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발전부터 배전까지 안정적 전기공급 위한 기술 지원 선봉
이승철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발전부터 배전까지 안정적 전기공급 위한 기술 지원 선봉
  • 최옥 기자
  • 승인 2010.05.12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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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운영 감시시스템, 지능 부하관리 시스템 등 개발

양질의 전력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에서부터 송·변전, 배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런 까닭에 이승철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각 분야별로 중요시 되는 현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그 결과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해 실증함으로써 전기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다.

저장이 되지 않는 전기의 특성상 단 한 순간도 가동이 멈춰서는 안 되는 발전분야. 발전설비 운영에 있어 계측값들은 기기 조작을 위한 결정적 근거가 된다. 이 교수는 연관된 계측값들 간의 상호 인과관계를 이용해 그 정확도를 판단하는 기법과 수많은 경보 및 기기 트립 신호들을 일목요연하고 신속히 관찰하고 판별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연구를 수행, 발전소 안정운전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현재 이 시스템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 설치, 시범운영 중이다.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향후 발전소 안정 운영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전기계 발전에 큰 공헌을 거듭해온 이승철 중앙대 교수를 만났다.

○ 발전사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계측값 검증시스템, 기동시퀜스 진행 감시시스템, 운전 상태와 경보 및 트립 신호 감시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으며, 현재는 그 시스템들을 실제 화력 발전소에 설치 중에 있습니다.

발전소는 수많은 기기들로 구성돼 있으며 운전 중 각종 파라미터값들이 일정 한계값을 초과하면 경보를 울리거나 발전소를 긴급정지(trip)시키도록 하는 방식으로 주요 기기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의 경우 기기는 전혀 이상이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계측값에 에러가 생기면서 멀쩡하게 돌아가는 발전소를 긴급 정지시키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발전소에서는 주요 계측기들을 이중, 삼중으로 설치함으로써 잘못된 계측값으로 인한 발전소의 트립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동일한 위치에 중복 설치할 경우, 같은 원인에 영향을 받아 중복설치한 측정값이 함께 에러를 함유해 발전소를 트립시키는 경우가 발생될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계측값 검증 시스템은 중복 설치된 계측값을 이용하기 보다는 상호 연관된 계측값들의 논리적인 일관성을 검토해 계측값을 검증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논리에 근거해 개발된 검증 기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운영상황을 한눈에… 신속한 상황판단 도와

○ 발전설비 기동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기동시퀜스 진행 감시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 발전소의 기동은 수 시간에 걸쳐 많은 기기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또 순차적으로 선후관계를 만족해 가며 조작해 나아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들을 거쳐 이뤄집니다. 기동시퀜스 진행 감시 시스템은 기동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ESMG(Event Sequence Monitoring Graph)라는 자료구조를 개발, 적용한 것으로, 발전소의 운영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고 경보 및 트립 조건에의 접근 상황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발전소의 운용 중에는 계속적으로 감시해야할 주요 파라미터들과 경보 및 트립의 원인이 수백개가 넘습니다. 특히 주요기기가 트립이 되면 수많은 경보가 동시에 들어와 정확한 상황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함께 POST(Plant Operating Status Tracking) 차트 시스템을 개발해 역시 현재 발전소에 설치 중에 있는데, 이 시스템들이 앞으로 운전 엔지니어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기기 운전상태 감시 POST(Plant Operating State Tracking) 차트
○ 송·변전 분야와 배전 분야에서도 안정적 설비 운영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셨는데.

- 송·변전 분야에서는 막대한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유발하고 전력계통 운영 능력의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광역정전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광역정전이 처음 한 두 개의 계통 사고나 발전소의 탈락으로부터 시작해 취약해진 계통에 연관된 고장들이 파급돼 발생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파급고장들의 시나리오에 기반으로 해 광역정전을 해석하는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또 세미나 등을 통해 이 기법을 발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후 스마트그리드 구현 시 이 같은 접근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배전분야에서는 수용가의 입장에서 불편이나 생산성의 저하 없이도 최대수요을 낮추고 전기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지능 부하관리 기법을 네트인텔리젠스(주)와 함께 개발해 현재 특허를 취득하고 데모시스템도 구현해 실증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기계 학회, 산·학·연 협력관계 구축위해 힘써야

○ 전기계 학회에서 담당해줘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며 그러기 위해 학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지.

- 그동안 국내 전기계 학회들은 양적 및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분야별로 세분화된 학술지 발간과 각종 학술대회를 주관해, 연구를 활성화 하고 활발한 연구결과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학술지의 수준을 꾸준히 끌어올려 국제적으로도 권위 있는 학술지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산·학·연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데 학회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할 것입니다.

발전소 기동 시퀀스 진행 감시 화면(ESMG: Event Sequence Monitoring Graph)
○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불붙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방향은.

-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은 시작부터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든 지간에 국민들에게 양질의 전기를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개편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편 후 전력요금이 내려가고 전력품질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이 전력의 공익성과 각종 전력 외적인 이유가 겹쳐져 턱없이 싼 상태에서 구조개편이 시작됐고, 그러한 요금 체계는 지금도 그대로 지속돼 전력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란 점에서 더 이상 전력요금이 내려 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전력품질 역시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한 상태여서 소비자 피부에 와닿을 만한 품질개선의 여지도 크게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력요금부터 현실화되고 전력산업에 관련된 주체들이 보다 공정하고 자유롭게 상호 경쟁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 나타나는 결과에 따라 보다 정확한 평가가 이루뤄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일지는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전력계 최대이슈는 ‘스마트그리드’라고 할 수 있는데.

-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거대하고 복잡한 전력계통 즉 전력망을 정보통신 기술과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보다 안정적, 능률적이며 친환경적인 지능형 망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기술이입니다. 스마트그리드의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정형이 있는 것은 아니며, 현재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의 선도국가로 선출되고,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설비의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 구현의 최우선 목표 중의 하나를 바로 전력계통 안정도의 획기적인 제고, 특히 광역정전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장 발생 시 전력계통의 운영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지 않고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부하관리 자원의 확보 기술이 개발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office building의 조명 및 콘센트 전력 절감 지능시스템 화면 일부
유망한 연구결과에 대한 실용화 토대 마련해야

○ 에너지 절감 기술 분야에 있어서 교수님께서도 상당한 공헌을 해오셨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현재 스마트그리드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소비자에 대한 실시간 전력 사용 및 요금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같은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그 정보를 활용해 전력요금을 절감하고 전력회사가 필요로 할 때 즉시 부하관리에 응동해 부하를 차단해 최대 수요전력을 저감시킬 수 있는 지식과 마땅한 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전력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위치에 설치돼 소비자의 전력사용 상황을 감안, 부하를 신속히 차단해 줄 수 있는 지능 부하관리 시스템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 연구실에서는 전력 수용가에 설치돼 수용가의 불편 없이 전기를 절약하고 전력회사가 필요로 할 경우 즉시 부하를 차단해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현재 특허를 취득, 테스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현재 건설 중에 있는 국내 대규모 지능 로봇 테마 파크에서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설치를 협의 중에 있습니다.

○ 그밖에 전기,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 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전력계통에 있어서 안정적 운영은 최우선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좋은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해도 새로이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해 실제 계통에 활용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때문에 중요한 H/W와 S/W들은 대부분 외국 회사의 제품들을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전력계통의 연구 활성화에 있어 분명 큰 장애 요인입니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유망한 연구결과들은 적극적으로 실증을 거쳐 실용화하고 독자적인 기술들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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