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자동차, 군수, 항공 산업 전반에서 비파괴 검사 역할 기대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시멘트, 철강, 핵연료 검사 등 산업현장에선 물질의 구조나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중성자 비파괴 검사를 한다. 물질을 통과하는 중성자가 물질 구성 원소의 원자핵과 반응하는 원리를 이용해 해당 물질을 파악하는데, 중성자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캘리포늄(Cf-252)에서 얻고 있다. 캘리포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으며, 연간 수십억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 산업현장에서는 중성자 발생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 장치는 티타늄 표적에 이온빔을 조사해 중성자를 만드는 장치다. 방사성동위원소가 아닌 장치로부터 중성자를 얻어 비파괴 검사를 하는 길을 찾은 것이다.
중성자 발생장치를 여러 산업에 활용하려면 다량의 중성자가 필요하고, 간편하게 이동·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중성자가 많아야 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고, 이동과 설치가 쉬워야 현장에서 바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선량·이동형 중성자 발생장치가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김선호 핵물리응용연구부 박사 연구팀이 고에너지의 중수소 이온빔을 만드는 장치인 ‘ECR 플라즈마원’과 발생된 이온을 가속하는 ‘가속부’를 새로 개발했다고 9월 21일 밝혔다.
개발 장치는 세계 최고 수준인 1010n/s(Neutron per Second, 1초에 100억 개의 중성자 발생)의 고선량 중성자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이동형 장치보다 10배 이상의 중성자를 생성해 검사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좋은 장치는 미국에서 만든 설비로, 고선량 중성자를 만들 수 있지만 규모가 상당히 커 이동과 설치가 어렵다. 반면,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장치는 세계에서 두 번째 성능을 가지면서 차폐체와 제어 시스템을 포함해도 트레일러 1대에 싣고 이동할 정도로 이동과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ECR 플라즈마원은 중수소를 이온빔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성능 향상을 위해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과 부품 구조를 변경해가며 자기장 구조를 최적화했다. 그 결과 이온빔 성능을 35mA에서 50mA까지 끌어올렸다.
가속부는 이동이 가능한 크기 내에서 최대한 높은 에너지를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전체 배치나 형상을 조금씩 바꿔가며 설계 전체를 바꾸는 실험을 5~6차례 진행해 그 성능을 150keV에서 200keV(1.5V AA 건전지를 약 13만4,000개 직렬 연결한 전압)까지 끌어올렸다.
개발한 중성자 발생장치는 향후 자동차-항공기-군수 산업 핵심 부품의 비파괴 검사, 제철이나 석유화학단지 플랜트, 핵연료의 실시간 진단, 공항이나 항만 등 주요 국가시설 폭발물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에서는 현재 낮은 중성자 발생 선량 장치부터 산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올해 4월 성공적으로 연구소기업 큐빔솔루션을 창업해 투자유치까지 성공했다.
이동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은 “향후 완성도를 높여 산업화를 진행한다면 관련 산업 발전과 수입대체 효과, 나아가 해외시장 선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