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범섭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소장
국내 ‘전력계통의 두뇌’를 움직이다
인터뷰- 조범섭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소장
국내 ‘전력계통의 두뇌’를 움직이다
  • 최옥 기자
  • 승인 2010.09.10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예비율 예측, 공급 267만kW·사전수요관리 296만kW 준비
“전력계통은 살아있는 시스템”… 입체적 정보수집·상황판단 중요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 설치돼 있는 급전자동화설비(EMS, Energy Management System)는 중앙급전 발전기(20MW 이상) 314기와 회선길이 3만km에 달하는 전력계통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전력계통의 두뇌’라고 할 수 있다. 급전자동화설비는 동일한 사양으로 중앙급전소에 주기기가, 천안급전소에 예비기기가 설치돼 있다.

급전자동화설비가 불시에 정지되거나 고장으로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기품질의 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전력계통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 광역정전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낮은 예비율에 허덕였던 올 여름, 중앙급전소 책임을 담당하며 누구보다 가슴 졸였을 조범섭 중앙급전소장을 만났다.

2010년 8월 20일 오후 3시,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의 전력계통 감시시스템(일명 Wall Board)에 최대부하 6,989만kW가 찍혔다. 전력계통 운영 사상 처음으로 여름철 가장 높은 전력수요를 기록한 것이다. 올 여름 들어서만 벌써 9차례나 최대전력수요가 경신됐다. 당시 예비력은 446만kW(공급능력 7,357만kW), 예비율은 6.4%에 불과했다.

최대부하 6,989만kW는 지난해 여름철(6,321만kW)에 비해 668만kW, 약 10.6%가 증가한 규모다. 8월 중순 이후 휴가가 끝나 모두 일선에 복귀한 상황에서 더위까지 겹쳐 8월 20일에 최대전력이 시현된 것이다.

빠른 경기회복에 의한 산업용 전력수요의 증가와 폭염(서울 32℃)으로 인해 냉방기기 사용이 증가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전력판매량의 52.6%인 산업용수요가 14.7% 증가하며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활동 증가를 뒷받침한다. 냉방부하는 1,539만kW로 전체 최대전력의 22%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20.2%에 비해 이 역시 1.8%p가 늘었다.

조범섭 소장은 올해 여름은 예비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더욱 조바심을 많이 가졌었다고 밝혔다.

금년 여름철 최대수요를 7,070만kW으로 예측하고 공급 및 수요부문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힌 그는 하계 전력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작년에 비해 공급능력 267만kW를 확충하고, 사전수요관리 296만kW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급·수요부문 안정성 확보 위해 진땀

신규발전기 준공 104만kW, 발전기정비 및 출력상향으로 43만kW, 시운전발전기 출력확보 120만kW 등으로 267만kW의 공급을 확충하고, 지정기간 수요조정으로 151만kW, 주간예고 수요조정 100만kW, 수요 자원시장을 통한 45만kW 등 수요관리로 296만㎾를 끌어낸 것이다.

또한 대용량 발전기 불시정지, 이상고온으로 인한 수요급등 등의 비상상황으로 예비력 200만kW 이하 시 532만kW 수요절감 대책을 별도로 준비하기도 했다.

“여름철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확보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시운전발전기에 대한 출력확보를 위해 발전회사와 협의를 지속하고, 6월에는 여름철 전력수급 준비실태를 점검한 후 유관기관과 합동 위기대응 모의 훈련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또 전력수급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6~9월에 걸쳐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 소장은 또한 올 겨울 난방부하가 여름철 최대수요보다를 초과시현할 것으로 보고 겨울철에도 안정적 전력수급에 최선을 다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겨울철 급격한 전력사용량 증가로 최대 6,896만kW를 기록해 16년만에 겨울철 최대수요가 나타났다. 난방부하는 1,664만kW 수준이었는데, 올 겨울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겨울철 전력수요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년도에는 전력수급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 소장은 하계 최대수요를 7,132만kW로 전망했다.

“최근 5년간의 최대전력 증가 상황을 보면 작년까지는 계속 낮아지다가 금년에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설비용량 7,721만kW에, 여름철 최대수요는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예측된 대로 7,132만kW에 이를 전망입니다. 차질 없는 공급능력의 확충과 더불어 효과적 수요관리 대책이 전개될 경우 설비예비율은 8% 수준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 소장은 ‘전력계통은 살아있는 시스템’이라고 여기고 있다. 수급균형과 계통안정이라는 좌우날개로 이뤄진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개체라는 것이다. 때문에 조 소장은 위기상황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기하는 것보다 전 계통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정보수집과 상황판단을 중앙급전소 운영에 있어 가장 강조하고 있다.

그는 “업무 특성상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운영해야 하는 만큼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며 아울러 발전이나 송전설비 고장은 전력계통의 안정 운영에 기상 예측보다 훨씬 큰 영향을 주므로 수요 피크 기간을 잘 극복하기 위해 발전, 송전회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첨단의 설비와 시스템들로 중앙급전소가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최종결정은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일의 특성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중앙급전소 근무 직원들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팀웍을 더욱 향상해 조직의 화합을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