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절차
국제스포츠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절차
  • EPJ
  • 승인 2010.03.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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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경기는 국가 간의 우호증진과 친선활동에 그치지 않고 각 나라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경기를 하는 선수와 관전하는 관중 그리고 선수가 속한 국가의 국민이 서로 편을 갈라서 전부 아니면 제로(all or nothing)의 게임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전쟁의 유사점은 많지만 그 승패에 있어 전쟁은 전투력과 힘에 의해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데 비해 스포츠는 심판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심판의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여자 쇼트트랙스케이팅 3,000미터 계주팀이 1등을 했지만 주심판은 한국선수가 중국선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다.

한편 국제빙상연맹(ISU)은 경기규정 297조 2 b항에 부적격행위의 유형인 임페딩(impeding)을 고의적인 방해(deliberately impeding), 가로막기(blocking), 공격(charging) 또는 몸의 한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당시 주심판은 중국선수가 먼저 바통터치를 했으니 그가 인코스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국선수가 양보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중국선수의 진행을 방해한 행위라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한국선수가 중국선수 앞에서 이미 인코스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바통터치를 한 다음에 자기 길인 인코스로 진행한 것 일뿐, 오히려 중국선수가 부적절하게 밖에서 안으로 코스를 파고드는 크로스트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처럼 심판의 순간적인 착오나 실수로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배치되는 판정은 그 구제방법이 마련돼야 하는데도 ISU 경기규정에는 이의신청의 절차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경기규칙 위반에 대한 주심의 결정은 최종적이므로 어떠한 이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ISU 규정 297조 5 a항에 의해 이의신청의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주심은 판정에 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부심판은 주심의 조언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에 제소함으로써 오심을 정정할 수 있을까?

스포츠법과 중재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다수의 중재위원들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발생하는 판정시비, 약물복용시비, 선수자격시비 등의 분쟁을 심판하는 CAS는 각 당사자가 서면으로 동의해야만 중재의 권한이 부여된다. 따라서 주심판정을 CAS 중재에 회부하는 것은 중국 팀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는 한, CAS의 중재판정을 받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특정 주심이 반복적으로 특정 국가에 불리하게 자의적 판정을 하는 경우, 그 억제책이나 이의신청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그 존재의의도 상실될 것이다.

생각건대 ISU에 재심위원회을 설치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 주심판정에 오류가 밝혀지면 피해선수나 팀에게 추가적인 메달이나 순위를 인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이나 증권사기가 난무하면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듯이 운동경기에 대한 불공정 판정은 관중으로 하여금 스포츠를 불신하게 할 것이고 결국에는 외면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경기 당사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독립적 기구의 판단에 의해 강제중재가 가능하도록 ISU 규정과 CAS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최정식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박사. 병무청 행정심판위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법률 고문 등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남부지법 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법학연구소 외래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상법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집단소송법 이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문의_숭실대학교 법과대학(02-820-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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