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보험사기
  • EPJ
  • 승인 2011.02.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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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퀵서비스 운전자 20여명이 골목길에서 역주행을 하는 차량을 노려 고의로 충돌사고를 일으켜 보험 합의금을 챙기거나, 탈북자 10여명이 국가의 정착지원금으로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공모해 충돌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허위 교통사고를 가장해 병원에 입원한 뒤 보험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소방공무원이 이행보증보험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거래업체와 거래를 하는 중 손실을 입은 것처럼 가장해 1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한 보험설계사 출신의 아내가 남편과 공모해 남편이 바다로 낚시를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것처럼 허위 사망신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후, 위조된 운전면허증과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갖고 다니며 도피생활을 하다가 수사기관에 붙잡힌 경우도 있다. 그 아내는 실종신고 2개월 전부터 3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 사건처럼 보험업에 관련된 사람에 의한 범죄는 직업 윤리상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다른 한편 보험제도상 문제가 없는지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손해보험의 성질을 갖고 있는 상해보험은 실손해 보상의 원칙에 따라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을 넘는 보험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의도적으로 보험사고를 통한 이익을 창출하려는 유혹을 받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해 생명보험은 보험의 목적인 사람의 경제적 가치를 일률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도의관념상 부적절하므로 생명보험에서는 보험의 목적인 사람의 가치인 ‘보험가액’이나 ‘피보험이익’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이 사망할 때 지급하는 보험금액을 제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복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수년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의사가 여러 생명보험에 가입해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던 사례가 있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보험료를 받고 가입한 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손해날 일이 없다. 오히려 보험회사는 이러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아, 보험가입의 촉매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를 접할 때마다 생명보험의 보험금액도 일정 한도 내에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피보험자의 상실수입액의 2~3배 범위로 제한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불의의 보험사고 발생으로 횡재를 하거나 팔자를 고치는 이득을 취하는 것은 보험의 도박화를 초래하고, 범죄발생을 조장하기 때문에 생명보험에서도 일정부분 보험금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보험사기로 보험금 지급금액이 늘어나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므로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만 손해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기 전력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추후 보험가입을 차단하거나, 사기보험에 연루된 보험설계사들의 재취업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져 궁여지책으로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많지만 보험사기는 위험의 대비수단인 보험제도를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므로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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