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소비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경우에 ‘일정 주기로 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 또는 ‘일정 주기로 금리가 변경된다’는 약관에 의거해 변동금리로 대출해 주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상당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대출 금리를 고정시키거나, 매우 미미한 정도로 인하해 실질적으로 상당한 대출이자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 임의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정한 이율에 의해 대출이자지급을 요구하는 경우, 소비자는 이에 따라야 하는가?
최근 국내은행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출고객으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징수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징수를 결정했고, 은행이 그 취소를 구하는 쟁송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시정명령취소결정(2008두4695)을 살펴보자.
K은행은 시장금리가 30%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를 고정시키거나 소폭 인하하는 방법으로 다수의 담보대출자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
그런데 ‘일정주기로 대출금리가 변경될 수 있다’는 약관조항은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대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은행은 그 이용자의 지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과다한 이율에 의한 대출이자를 징수한 행위는 은행이 고객과 거래관계에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 고객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써 공정거래법상의 위반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또 K은행의 ‘새론주택자금대출상품’의 대출약정서 제3조 제1항(주기변동이율대출)에는 ‘대출개시일로부터 ( )개월이 이르기 전에 대출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고자 할 경우에는 당해 상환금액에 대해 ( )%의 조기상환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K은행은 고객들과의 개별적인 대출계약을 체결할 때에 조기상환수수료의 징수기간, 징수율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동 조항의 괄호 부분은 빈칸으로 남겨뒀다. 그 후 K은행은 대출자들의 승낙 없이 임의로 약관조항의 빈칸을 보충 기재한 후, 그에 따라서 다수의 고객들의 계좌에서 수 십 억원 상당의 조기상환수수료를 징수했다. 은행의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가?
은행은 고객들에게 발송한 대출안내장에 조기상환수수료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여신기본약관 제8조는 명시적인 정함이 없으면 조기상환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고, 또 사업자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며, 이를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당해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약관설명의무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약관작성자 불이익원칙에 비추어 볼 때, 대출안내장에 기재된 조기상환수수료에 관한 내용은 대출의 개략적 안내에 불과할 뿐, 대출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으므로 조기상환수수료에 관한 약관의 내용은 대출계약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
이에 은행이 조기상환수수료를 부담시키는 기간과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징수한 행위는 은행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므로 조기상환수수료 징수행위는 취소돼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은행은 단순한 사적금융거래의 계약당사자의 지위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거래상대방인 일반 서민의 정당한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일반서민은 은행의 계약상대방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 이익의 버팀돌이 되는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인 개인소비자나 영세상인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금융기관의 나쁜 관행은 개선돼야 할 것이고, 이에 관한 금융감독기관의 감독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