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로 송금한 금원의 수취은행에 대한 반환청구
착오로 송금한 금원의 수취은행에 대한 반환청구
  • EPJ
  • 승인 2010.07.19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주식회사가 처음에 현장소장으로 A를 임명해 공사를 하다가 B로 바꿨다. B가 공사에 필요한 전도금을 청구하자 P주식회사의 직원이 현장소장이 바뀐 사실을 모른 채 광주은행에게 K은행 왕십리지점에 개설된 전 현장소장 A 명의의 계좌로 6,000만원을 송금해 줄 것을 의뢰했다.

이에 광주은행은 타행환공동망시스템을 이용해 A 계좌로 금원을 송금했고, 예금원장에 P주식회사가 입금자로 기록됐다. 뒤늦게 잘못 송금한 사실을 안 P주식회사가 K은행에게 반환청구를 했을 경우 K은행은 응해야 하는가?

수취인 A와 K은행 사이의 예금계약 성립 여부는 송금 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되도록 한다는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해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고 해석된다.

즉 수취은행은 수취인계좌에 입금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입금된 여부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다59673 판결). 그러므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해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는다.

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송금의뢰인은 수취은행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없는바, K은행은 P주식회사에게 착오로 송금된 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반면 A가 K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원이 있는 경우라면 K은행은 A에 대한 대출금채권과 착오로 송금된 A의 예금을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결국 착오로 송금된 금원은 A의 K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의 변제로 먼저 사용될 것이고, 이후 P주식회사는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텐데, A가 자력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편 위 사례에서 P주식회사가 착오로 송금된 금원의 반환을 즉시 은행에 요구하고, 또 A도 착오송금에 의해 본인 계좌에 금원이 입금된 사실을 인정, K은행에 대해 P주식회사에게로 반환을 승낙한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에도 K은행은 A의 대출금채권과 상계처리를 할 수 있는가?

금융기관은 일반 영리회사와 달리 예금자의 재산보호와 자금중개기능, 그리고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에 참가해 송금·입금의 용역업무 등 공공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공공성을 갖는 자금이체시스템운영자가 그 이용자인 송금의뢰인의 실수를 빌미로 그를 희생시키고 애초 기대할 수 없었던 채권회수의 이익의 횡재를 취하는 것은 상계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일탈한 권리남용일 뿐만 아니라,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신의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P주식회사의 K은행에 대한 착오로 송금된 금원의 반환청구는 인용된다고 할 것이다(2010. 5. 27. 선고 2007다66088판결). 나아가 착오로 송금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수취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서 그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는 행위는 형법상 위법행위로서 금지되고 있다(대법원 2005. 10. 28. 2005도5975판결).

우리는 실생활에서 거래나 매매, 금전대여의 경우 직접 현금이나 수표를 건네주기에는 분실이나 금원의 정확성 등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 금융계좌에 송금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거래상대방이 잘못된 계좌번호를 알려주거나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정당한 수취인이 아닌 타인계좌로 송금하는 경우, 수취은행을 직접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상대방의 적극적 동의하에 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법원이 판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적 절차를 취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