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교훈 삼아 원자력산업 도약하는 계기 돼야”
인터뷰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교훈 삼아 원자력산업 도약하는 계기 돼야”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1.04.11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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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원자력 정확한 정보 제공해야
한국 원자력발전 안전성 ‘믿어도 좋다’
언론이 객관성 유지해 유언비어 막아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 언론사마다 원자력전문가를 초빙해 해설을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전문가들 중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탁월한 식견과 정확한 설명으로 어느덧 유명인사가 됐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학교를 찾은 날에도 서균렬 교수는 계속되는 방송사들의 출연 요청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중앙지들의 확인되지 않은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서 전력 전문 언론이 중심을 잡아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반갑게 인터뷰에 응했다.

“충분히 방지하고 완화시킬 수 있는 사고를, 소극적인 대처 노력으로 역사상 체르노빌 사고 다음 가는 최악의 사고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이번 원전 사고에 안타까움을 표시한 서균렬 교수로부터 일본 원전 사고와 국내의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원전은 후쿠시마에 비해 훨씬 안전

○ 일본 원전 사고 여파로 국내 원전 안전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 여러분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 국내 원전들은 비등경수로인 후쿠시마 원전과는 달리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만 존재하며, 공히 1차 냉각재와 2차 냉각재가 증기발생기로 분리돼 있고, 상대적으로 대형화된 격납건물에 수소 농도 제어를 위한 방호설비 구비 등의 설계차이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월등한 안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후쿠시마 원전의 노형인 비등경수로형과 국내 대다수 원전 노형인 가압경수로형을 비교한다면.

- 가장 큰 설계특성은 증기발생기의 유무에 있습니다.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는 증기발생기를 기점으로 노심이 포함된 1차 냉각재와 터빈이 위치한 2차 냉각재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비등경수로의 경우에는 노심에서 가열된 냉각재가 터빈까지 직접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터빈 계통에 파단(파괴돼 떨어짐)이 생겼을 경우 국내 원전가압경수로에서는 방사성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비등경수로의 경우에는 노심으로부터 발생한 방사성물질이 수증기와 같이 나오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는 증기발생기의 증기방출밸브를 통한 잔열 제거가 가능하며 비등경수로에는 이에 버금가는 기능이 없습니다. 또한 가압경수로의 경우에는 증기발생기를 노심보다 상부에 설치해 정전사고 시에도 자연순환냉각을 통해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가압경수로에는 노심의 반응도를 조절하기 위한 제어봉이 원자로용기의 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전원상실 사고가 났을 때에도 자유낙하를 통한 노내 삽입이 가능한 반면, 비등경수로의 경우에는 원자로의 하부에서 노심으로 삽입하는 방식을 채택해 전원상실 사고나 연료 용융 등의 사고가 발생 시 제어봉 삽입에 어려움이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격납용기의 경우 이번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1만5,000㎥)에 비해 국내 원전의 경우 대형화(7만7,000㎥) 돼 있어 이번과 같은 격납용기로의 냉각재 누출사고 시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됩니다.

 

노화 원전 유지보수 하지 않은 일본 책임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일본 원전 사고의 여파가 커진 이유와, 일본 관계 당국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이번 사고가 심각한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인해 디젤 발전기를 비롯한 비상전원이 침수돼 버린 점입니다.

가장 먼저 사고가 난 1호기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지진발생시 노심에 제어봉 삽입은 완료됐지만 해당 노심으로부터의 잔열이 지속적 발생하게 됩니다. 이 잔열이 이번 사고에서는 제 때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못해 결국 노심에서 발생한 증기로 인해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이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원자로용기의 수위가 감소해 결국 노심이 노출되고 핵연료를 감싸고 있는 피복관 온도가 상승해 물과의 반응을 통해 수소가 다량 방출하게 됐습니다. 이 수소가 결국 격납용기로 빠져나가게 되고 격납용기의 압력 제어를 목적으로 상부의 격납건물 내 유지보수 영역으로 방출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원전과는 달리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 가연성 기체인 수소의 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설비가 구비돼 있지 않았고, 결국 고농도 수소의 급격한 연소로 건물 천정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번 사고가 급격히 확대된 원인은 노화된 설계 특성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일본 관계 당국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부터 해당 원전 노형에 대해 미국 그리고 일본 내부에서도 지적이 계속돼져 왔으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특별한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추가로 사고 발생 후 정확한 정황 판단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대처를 적시에 하지 못한 것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보입니다. 다른 원자력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프랑스가 자발적으로 도울 의사를 전했음에도 일본 당국은 고가의 원자력 발전 설비를 살리는 쪽에만 치중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대중에까지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 만약 일본과 똑같은 수준의 지진과 지진해일이 닥쳤을 경우 우리 원전은 무사할까요?

- 일단 확실하게 해야 하는 부분은 모든 원자력발전소의 경우는 국가를 막론하고 해당 원전이 건설되는 부지에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설계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국내 원전부지의 특성은 일본과는 많이 다른데요, 일본의 태평양 연안지역과 같은 판 경계 지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지각 구조상 판 내부 지역에 속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진의 규모도 매우 작습니다.

또 이번 사고의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설계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지진에 의한 영향은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지진해일에 의해 비상전원계통이 손상을 입은 것과 격납건물 및 계통의 안전성 문제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국내 원전의 경우 지진해일, 폭풍해일 등 제반 요인을 모두 반영해 산정한 최대 홍수위 발생 시를 고려해 설계파고보다 훨씬 높은 10m 내외의 고도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관련 설비의 침수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원전은 비상 전원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모두 상실하는 경우를 가정해 대체 교류전원이라는 설비를 하나 더 갖추고 있습니다. 발전기의 일종인 이 설비는 비상전원까지 상실돼 모든 전력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수동으로 작동이 가능하며 원자로 냉각계통을 원활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내부 모습

원자력산업 신뢰성 견고히 하는 계기 삼아야

○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국내 원자력 산업의 경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사업을 통해 국민의 신뢰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지상파 광고, 홍보 책자 제공, 관련 기술 전시회 개최 등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원자력발전 및 방사성 물질에 대한 바른 지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방사선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두려움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자력이라는 학문에서 파생된 기술들이 얼마나 우리 생활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린다면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오히려 국민의 원자력 산업에 대한 신뢰성을 더욱 견고히 만드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번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문제인지 말씀해주십시오.

- 이번 사고와 같은 주제에 대해 언론이 가져야 할 방향은 우선 국민 여러분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줌과 동시에 허황된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고가 발생한 후 초기에 일본에서 공개되는 정보의 양과 질에 혼선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후쿠시마원전 1호기의 초기 건물 붕괴 관련한 억측들이 대표적이죠. 이를 직시하고 객관성을 유지한 보도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해외 주요 일간지의 경우에는 정확한 사고 요인 및 상황이 공개될 때까지 자제하는 분위기였는데, 우리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련 전문가들 간의 의견 통합, 전문가 집단과 언론 매체간의 유기적인 연결 고리가 형성돼야 합니다.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발전 방식

○ 일본 사고의 여파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 세계적으로 보면 원자력발전소는 증가 추세에 있으며, 신규로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려는 국가들도 많습니다. 이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본의 사고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설계와 인재가 결합된 사고라는 측면에서 작년에 미국에서 발생해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왔던 걸프 만의 기름 유출 사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사고를 계기로 심해 원유 시추 사업에 관련한 안전 및 규제절차가 재정비되고 있고 결국 해당 영역의 안전성을 더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고를 원자력산업이 위축되는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불안해하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 일본 산케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해외 수출의 중요한 전기를 맞았던 일본 원전산업이 이번 사고로 안전 신화가 흔들리며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같은 후폭풍의 영향권에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 원전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원자력발전소 운영과 건설, 개발 등에 만전을 기해 국민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할 것입니다. 우리는 쓰리마일 섬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미국과 유럽이 원자력 침체기에 들었을 때에도 꿋꿋하게 원자력 산업을 일궈왔습니다. 이젠 신형경수로 수출이라는 위업 너머 세계 3대 원전 강국을 향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가능성은 분명 희박해보이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원전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에게 공개함으로서 투명성 제고에 노력할 것입니다. 1차, 2차 비상대책은 물론이고 3차 대책까지 만들어 국민 여러분을 더욱 안심시켜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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