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리퍼스(Sleepers)를 보고 나서
영화 슬리퍼스(Sleepers)를 보고 나서
  • EPJ
  • 승인 2010.04.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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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영화 ‘슬리퍼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년시절 비행으로 소년교도소에 복역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뉴욕의 슬럼지역 헬스키친에서 갱단두목의 심부름을 하며 뒷골목 생활을 하는 4명의 소년(존, 토미, 마이클, 세익스)은 핫도그를 파는 아저씨를 골려 주려다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게 돼 소년원에 투옥된다.

그들은 여러 명의 교도관들로부터 조직적인 성폭행과 폭력을 당하며 훗날의 복수를 다짐한다. 그들은 소년원에서 출소하며 모든 것을 잊자고 다짐했지만 유년의 불행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결국 복수를 결심한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후 갱단이 된 존과 토미는 레스토랑에서 과거 자신들은 성폭행한 녹스 교도관(케빈 베이컨 분)을 발견하고 권총으로 살해, 다시 법정에 서게 된다. 소년 중 한사람인 마이클(브래드 피트 분)은 검사돼 친구 사건의 담당검사가 되고, 다른 한 사람 세익스는 기자가 돼 친구 존과 토미를 돕는다.

마이클은 살해동기를 밝히기는커녕 무능하고 늙은 변호사 스나이더(더스틴 호프만 분)를 선임하도록 유도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사건에 대처하면서 다른 교도관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녹스의 성폭행사실을 증언하게 한다.

레스토랑에서 살해현장을 목격한 여인의 증언으로 이들의 유죄선고가 확실해 보였으나 세익스는 바비신부(로버트 드니로 분)에게 알리바이의 위증을 부탁한다. 바비신부는 소년들의 불행한 유년시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소년원에서 성폭행당한 사실을 전해 듣고 고민을 한다. 결국 신부는 종교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법정에 서 존과 토미가 범행시간에 야구장에 갔다고 위증한다.

이 영화에서 느낀 몇 가지 점을 생각해본다. 우선 어린 시절의 상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형벌이 돼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며 정신적 장애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코멘트를 통해 교도관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 친구들이 무죄로 석방된 후 검사 마이클은 불우한 소년원시절의 상처를 잊고 성공했지만 검사직을 사임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한다.

다음으로 정의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만일 소년원에서 교도관들의 조직적 성폭행을 사전에 발견하고 응징했다면 살인이라는 비참한 결과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사회 부조리와 제도적 범죄에 대해 직접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또 바비신부의 증언에 대한 평가다. 신부는 법정에서 증언대에 서기 전까지 고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소년들의 복수극을 완성시킨 휴머니스트가 돼 사법적 진실을 감춰 버렸다. 피고인들이 아닌 피해소년이었던 검사 마이클과 기자 세익스 그리고 바비신부는 범인은닉 및 위증죄를 범했다.

시민배심원들은 살해현장을 목격한 여인의 증언보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신부의 증언을 더 신뢰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중범죄의 유무죄 판단이 고의적인 위증이나 변호사의 적극적 연기능력에 의해 오도될 수 있다는 것은 배심제를 도입한 우리 사법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청소년 성폭행범죄에 대한 분노와 사회적 관심이 매우 뜨겁다. 어른들의 범죄, 악행, 그리고 잘못된 사회악의 구조로 인해 청소년의 일생을 망쳐버리는 오늘의 비극을 접하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슬리퍼스는 우리의 사법시스템과 소년보호소 등 교정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문의_숭실대학교 법과대학(02-820-0485)

◇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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