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 정상에 서다
탱크 최경주 정상에 서다
  • EPJ
  • 승인 2007.07.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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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나 정상에 오르는 사람을 보면 남다른 특이한 모습이 보인다. 지난 6월초에 일명 탱크라고 불리는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메이저 대회와 다름없는 초호화 출전선수 명단을 자랑하는 특급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경주는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럽버스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36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라이언무어(미국.272타)를 1타차로 따돌린 최경주는 시즌 첫 우승과 함께 통상 5번째 우승컵을 가슴에 안았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세계에서 최고수들로 불리는 타이거우즈(미국), 어니엘스(남아공), 바레이싱(피지) 그리고 애덤스콧(호주), 짐퓨릭(미국)등을 비롯해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빠짐없이 참가한 특급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거머쥐어 메이저대회 우승도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최경주가 타이거우즈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주최자인 ‘살아있는 전설’ 잭니클라우스(미국)는 최경주에게 우승컵을 건네주며 ‘최경주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7위로 나선 최경주는 초반부터 버디쇼를 펼치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1번홀(파4)과 3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뽑아내며 대역전 드라마의 서막을 알린 최경주는 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파를 잡아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계속해서 6번(파4), 7번(파5), 8번(파3), 9번홀(파4)에서 줄버디를 역어내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최경주의 탱크와 같은 뒷심을 나타낸 것은 그린공략을 놓친 마지막 3개 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방카에 빠뜨린 최경주는 2m 파퍼트를 집어넣고 두 번째 샷을 관중석으로 날려 보낸 17번홀(파4)에는 4.5m 파퍼트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1타 뒤진 채 먼저 경기를 마친 무어가 연장전을 기대하며 보고 있는 가운데 최경주는 18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멋진 벙커샷에 이어 1.5m 파퍼트를 어김없이 집어넣으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경주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잭 니클라우스는 ‘자네가 우승했네’라며 악수를 건넸고 최경주는 ‘니클라우스가 쓴 책을 열심히 읽었고 잭 니클라우스를 찍은 비디오를 몇 시간동안이고 본 것이 오늘 같은 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하면서 위대한 챔피온에 대한 예우를 표시했다.

최경주는 전남 완도에서 농사를 짓는 빈농 집안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힘이 센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역도를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 학비를 면제해주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완도 수산고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고, 한서고 김재천 재단 이사장의 눈에 띄어 서울로 전학했다. 군복무 후 서울시장배 우승한 뒤 프로테스트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 부인 김현정씨를 만나게 됐고 김 씨 부모로부터 우승하면 결혼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낸 뒤 2년만인 1995년 팬텀오픈에서 우승해 그해 12월에 결혼했다.

국내에서 8승 일본에서 2승을 올린 최경주는 Q스쿨을 통해 2002년 미 PGA투어 풀시드를 따내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한국인으로는 처음 미국 PGA투어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크라이슬러 챔피언십 우승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첫 4승 기록을 세웠고 지난주 메모리얼 토너먼트 재패로 1승을 추가해 통산 상금액은 130만3,968달러(약128억 원), 11일 현재 올 시즌 상금순위는 8위(216만 달러), 세계랭킹은 17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남긴다. 뚝심과 인내의 끈기로 버틴 정상의 자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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