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사업부제, 날개를 달다”
“독립사업부제, 날개를 달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07.02.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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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9개 사업본부 출범…독립사업부제 본격 시행

올해 본격 시행되는 한전 독립사업부제의 요체는 한마디로 본사(本社)로부터의 ‘독립’이다. 본사로부터의 지시와 통제, 그리고 견제를 받아왔던 지사(支社)가 이제는 책임경영과 독립회계를 주축으로 효율성 제고라는 경쟁시대를 맞았다는 뜻이다.

2004년 6월 노사정위원회의 배전분할 중단 결정과 독립사업부제 권고에 따라 지난해 9월 독립사업부제 실시를 선포한 한전은 올해 1월, 9개 사업본부장을 새로이 임명하고 글로벌을  향한 닻을 올렸다.

그러나 독립사업부제라는 바다에는 순풍만이 불지 않을 것이다. 한전은 적어도 2년 동안은 다양한 형태의 ‘독립’을 실험하는 등 기존 지사(支社) 제도와의 비교 검토를 거쳐 최종 ‘독립방안’을 마련하고 나머지 7개 지사에도 이를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자율경영와 독립회계 실시, 창사 이래 최대 변화

지난 2월 23일 이들 수장들은 저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담은 경영계약서를 손에 쥐고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았다. 사장과 경영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사업본부장들의 각오가 담긴 경영계약서에는 경영목표와 권한과 책임, 그리고 보수 및 성과급에 대한 세부기준은 물론 실행계획 등이 포함됐다.

지사에서 사업본부로 바뀐 독립 원년을 맞는 ‘수장’들의 각오와 의욕은 남다르다. ‘노사 합심이 관건’이라는 바람부터 ‘효율성 제고’가 목표라는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들 사업본부의 수장들의 공통된 일성은 ‘넘버 원’이다. 열정과 힘을 모아 노력해 전국 최고의 사업본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종래의 조직구조인 직능별 조직제도는 제조, 판매, 재무, 구매 등 기능을 구분한 ‘직능별’ 제도다. 그러나 이 조직제도는 전체적인 결정이나 조정 권한이 없다. 그러나 사업부제는 조직을 제품, 고객, 지역, 시장별 등으로 구분해 개별적인 경영단위로서 사업부를 만들고 각 사업부에 대폭적인 권한을 주는 분권관리의 한 조직 형태다.

본사로부터 사업활동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받아 책임단위로서 자율적인 구매, 생산, 판매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업부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SK그룹, 기업은행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사업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전 우선 15개 지사 중 고객호수 100만 이상, 판매량이 5% 이상인 8개 지사를 9개의 독립사업부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사업소를 현재의 부(과)체제에서 수평적 팀제로 개편했다. 전국사업소의 1,854개 부·과를 748개 팀으로 바꿨다.

9개 독립사업부의 조직은 2실(전략경영실, 영업실) 8팀(행정지원팀, 사업지원팀, 기술지원팀, IT지원팀, 고객지원팀, 요금관리팀, 전력공급팀)으로, 7개 지사는 1실(전략경영실) 5팀(행정지원팀, 고객지원팀, 요금관리팀, 설비관리팀, 전력공급팀)으로 구성됐다. 사업소 조직도 4개 팀(고객지원팀, 전력공급팀, 요금관리팀, 설비관리팀)으로 구성됐고 팀 수 및 팀장직급은 사업소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기존 부서간의 견제와 균형에서 고객이라는 새로운 ‘중심’으로의 무게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를 위한 효율적 업무 처리시스템으로 팀제를 선택한 것이다. 창사 이래 최대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독립사업부제 발족 이후 한전은 지난 연말까지 이에 따른 교육과 의식 등 부족한 부문을 보강해 왔고 올 초 사업본부장을 포함해 독립사업부 운영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직원들을 임명하는 등 독립사업부의 조직과 인사, 예산, 사업운영 등 경영전반에 대한 제도적 조건을 완료한 바 있다.

본사 권한 대폭적인 위양, 안정적 운영 여건 조성

부문별로 본사가 사업소에 위양한 권한의 주요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인사 부문에서 사업본부는 1직급 포함해 사업부내 직원의 관내이동 및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 또 이미 위양된 3직급의 승격권을 포함해 1·2직급 승격 추천권도 이번 위양에 포함됐다. 소속 직원에 대한 포상·징계권한 강화는 물론 소속 사업소장의 해외출장 및 휴가 승인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자율경영에 부합하도록 예산편성 및 운영권도 부여됐다. 사업본부는 정부 지침 내에서 손익예산의 자율편성과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자본예산은 총액 배분 후에 사업부가 자율편성해서 운영토록 했다. 매각 건별로 공시지가가 10억원 미만인 불용 토지의 처분권도 주어졌으며 공사업체에 대한 조달 승인도 가능하다.

조직기능도 막강해졌다. 사업부내의 모든 팀의 신설 및 폐지를 할 수 있으며 신설을 제외하고는 지점을 통·폐합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또 고객센터 계약 및 관리는 물론 검침용역 계약 및 관리, 중대형 축냉설비 설치계획 승인권한, 배전공사 단가계약 운영업무, 1, 2차 배전전압 승압계획 및 추진 등의 사업도 위양됐다.

본사 권한의 사업소 위양과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본사 중심의 지사체제를 자율경영체제 기반의 독립사업부제로 전환하면서 예하조직을 혁신적 팀제로 개편했다”며 “독립사업부의 자율적 책임경영을 위해 본사 권한을 혁신적으로 사업부에 위양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립재무제표로 경영실적을 산출하고 성과평가를 강화함으로써 사업부별 경영혁신과 원가절감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며 “독립사업부제를 통해 내부경쟁시스템이 정착되면 경쟁 마인드 강화와 원가절감 경쟁 등 수익증대 활동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업부 성과평가시스템은 사업부간 경쟁효과를 측정하고 공정경쟁을 유인하기 위해 수익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등을 균형있게 평가하고,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보상과 책임이 연계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운영된다. 사업부별 수익격차 등 태생적 한계를 고려해 자율설정 목표의 적정성과 목표대비 달성도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수반된다.

또 부문별 회계분리에 의해 경쟁성과를 도출, 사업부뿐만 아니라 사업부에 영향을 주는 타 분야의 효율제고를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를 지양하고 사업부 자율성 강화에 따른 독립적,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업부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해 사업부와 전사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사업부 목표달성을 통해 전사목표 및 정부평가에 직접 기여하는 체제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당분간 사업부제하의 금전적 보상은 현행 정부승인 인센티브를 배분하는 방식이 유지된다.

하지만 자율성 강화를 위해 사업부 단위 성과급은 본사가 결정하지만 사업부 내 예하사업소 및 개인별 차등지급 등은 사업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비금전적인 인사보상은 전사차원의 인적교류 등을 고려해 현행방식이 유지된다. 또 사업본부장의 계약기간 연장은 재임기간 중에 경영평가결과를 참조해 결정할 계획이다.

사업부제,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 계기

사업부제 실시와 관련해 한전 구조조정처 관계자는 “판매수입 등 사업부별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소에 대한 자율적인 관리활동이 강화되어 정전사고 감소 및 대고객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며 “한전이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전이 이처럼 사업부제를 선택한 배경은 앞서 언급한대로 2004년 6월 노사정위원회의 배전분할 추진 중단 선언과 독립사업부제 도입의 권고안에서 연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11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듬해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01년 4월에는 이 법률에 따라 한전은 6개 발전회사로 분리됐고 전력거래소와 전기위원회가 설치됐다.

발전분할 이후 배전부문에 대한 구조개편이 진행됐다. 그러나 전력노조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2004년 6월 노사정위원회는 배전부문의 도매시장 도입은 전기요금을 상승시키고 공급의 불안정성을 우려한다며 배전분할을 중단하고 독립사업부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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