 실무위주의 교육실시 등 안전교육 내실화, 상시적 현장 안전순시점검과 건설소 합동안전 순시점검, 유관기관과의 안전관리 협력 증진 등을 통해 예방·책임 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현장의 청결 유지 등 환경문제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승배 건설소장은 “비산먼지 발생 방지 및 현장청결을 위해 살수차 및 세륜장 운영, 소각로 설치 등을 통한 폐기물 처리시스템을 구축, 쾌적하고 깨끗한 건설현장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고리 3,4호기 건설은 주설비시공 계약과 관련 최저가 낙찰로 인해 부실공사를 우려하는 일각의 비판적 목소리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배 소장은 “원전건설은 관련 법규정에 따라 발주자, 시공자 및 제3의 공인검사기관 및 정부규제기관이 다중으로 시공검사를 하도록 체계화 되어 있어 최저가 낙찰로 인해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시공품질 저하 등은 없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국내원전 건설경험 1,2위 업체로서 풍부한 시공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기자재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이 직접 시공에 참여함으로써 기자재 공급과 현장시공의 유기적 협조로 시공품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은 “신고리 3,4호기가 국내 최초로 건설되는 최대용량 140만kW의 신형경수로인 점을 감안해 시공사와 함께 성공적인 건설공사가 될 수 있도록 시공감리 강화 방안 및 하도급관리 강화 방안을 수립,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92년부터 10여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독자모델로 개발한 ARP1400 원자로
APR1400, 안전성·경제성 대폭 향상된 차세대 원전

APR1400 개발 주체는 사업주체가 되는 한수원이 맡았고 국내 원전 기술자립 기반을 위한 역할분담에 따라 관련 산·학·연이 공동참여 하는 기술개발사업단을 구성해 추진했다. 이에 따라 핵심기술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신형로연구센터가 맡았고, A/E 및 NSSS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담당했다. 또 초기노심 및 연료집합체 설계는 한전원자력연료(주)가, 주기기제작성 검토 및 기기설계는 두산중공업(주)이, 인허가 검토 및 안전규제요건 개발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담당했다.

APR1400은 해외의 능동형 신형원전(N4, EPR, SYS80+ 등)들을 비교 검토해 NSSS의 경우 안전성, 경제성 및 국내 기술기반 여건상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SYS80+를, 기타 건물설계 등 종합설계 부분은 한국표준형원전을 참조로 해 개발된 능동형 원전이다.

능동형 원전이란 기존원자로에서 시용한 기술과 거의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안전성 제고를 위해 안전설비를 추가로 보강하고 최적화 설계로 설비개선을 통해 경제성을 높인 원전을 말하는 것으로 기술의 입증이나 인허가가 비교적 용이하다.

APR1400은 기존의 한국표준형원전과 비교해 안전설비의 보강, 용량격상, 새로운 주제어실 설계, 중대사고 대처능력 확대 등 전반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이 크게 향상됐다. APR1400은 또한 해외 신형원전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신 설계기술인 최첨단 주제어실과 Fluidic Device 등 피동형안전 설비를 채택했으며, 특히 유럽에서 개발한 EPR과 그 성능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최신 원자로이다.

APR1400은 기본적으로는 개량형 경수로이다. 개량형 경수로라 하는 것은 기존에 입증된 기술을 최대한 이용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충분히 입증된 또는 입증할 수 있는 신기술을 일부 채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APR1400의 NSSS 및 안전계통과 관련해 채택된 신기술은 NSSS의 ▲가압기 POSRV, 일체형 원자로 상부구조물 ▲안전계통의 원자로용기 직접주입 (DVI), Fluidic Device ▲재장전수계통의 원자로건물내 핵연료재장전수탱크, Sparger ▲인간공학과 Digital 방식의 주제어실 등이다.

위에 기술한 신기술들은 그 기술의 성격상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우선 APR1400이 기본으로 한 KSNP과 다른 유형의 가압경수로에서는 채택하고 있어 APR1400에서도 채택한 개념으로 가압기 POSRV, 일체형 원자로 상부구조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기술들은 특별한 입증단계를 요구하지 않으며, 설계로서 그 적합성의 입증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APR1400과는 개념이 다른 노형 (비등 경수로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채택한 경우이다. 원자로용기 직접주입, IRWST, Sparger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개념들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입증이 요구된다. APR1400 개발단계에서는 이들 기술들에 대해 축소규모의 실험을 수행해 이들 계통들이 APR1400에서도 충분히, 그리고 신뢰성 있게 원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세 번째로 가압경수로에서는 처음으로 채택한 개념이다. Fluidic Device, 주제어실이 이에 해당한다. 전반적인 개념 및 설계에 대한 검증을 수행했다. Fluidic Device에 대해서는 원천기술 소유자인 영국의 AEA와 일차적으로 1/5 축소규모의 실험을 수행해 주요 변수의 확정 및 성능 검증을 수행했으며, 국내에서 KAERI와 공동으로 실규모의 실증실험을 수행해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또 주제어실에 대해서도 APR1400 개발단계에서 1/4규모의 Mockup을 개발해 운전성 등을 검증했으며 향후에도 모의제어반을 개발해 계속적인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입증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입증된 기술이라는 것은 동일한 노형에서 사용된 경험이 있든지, 동일한 산업 분야에서 일정기간 이상 사용된 경험이 있든지, 아니면 실험 및 분석에 의해 충분한 성능입증을 거친 기술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춰볼 때 APR1400에서 채택된 신기술들은 모두 적절한 입증단계를 거친 입증된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

 

▲ containment-building
APR1400 개발 완료, 세계 선진 수준에 진입 의미

우리나라가 현 수준의 기술자립을 달성하는 데는 원자력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으로부터 출발했다. 완전 기술 도입(완전 Turn-key)은 고리 1호기로 볼 수 있으며 부분 기술 도입 (부분 Turn-key)은 고리 2,3,4호기, 영광 1,2호기, 울진 1,2호로 볼 수 있다. 또 부분 기술자립은 영광 3,4호기부터 이뤄졌으며 95% 복제기술자립은 울진 3,4호기 이후 KSNP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 설계, 제작, 건설 기술자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술의존에 따른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의존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주요했다.

KSNP의 복제기술 자립 단계를 거쳐 APR1400 개발부터는 국내 기술도 일부 핵심기술을 제외하고는 세계 선진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1987년 구 ABB-CE와의 기술전수계약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원자력 발전소 설계기술자립의 노력이 복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일부 응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 왔다면 차세대원자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우      리나라 원자력기술은 비로소 독자적인 응용과 노형개발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이와 같은 기술자립의 이력 및 현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APR1400 개발이 완료된 현 시점에서 우리와 기술수준이 비슷한 다른 개량형 노형을 수입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원전사업추진을 통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유사한 외국 노형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전산업은 부수적으로 산업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무작정      국외 기술을 도입 시에는 국내 관련 기술개발 측면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개량형 경수로들의 안전성 목표는 모두 유사하며, 경제성 측면에서는 APR1400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와 연구계의 원자력 기술은 이제 원자력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과 종속적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 국내에선 처음으로 140만 kW급 ARP1400 노형을 적용해 건설될 신고리 3,4호기 조감도
▲ 신고리 3,4호기 건설 현장소장들이 성공적인 건설을 자신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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