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불청객 ‘갱년기’, 극복할 수 있다!
중년 남성의 불청객 ‘갱년기’,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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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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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문종 교수

며칠 전 조금은 지쳐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성 직장인 P씨가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그분은 언제부턴가 쉽사리 피곤해지면서 뭔가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데, 방문하는 병원마다 검사결과는 별 이상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요즈음 부쩍 늘어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이거니, 혹은 원래 술을 좋아해서 간에 이상이 생겼나’라고 생각했는데 ‘검사결과는 이상이 없고 점차적으로 기운이 없는 것이 심해지고 도무지 일에 집중력을 잃고,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넋두리한다. P씨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분당차병원 '남성갱년기 클리닉'을 방문하는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중의 하나이다.

걱정스러워하는 부인의 손에 마지못해 이끌려 오시는 분, 오줌발이 약해지고 도무지 부부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고 오시는 분, 온몸이 쑤시고 얼굴에 열이 나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분, 점점 배만 나오고 그나마 억지로 해오던 가벼운 등산도 귀찮아진다는 분 등등.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클리닉을 방문하지만 이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비교적 건강하다고 스스로 자부하시던 분들이 병원에서의 검사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언제부턴가 점차적으로 피곤이 누적되고 또 피로회복도 더뎌지고, 기력도 없어지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거나 의욕이 감퇴되어 가며, 잠자리도 시들해지고 부부생활에서의 자신감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삶 자체의 의욕마저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P씨가 가지고 온 다른 병원에서의 검사기록을 검토하면서 한참동안의 넋두리를 경청한 후 가만히  “제가 환자분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몇 가지의 추가적인 검사를 권유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혹시 부인께서는 갱년기 치료를 받고 계시는지요, 여성처럼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는지요, 아마도 제가 판단할 때는 당신께서는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견상 다른 검사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므로 오늘 하실 남성 호르몬 검사 결과를 기다려 봅시다”라고. 다소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P씨는 다음 예약 일을 기약하며 진료실 문을 나선다.

남성도 갱년기가 존재하는가의 물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비록 여성에서처럼 모든 남성이 갱년기증상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도 40대 이후 남성호르몬이 점차적으로 감소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성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총칭해 ‘남성 갱년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남성의 갱년기의 시작은 삶에서의 절정기, 완숙기임과 동시에 황혼기 혹은 하향 곡선기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불혹이 지난 나이에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쌓아놓은 완숙의 경지와 잊어버리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평가가 세월이 부여하는 정신과 신체의 하향곡선에 의해 손상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피로감이 쌓이고 추진력이 떨어지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남성갱년기는 삶의 불청객임에 틀림없다. 다행히도 이 불청객을 물리칠 몇 가지 방안들이 갱년기 남성에게 새로운 삶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2주 뒤 P씨의 검사결과는 예상대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였고, 이 경우에는 치료의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한 남성갱년기 치료를 권유한다. 한 달 뒤 P씨는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 문을 들어서며 좋아진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고, 목욕 후의 개운한 기분입니다’라고.

이제 P씨는 나이가 부여한 신체적, 정신적, 성적 변화의 총체인 남성갱년기라는 불청객으로부터 벗어나 원래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제 그에게 부여된 책임은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상생활에서의 무한한 노력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문의)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문종 교수(031-780-5360)

프로필: 김문종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정의학과 과장)이자 분당차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문분야는 노인병, 남성 갱년기 질환, 골다공증, 건강증진, 장기의료(longterm care) 등이다. 현재 대한남성갱년기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임상노인의학회 간행이사, 대한가정의학회 간행위원·정책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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