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EC, 원자력 설계기술 역수출의 장미꽃을 피우다
KOPEC, 원자력 설계기술 역수출의 장미꽃을 피우다
  • 한동직 기자
  • 승인 2007.06.05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버스토리] 한국 원자력발전을 이끌다 - KOPEC편

▲ 권오길 기술관리처장.
KOPEC은 1975년 10월 원자력기술의 조기 기술자립을 통해 원전건설을 국산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수출을 이룩한다는 국가적인 사명을 가지고 설립됐다. 원자력 설계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3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 원자력 선진국으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원전 설계전문회사인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이하 KOPEC)가 큰 몫을 담당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과 구성원 전체의 노력으로 KOPEC은 이제 한국표준형 원전 OPR 1000과 차세대 신형 경수로 APR 1400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았고 기술을 제공받은 원자력 선진국에 기술을 역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KOPEC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발전과 그 궤를 같이해 왔으며 설립 이래 매 10년마다 한 단계씩 큰 걸음으로 발전하고 있다.

설립 이후 10년, 원자력 기술기반을 다진 ‘기술축적기’

권오길 기술관리처장은 “1975년 설립 이래 약 10년간은 정부차원의 육성정책을 바탕으로 원자력 설계기술력의 기반을 구축한 ‘기술축적기’라 할 수 있다”며 “인력을 선발해 외국에 교육훈련을 보내고 원전 설계용역을 수행하는 외국 기술회사에 파견함으로써 실제 설계업무에 참여토록 했으며 국내 건설현장에 파견해 실무를 익히도록 함으로써 설계자립의 토대를 다졌다”고 밝혔다.

1979년 6월부터 1년간 벨지움의 벨가톰사에 42명을 파견, 시행한 KOPEC의 원자력발전소 계통설계 기술전수 훈련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규모 해외교육이었다.

또한 KOPEC은 외국 기술회사와의 기술전수 협정에 따라 고리 3,4호기 및 영광 1,2호기 건설과 관련, 수십 명의 인력을 미국 백텔사에 파견한 바 있고 울진 1,2호기 건설과 관련해서는 프랑스의 프라마톰(Nuclear Island 설계)과 알스톰(Conventional Island 설계)에 파견해 실 설계업무를 수행하며 기술을 배우는 OJT(On the Job Training) 훈련을 받게 했다.

동시에 고리, 영광 및 울진 원자력 건설 현장에 많은 기술 인력을 보내어 현장설계 업무 및 건설·기술관리 업무를 수행토록 함으로써 실무경험을 쌓도록 했고, 강력한 교육훈련과 더불어 기술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 설계를 논의 하는 기술직원들.
영광 3,4호기 원전설계 완성을 통한 ‘기술자립’ 목표 달성

이러한 기술축적 노력의 결과 1987년 4월 KOPEC은 영광 원자력 3,4호기 종합설계 및 원자로계통설계의 주계약자로 선정됐다. 그 당시 KOPEC은 자부심과 열정으로 한마음이 돼 처음으로 해보는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에 열심을 다했다.

권오길 기술관리처장은 “부족기술의 자문을 위해 외국 기술회사를 하도급사로 두긴 했지만 사업추진 체계를 수립하는 일과 중요한 기술적인 결정은 KOPEC의 몫이었던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일하자’라는 사훈의 정신에 따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KOPEC은 세부적인 설계업무 절차를 수립하고 원자력 규제요건과 최신 기술을 반영해 설계요건을 수립했고 대형 컴퓨터를 도입, 설계해석과 계산을 수행하고 참조 기술자료 들을 분석하고 실제 설계에 적용하는 등의 일을 한 단계 한 단계 꼼꼼하게 진행했다.

권 처장은 “1995년 말 드디어 우리들의 기술로 설계한 영광 3호기가 성공적으로 준공됐다”며 “이로써 KOPEC은 ‘원자력 기술자립’이라는 국가적인 목표를 달성했고, 우리나라는 원전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가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KOPEC이 설계한 영광 3,4호기는 1,000MWe급 가압경수로로 지금까지 중대한 사고 없이 높은 가동율을 유지하며 운전됨으로써 그 안전성과 편의성이 입증된 우수한 발전소다. 영광 3,4호기 원전의 설계국산화는 원자력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 걸친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됐다.

1978년에 준공한 고리 1호기는 기자재 국산화율이 8%(금액기준-이하 동)에 불과했지만 영광 3,4호기 준공시점에 이르러서는 국산화율이 74%로 껑충 뛰었는데 이는 KOPEC이 설계과정에서 국내 기술규격과 국내 시장여건을 세밀하게 반영한 결과다.

또한 원전에 관련한 엄격한 기술요건과 품질보증 체계를 국내 원전 기자재 공급업체들에게 적용함에 따라 그들의 기술과 업무체계가 국제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전기가 됐다.
KOPEC이 수행한 종합설계 역무내용에는 방대한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체계적이고 경제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공정, 비용 및 사업관리 업무가 포함되는데 이때 정립한 사업관리 기법이 황무지와 같았던 우리나라 PM/CM 기술의 초석이 됐다.

이와 함께 KOPEC은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자력 2~4호기 설계에도 비중 있게 참여했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한국표준형원전인 OPR 1000(Optimized Power Reactor 1000)으로 일컬어지는 울진 3,4호기 설계개발에 착수했다.

KOPEC 설계, 터빈3D
개량원전과 차세대원전 개발에 성공한 원전기술 ‘성숙기’

권 처장은 “1996년부터 10여 년간의 기간은 KOPEC의 기술역량을 일층 고도화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경쟁력 기반을 다지는 ‘성숙기’라 할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KOPEC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는데 외국 기술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립한 설계기술을 응용해 성능이 훨씬 뛰어난 원자력발전소 모델의 독자적인 설계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KOPEC은 OPR 1000 모델 발전소인 울진 3,4호기의 설계를 완성했으며, 이 설계를 KEDO 원전에 적용해 국제적으로 그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OPR 1000 설계가 적용된 영광 5,6 및 울진 5,6호기 발전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성능을 보이고 있다.

이어 OPR 1000의 안전성, 기술성, 경제성 및 운전보수성을 한 차원 향상시킨 OPR 1000+를 개발해 신고리 1,2 및 신월성 1,2 원전 설계에 적용하고 있으며,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1,400MWe급의 APR 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을 개발, 신고리 3,4호기 설계에 적용함으로써 선진·자립화된 설계기술을 세계 속에 당당히 과시하게 됐다.

이 기간 동안 KOPEC은 기술개발에 회사의 총력을 기울였고 급속하게 발전한 IT기술을 설계프로세스에 본격 적용해 설계전산화시스템 IPIMS(Integrated Project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을 구축했다. IPIMS는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EDB), 3D CAD 및 문서관리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업관리시스템(PMS)와의 연계를 통해 비용, 공정 자재 관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소위 4D CAD를 구현하는 기능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발전소 설계뿐 아니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설계, 가동 원전의 성능개선 및 계속운전, 노후 원전의 폐로 등의 분야에서도 KOPEC만의 노하우와 신기술 개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 KOPEC이 설계한 영광원전 전경.
원전의 해외수출을 위한 ‘도약기’

권 처장은 “2006년부터 향후의 10년간을 우리들은 ‘도약기’라 정의하고 그동안 국내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해외수출을 실현하기 위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전건설 장려를 위해 에너지법을 개정한 미국, 경제개발에 따른 전력수요 확충방안으로 원자력을 채택한 중국, 부족한 전력개발을 위해 원전을 고려하고 있는 동남아 등의 개도국은 앞으로 우리가 진출을 도모해야 할 중요한 해외 원자력 시장”이라고 밝혔다.

KOPEC의 원전설계 기술력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과거 원전기술을 배운 선진 외국회사들에게 기술을 역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권 처장은 강조했다.

KOPEC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AP1000 원전개발에 최대 60여명 규모의 KOPEC 엔지니어가 참여해 중요한 설계기술을 지원했고 대만에 건설 중인 렁맨 발전소 설계에도 상당수 기술인력을 지원하는 등 해외의 원전설계에 참여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권 처장은 “설계기술의 수출은 이제 시작으로 이를 위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전력그룹사와의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하고 내적인 기술역량도 가일층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KOPEC은 원전설계기술 고도화를 위한 로드맵을 정립하고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술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권 처장은 “메이드인 코리아 원전의 해외건설 실현이야말로 그동안 KOPEC에 대한 국민적인 지원과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요 우리들의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 KOPEC 회사 야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