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블루온’ 동행 시승기
KEPCO 전기차 충전인프라 ‘名不虛傳’
전기자동차 ‘블루온’ 동행 시승기
KEPCO 전기차 충전인프라 ‘名不虛傳’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1.03.1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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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해 일부러 소음 내는 장치도 있어
신기한 전기차 보러 시민들 따라오기도

 

“그래, 바로 이런 기사를 쓰고 싶었다고!”

중후장대한 전력산업의 무직한 취재와 기사들에 짓눌려 있다가 간만에 찾아 온 청량한 기회였다. 우리나라에 30대 밖에 없는 현대자동차의 고속 전기차 ‘블루온’. 이 꿈의 자동차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혹한이 잠시 잦아 든 2월 10일, 기자는 KEPCO(한전, 사장 김쌍수) 배전건설처(처장 김병숙)의 도움으로 서울 삼성동 KEPCO 본사에서부터 이천휴게소를 거쳐 다시 삼성동까지 약 120km의 거리를 동행 시승했다.

운전과 설명에는 배기택 KEPCO ST실증사업팀 차장이 수고해 줬다.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배기택 KEPCO 차장이 급속충전기로 전기차 충전을 하고 있다.
하늘빛의 멋진 차 ‘블루온’

서울 삼성동 KEPCO사옥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처음 만난 ‘블루온’은 그 이름답게 연한 하늘빛을 띤 멋진 놈이었다. 현대차가 인도 등 해외공장에서만 생산·판매하고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경차 ‘i10’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블루온’은 외부 모습만으로는 ‘클릭’이나 ‘i30’를 많이 닮았다.

조수석에 앉자 경차의 한계로 꽤 좁게 느껴졌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최신형답게 깔끔했고, 컬러모니터의 트립컴퓨터까지 갖춰져 있어 준중형차 부럽지 않았다. 특히 KEPCO가 개발한 내비게이션은 전기차의 운행상태까지 알려줘 실용적이었다.

시동키를 돌렸는데도 엔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 시동이 걸린 상태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우~웅”하는 가솔린 차량의 시동 소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몇 번 운전을 해 봐야 익숙해 질 듯했다.

급속충전커넥터
전기자동차에는 기본적으로 엔진이 없다. 배터리의 전력만으로 구동과 운행을 하기에 이론적으로 소음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완벽한 무소음 상태라기에는 약간의 배터리 소음이 있는 듯 했지만 귀 기울여 들어야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이 엔진소리가 없다는 것은 한편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배기택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과 주변 차량에 차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소음이 없으면 사고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전기자동차에는 일부러 일반 차량과 비슷한 소음을 내는 장치도 장착돼 있다.

삼성동을 지나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었다. 완전 충전됐던 차량 트립컴퓨터에서 갈 수 있는 주행거리를 알려주는 숫자가 처음 75km에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 차장은 일반 차량도 마찬가지지만 전기차도 운전자의 습관과 노면상태, 속도, 날씨에 따라 주행거리가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KEPCO 본사에서 이천휴게소까지는 52km 가량. 완전 충전한 상태에서 출발해도 난폭운전을 하거나 노면상태가 극도로 불량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ECO모드라는 주행 중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다.

중부고속도로에 차가 접어들자 속도를 더욱 낼 수 있었다. 이 차량으로 시속 135km까지 올려 본 적이 있다는 배 차장은 “일반 차량에 비해 고속 주행시 떨림 현상은 확실히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도 일반차량 통행료 부과

급속충전하는 모습

이천휴게소까지 52km의 거리를 달려 이천휴게소까지 오자 약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주차장에 위치한 충전소에 차를 세우자, 다른 차들 몇 대도 같이 주변에 섰다. 알고 보니 고속도로에서부터 신기하다며 따라온 일반 시민이다.

시민들은 처음 보는 전기자동차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배기택 차장은 친절하게도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고, 시민들은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느끼는 듯 했다.

KEPCO는 이천, 음성, 오창휴게소 상·하행선 휴게소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충전소로 KEPCO가 ST(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분야를 선도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기택 차장
이 휴게소들과 KEPCO 본사와 대전 전력연구원에 있는 충전소를 합치면 총 12대의 충전기가 있다. 급속충전기(50kW)는 완전충전(배터리 잔량 20%→80%)에 약 20분이 소요됐고, 완속충전기(7.7kW)는 5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충전요금은 스마트카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KEPCO의 충전시스템은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가 충전율과 남은 시간, 전기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아직 시험 중이라 모니터에 1분이 남은 상태에서 실제 시간은 좀 더 걸리는 문제점은 있었지만 거의 모든 부분이 완벽해 보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톨게이트 요금소에서도 블루온은 화제였다. 차량의 종류별로 통행료가 부과되기에 경차를 모델로 한 블루온은 반액을 내면 될 것 같지만, 이날은 도로공사의 지침상 일반요금을 모두 냈다. 이는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였다.

블루온

전기자동차 동행 시승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표준화의 필요성이다. 현재 각 컨소시엄은 충전 커넥터들의 표준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의 방식으로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다행히 2월 16일 이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하루빨리 표준화가 진행돼 기술개발의 효율성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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