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 전력계가 앞장서야
전기자동차 시대 전력계가 앞장서야
  • EPJ
  • 승인 2010.07.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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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블루오션인 전기자동차 개발에 한창이다. 전통적 자동차 강국인 미국·일본·유럽은 물론이고,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자동차 기술에 관한 한 우리보다 뒤진다고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 일본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와 함께 올해 안으로 전기자동차의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테슬라는 다목적 리튬이온배터리를 전기자동차용으로 치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도요타는 테슬라가 보유한 고유 배터리기술이 다른 전기차 전용 배터리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의 다임러와 중국 BYD는 전기자동차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유럽과 중국의 대응도 놀랍도록 빠르다.

특히 중국은 BYD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급속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BYD는 다임러와의 합작 이전에도 작년에는 폴크스바겐과 동맹을 맺었고, 지난 4월에는 가정에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e6’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의 한전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전망공사’는 올해 전국에 75개소의 충전소와 6,209개의 교류 충전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국가전망공사가 신에너지 자동차사업으로 진입하는 야심만만한 계획의 일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목표는 거창하다. 정부는 2015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해 세계 4대 전기차 강국이 되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전기자동차 개발에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i30 전기자동차(기존모델 개조)를 30대 출시하고, 내년에 300~500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닛산의 리프 연간 5만대 생산 계획과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9,000대 생산 계획과 비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고속 전기차 시범 운행을 해본 후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을 세웠는데 이렇게 되면 빨라야 내년에나 보조금 예산 집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거대 완성차 업체가 방관하는 사이 그래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중소 전기자동차 업체들은 보조금만 기다리다 도산할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전(KEPCO)가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은 어느 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내에 몇 개의 급속·완속 충전기를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본인은 과거 20여 년 전 전력연구원 시절 전기차 개발을 시도하다가 정부로부터 ‘자동차 업계가 할 일’이라며 제동을 당한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지지부진 할 것이었으면 그 때 왜 한전이 개발하는 것을 막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남은 희망은 한전과 전력계의 주도로 충전 인프라를 빨리 구축해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개발 속도를 견인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중국도 전망공사가 충전소 설치를 전담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전력계의 선전으로 민간 기업들을 이끌기 바란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 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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