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보호와 이자제한
서민의 보호와 이자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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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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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식 변호사
“무이자.... 무이자... ”를 리듬에 맞추어 속삭이는 유명 연예인의 광고 멘트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업체가 일정 기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로 보인다. 광고처럼 장기간 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면 서민의 입장에서는 무척 고마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사채를 이용하도록 유혹의 미끼를 던진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길 것이다. 사채의 함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사채업자로부터 금전을 빌린 채무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업체 광고를 하는 연예인을 비난하는 등 사회적인 논란이 발생하는 것 같다.

원래 私法(사법)은 私的自治(사적자치)의 원리를 표방하고 있는바, 私人(사인)은 각자의 의사에 따라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계약자유의 원칙’을 누릴 수 있으므로 사인간의 채권 채무와 그 이자율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사회보장의 원리에 비추어 개인의 힘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1998년 IMF가 발생하기 이전의 이자제한법은 연 40%의 범위 내에서 최고이율을 연 25%로 규정했다.

그런데 금융위기의 발생으로 인해 서민들이 긴급한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자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이자제한법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서민들을 상대로 한 고금리 사채업이 성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들로부터 돈을 차용한 가난한 서민들은 연 수백 %의 이자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가계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불행한 상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자제한법이 부활돼 2007년 6월 30일부터 시행된다. 국가가 사채업자의 횡포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자제한법을 다시 부활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이자제한법 제2조 1항에서는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 이자율은 연 40%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최고이자율을 연 36% 정도로 법무부가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IMF 이전에 시중 실세금리가 12% 정도였을 때 최고 이자율을 연 25%로 제한하였던 것과 견주어 보면, 현재 금융기관의 금리나 대출이율이 연 7~8% 정도로서 IMF 이전보다 상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이율을 36%로 높게 정하는 것은 이자제한법의 제정취지나 목적에 상반된다.

외국의 제한이율을 살펴보면, 미국의 뉴욕주가 연 16%, 캘리포니아주가 연 13% 정도이며, 프랑스는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분기별 평균이자율의 1.33배 정도이고, 일본은 대출금액에 따라서 연 15~20% 로 최고이자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랄만한 것은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라 함)의 보호를 받는 대부업자들은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부업법이 존속하는 한 이자제한법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무슨 근거로 오직 대부업자에게만 국가가 연 66%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해 주는가? 대부업법은 대다수 서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오직 대부업자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대부업법을 옹호하는 자들은 대부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서민들에게 긴급자금을 융통해주기 때문에 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빈약한 채무자들이 연 66%의 이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는 순간부터 채무자는 신용불량자나 파산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법원은 근래 신용불량자의 경제적 회생을 돕기 위하여 개인파산과 면책, 그리고 개인회생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서 반복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국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채업자들이나 불법추심업자들이 채무자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요구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가하거나 어린 자녀들을 위협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추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불법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경제적인 약자인 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과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고려해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이율을 연 20~25% 정도로 정하고, 대부업법상의 최고이율은 이자제한법상의 최고이율과 유사하거나 또는 약간 높은 정도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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