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노벨상을 타려면…
한국이 노벨상을 타려면…
  • 박기웅 기자
  • 승인 2010.11.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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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올해 노벨상 발표가 모두 끝났다. 우리나라는 고은 시인이 문학상 부문에서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제외하고는 학술분야의 수상자가 전무하다. 국가경제규모와 발전한 국격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이다. 물론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상은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자, 수상자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명예라 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큰 부를 쌓은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전쟁에서 강력한 살상무기로 쓰이자, 이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대부분의 재산을 투척해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을 국적을 따지지 않고 수여하는 상이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817명의 개인이 이 상을 수상했다. 그 중 유대인이 184명으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고, 가까운 일본도 18명의 수상자를 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자부하고 있으며,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높은 한국이 노벨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입시에만 매달리고 창의성을 갖추지 못한 교육환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또 법대나 의대 등 당장 사회진출이 용이한 전공이 각광을 받으면서 기초과학분야는 비인기 학과가 되는 현실도 문제다.

실제로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신개념 전자소자인 그래핀 연구자 2명이 수상했는데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가 권위자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다. 김필립 교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응용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지만 노벨상은 응용기술 보다 기초적인 발견이나 발명을 한 연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와 교육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는 일본이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일본은 21세기 들어 기초과학 분야에서 거의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일본의 비결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프로젝트에 있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견해다.

눈앞의 성과만 바라보고 실용·응용 분야에 치우치는 대신 정책적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해 수준을 높였고, 과감한 투자도 한몫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795억6,000만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24억8,000만달러에 불과해 일본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초과학 육성에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바르 이에버 박사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서 강의를 하는데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예의바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굳이 노벨상을 타려고 강박증에 걸릴 필요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편향을 낳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국가가 기초과학에 투자하며, 토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교육이 정착되면 노벨상은 자연히 따라오는 부상이 될 것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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