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사건의 교훈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
  • EPJ
  • 승인 2011.01.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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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인터넷사이트 아고라토론방에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제목으로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을 작성, 게시해 수 만 명이 열람하게 함으로써 정부의 외환정책 및 대외지급능력에 대한 신뢰도 및 경제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미네르바는 헌법재판소에 동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47조 1항의 공익과 허위의 개념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며,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일제시대의 전신법이 폐지되고, 건국이후 최초로 1961년 12월 30일 제정 공포된 전기통신법은 전기통신이용자에게 합리적인 역무를 제공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법률상 평등의 원칙과 통신의 자유 및 비밀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의 사회공공성을 강조한 법이다.

그리고 1999년 6월 나우누리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을 삭제당한 대학생이 자기 글을 삭제했던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53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6:3으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다방면에서 사회적 이목을 끌었는데 연극배우의 누드나 외설적인 표현방식과 유명 축구선수의 골 세레모니 등이 표현의 자유로써 보호의 대상인가 등에 대해 아직도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입법이면서, 동시에 형벌조항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이 준수돼야 하는데, 동조의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개념은 형법구성요건 상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지 않은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또 어떤 표현행위가 공익에 반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사람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달라지고 현재의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아래서 공익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으며, 허위의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로 볼 때,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지에 대해 불명확하고 국민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범죄의 성립여부를 법관의 자의적 해석에 맡기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과거 2002년 헌재판결도 불온통신의 개념이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인데, 이번 미네르바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따라서 검찰이 정부정책의 비판자를 단죄하겠다는 의지에만 집착한 채 합리적인 법해석과 과거 판례를 무시한 행위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이용해 특정인의 인격을 모욕하는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번 헌재 판결을 보면서 국가권력의 감시역할을 하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정신에 근거해 불확정개념의 법으로 제한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사이버상의 표현은 자체토론과 정화작용을 통해 정제돼야 할 필요를 느낀다.

틀린 말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위반되지 않을지라도 이를 남용하는 것은 절제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수준이 비단 위법여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의 수준까지 상향돼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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