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어음의 보충권행사와 시효중단
백지어음의 보충권행사와 시효중단
  • EPJ
  • 승인 2010.06.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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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K저축은행은 피고(C사)가 발행한 지급지와 수취인이 백지로 된 4억9,000만원의 백지어음을 소지하고 있다가 지급기일인 2004년 10월 1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07년 9월경 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한편 원고는 2008년 6월 23일경 백지부분을 보충해 2008년 7월 8일경 발행인인 피고에게 지급제시 했으나, 피고는 “백지어음 보충권은 만기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내에 행사해야 하고, 그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백지보충을 했더라도 어음상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어음금지급을 거절했다.

이 경우 원고의 어음금청구권이 과연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될까?

이는 백지어음 소지인이 백지부분을 보충하지 않고 지급제시를 하지 않은 채 소를 제기한 경우 어음금청구권 시효가 중단되는가의 문제이다.

먼저 시효중단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시효제도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바, 백지어음상태로 소를 제기했더라도 어음상 권리를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백지어음 상태에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과 균형을 맞춰 백지어음상태에서 소를 제기하는 행위는 시효 중단을 의욕하는 것으로 시효중단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어음상 권리·의무와 무관한 사항, 즉 수취인이나 확정일출급어음의 발행일 등이 백지인 어음에 의한 소송제기에 대해선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지만, 만기(지급기일)가 백지인 어음에 의한 소제기는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백지어음에 의한 소송제기는 어음금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키지만, 수취인 미기재의 백지어음을 재판 외에서 청구하거나 또는 채무자가 어음채무를 승인하더라도 소지인이 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없어 시효를 중단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1962 .12. 20. 62다 680)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2010. 05. 20. 선고 2009다48312)에서 만기가 기재된 백지어음은 수취인 등 다른 백지부분을 보충하지 않더라도 만기로부터 어음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에 대응해 어음 소지인도 발행인등 어음 채무자를 상대로 어음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킬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따라서 백지어음에 의한 어음금청구에 대해 발행인이 어음상 채무를 승인하고 어음금지급을 통해 어음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으므로 백지어음에 의한 어음금청구나 채무자승인은 소멸시효를 중단시킨다고 판시함으로써 종전의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백지에 대한 보충권은 그 자체로 어음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에 불과해 그 보충권이 어음상청구권과 별개로 시효가 소멸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어음상청구권이 시효중단에 의해 존속하는 한 백지보충권은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어 보충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즉 보충권 자체의 시효를 부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위 사례에서 백지어음 소지자는 만기로부터 3년 이내에 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어음금청구권의 시효는 중단됐고, 만기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수취인과 지급지를 보충해 어음금을 청구했더라도 어음금청구권이 시효중단으로 아직 존속하는 한 백지어음보충권은 행사할 수 있어 원고의 어음금청구는 정당하다.

또한 약속어음발행인에 대한 보충권(자체)의 행사기간이 만기로부터 3년임을 전제로 어음금청구는 시효완성 이후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부당하다.

따라서 백지어음을 소지한 자가 백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어음금청구를 했더라도 소제기 등의 방법으로 어음금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켰다면, 어음청구권의 시효가 지난 후 뒤늦게 백지를 보충했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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