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신헌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기술처 처장
“원자력을 후세에도 안전한 문명의 利器로 만들어야”
인터뷰 - 강신헌 한국수력원자력 안전기술처 처장
“원자력을 후세에도 안전한 문명의 利器로 만들어야”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1.04.1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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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자연재해 고려해 보수적으로 설계
국내 원전 대형사고 가능성 매우 낮지만
한수원은 자만하지 않고 철저히 점검할 것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은 현재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회사다.

한수원의 원전 안전에 관한 노하우와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21기 원전의 안전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제시한 기준 보다 약 16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강신헌 한수원 안전기술처장은 원전 안전의 최전선에서 일본 원전 사고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더 한층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대형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도 설비도 무력해진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강신헌 처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솔직하게, 하지만 자신 있게 털어놨다.

 

국가와 국민이 위탁한 막중한 책무 담당

○ 일본 원전 사고로 노고가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우선 원자력산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원전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사고를 보고 일부 국민께서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를 하시겠지만, 우리나라 원전은 이번 일본의 사고원전과 원자로 시스템이 달라 상대적으로 대형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사례를 교훈삼아 한수원은 조금도 자만하지 않고 원전설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수행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즉시 조치할 계획이며, 국가와 국민이 위탁한 막중한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으로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노형인 비등경수로형(BWR)과 국내 대다수 원전 노형인 가압수형(PWR/PHWR)을 비교 설명해주십시오.

-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비등경수로형(BWR) 일본원전은 물을 원자로 내에서 직접 끓여 생성된 수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는 점이며, 국내 가압수형(PWR/PHWR) 원전에서는 증기발생기라는 열교환기가 있어 원자로에서 발생된 열을 2차측의 깨끗한 물로 전달해 간접적으로 물을 끓여 생성된 수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차이로 가압수형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원자로 등 한정된 공간에만 순환할 뿐 외부로 유출이 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비등경수로형은 증기발생기가 없어 설비가 간단하고 원전 건설에 적은 비용이 소요되는 한편, 가압수형은 증기발생기와 관련설비가 필요하고, 고압력 운전을 하는 등 비등경수로형보다 많은 기기와 기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압수형은 원전 건설비용이 더 소요되지만, 원자로 안전운전 및 방사성 물질 확산 방지 측면에서는 비등경수로형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전세계 가동 원자로중 71%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쓰나미에 의한 전원상실 가능성 점검해야

○ 한수원 안전기술처는 평소 원전 안전성 증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가지고, 정부 및 규제전문기관과 기능별,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안전기술처에서는 원자력안전점검 및 안전성평가를 총괄관리하고 방사선안전관리와 화재방호 등 재해재난업무, 발전소 환경 및 민원대책업무, 방사성폐기물사업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원전 안전성 증진을 위해, 발전소별 안전성에 대한 주기적 평가를 통해 안전증진사항을 발굴·개선조치하고 있으며, 운전 중 발전소의 각종 기기의 신뢰성 수준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전 원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가동 중인 21기 원전의 안전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약 16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가동 중인 원전은 운영허가일을 기준으로 기기의 경년열화현상과 안전성 분석 등 11개 항목을 10년 주기로 평가(PSR)해 미흡한 사항은 적극 시정 또는 개선하고 있으며, 원전 건설·운영 관련 모든 업무수행시 안전문화가 체질화될 수 있도록 각종 프로세스를 개선할 뿐 아니라, IAEA, WANO 등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 제3의 국제기구의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발전소 안전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 수준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교과부 긴급 점검 등 국내 유관기관에서도 발 빠른 안전 점검을 하고 있는데, 원전 안전 실무자로서 어떤 점을 유의해서 점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중대사고에 대한 대처 전략과 전력계통 복구 대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노심이 용융되면 수소가 발생되는데 이 수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폭발이 일어나 사고를 더욱 확대시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고의 영향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대사고 후 발생되는 수소를 어떻게 제거할 지에 대한 방안과 함께 쓰나미에 의한 설비 침수에 따른 전원상실 및 냉각기능 상실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예방해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필요시 설비를 개선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겠지요.

 

예상 최대지진에도 우리 원전 ‘안전’

○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과 똑같은 수준의 지진과 지진해일이 닥쳤을 경우 우리 원전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처장님의 소견이 듣고 싶습니다.

- 국내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최대지진 및 쓰나미 발생시에도 원전의 안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쓰나미로 인한 전원상실시에도 자연순환에 의해 노심냉각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원자로 내에서 증기를 발생하는 비등경수로형(일본 후쿠시마)과 달리 가압수형인 국내원전은 증기발생기가 원자로보다 높이 설치돼 있고, 수증기로 구동되는 보조급수펌프로 증기발생기에 냉각수를 공급해 위치수두와 밀도 차에 의한 자연순환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만약, 노심냉각 기능을 상실해 원자로에서 다량의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격납용기의 내부 용적이 크기 때문에 수소농도가 10o/v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또한 1.2m의 견고한 철근 콘크리트로 설치된 격납용기는 내부에서 수소폭발시에도 손상되지 않고 안전해 최악의 사고(노심용융 및 수소폭발)가 발생해도 외부로 방사성물질 대량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더욱이 소내전원이 상실돼도 전원 없이 작동하는 수소제어설비(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 PAR)가 일부 원전에 이미 설치돼 있고, 계속 추가로 설치할 예정으로 있어 수소농도를 4o/v 이하로 제어해 수소폭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한수원은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에 대비해 원전설비 전반에 대해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안전성 증진에 필요한 보완사항을 적극 도출해 개선조치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 만약 국내 원전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한수원의 준비된 대응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지진, 쓰나미 등으로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받게 되면, 발전소는 즉시 원자로를 정지하고, 비상 운전 절차(EOP, Emergency Operation Procedure)를 수행해 발전소를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만약 설계기준을 초과해 대형사고로 확대하게 되면 중대사고관리지침서(SAMG, Severe Accident Management Guideline)에 따라 더 이상 사고가 진전되지 않도록 조치가 가능합니다.

국내원전은 설계값 산정시 과거에 있었던 지진, 태풍, 쓰나미 등 최악의 자연재해를 고려해 발생 가능한 최대값에 여유도를 더해 보수적으로 설계됐고 자연순환을 통한 노심냉각기능 확보 등 고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지진계측기 등 첨단의 감시설비와 다중의 안전설비, 만일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형별 상세 대응절차서 운영, 재난 발생시 재난의 유형·규모 및 심각성에 따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매뉴얼을 통한 방재훈련 등 비상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계값을 초과하는 자연재해에 대비해서는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자체 긴급점검결과와 정부 합동점검결과 및 향후 국제 원자력 관련기구 등의 후쿠시마 원전 후속조치 등을 종합 검토 반영해 원전건물 및 비상전원 공급계통의 방수화 등 전원상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예상 가능한 최악의 자연재해를 고려해 발생 가능한 최대값에 여유도를 더해 보수적으로 설계됐다. 사진은 울진원자력본부

신속·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불안감 해소

○ 원전 안전성을 걱정하는 국민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한 일간지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전문가의 약 90%가 원전이 안전하다며 일반국민의 불안감이 지나치다고 한 반면, 일반인의 43.2%는 국내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및 원전 관련기관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각종 원전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해야만 일반인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산·학·연 전문가그룹의 안전점검을 통해 도출된 중장기 안전증진 개선대책을 적극 추진해,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 원자력발전 시스템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서, 우리 모두가 지금 선택한 원자력이 후세에게도 편안하고 안전한 문명의 이기(利器)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끝으로, 책임 있는 언론에서도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정보를 일반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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