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저온 핵융합발전 가능성 열어두자
(권두언) 저온 핵융합발전 가능성 열어두자
  • EPJ
  • 승인 2011.02.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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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별들의 중심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 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 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를 ‘핵융합 에너지’라고 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핵분열반응을 이용한 원자력발전과는 대조적인 원리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게 된다.

지구는 태양과 달리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핵융합로’를 만들어야 한다.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수억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 에너지와 같은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과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핵융합 에너지의 경제성은 얼마나 온도를 낮춘 상태에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저온 핵융합(Cold Fusion)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연구해왔다. 1989년 영국의 마틴 플라이시만 교수와 미국의 스탠리 폰스 교수는 간단한 실험실용 탁상용 전기분해조를 이용해 실온에서 핵융합반응을 일으켰다고 발표했으나, 다른 과학자들이 같은 조건에서 그 결과를 재연하지 못하면서 일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 후에도 몇몇 저온 핵융합 성공 주장들이 있기도 했지만 모두 검증받지 못해 최근 들어서는 연구 자체가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2009년 미 해군과 한 벤처기업이 바닷물을 이용해 상온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해 다시 저온 핵융합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벤처기업이 재미 한국인이 경영하는 회사라 우리의 눈길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JWK인터내셔널(회장 김재욱)과 미 해군 우주해양전쟁시스템센터(SPAWAR)는 한 화학학회 회의에서 “20년 전 과학자들이 실패한 저온 핵융합 방식을 응용한 ‘저에너지 핵반응’ 실험을 3년 동안 한 결과 중성자를 계속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보고에 대해 외신들은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AFP통신은 “과학자들이 저온 핵융합의 돌파구를 열었다”고 보도했고, 뉴스위크는 “저온 핵융합에 대한 희망이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또 영국 BBC방송은 “이번 발표로 저온 핵융합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코멘트 했다.

이 방식이 저온 핵융합을 상용화 할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추출해낼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그 경제성도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 한국인이 이런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이자, ‘꿈의 에너지’의 영역에서 한 발 앞서갔다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 연구진들도 김재욱 회장의 경우를 교훈 삼아 현실에서 저온 핵융합의 성공이 어렵다고 좌절하지 말기 바란다. 또 저온 핵융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끊임없이 연구한다면 반드시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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