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연료 문제 공론화 할 때 됐다
사용후연료 문제 공론화 할 때 됐다
  • EPJ
  • 승인 2010.02.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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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아랍에미리트연합)발 호재가 원자력계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고, 정부는 2030년 원자력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터키와 인도 등에서도 또 다른 원전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바야흐로 원자력분야가 新수출동력산업으로 자리 잡을 태세다. 우리 원자력이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했나 하는 놀라움과 기쁨이 만면에 미소를 짓게 한다.

또 아직 우리가 국산화 하지 못한 원자력 3대 기술(설계 코드, MMIS, 냉각재펌프)도 2012년까지는 기술 자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원자력발전사업 수출에 걸림돌이 모두 사라지게 돼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4년 후인 2014년이면 1974년 체결한 한·미 원자력협정 기한이 만료돼 재협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협상에서 반드시 사용후연료 재활용(재처리)의 허용을 얻어내야 한다. 그 이유는 대단히 많다.

원자력 주기인 ‘우라늄 채광→농축→핵연료제조→사용→사용후 연료 재처리’에서 마지막 단계인 재처리는 원자력연료 기술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 기술을 우리가 가지지 못하면 원자력 기술의 자립은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에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어떤 형태의 형질 변경과 타용도의 사용도 허용한 바 없다. 이는 우리의 비핵화 선언과 함께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후연료 재활용을 한다고 해서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에 가깝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잠시 핵무기 제조 움직임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40년 가까운 과거의 것이고,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를 시도할 리가 없다.

사용후연료 재활용 허용은 북핵문제와 전혀 별도의 사안으로 봐야 하고, 우리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저장 시설이 포화단계에 이르고 있어 우리로서는 이의 해결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물론 사용후연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아직 재활용으로 결정된 바 없고, 어쩌면 완전히 격리시키는 직접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재활용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극 수용해, 우리의 사용후연료 재활용 주장이 ‘북핵문제’와 ‘핵주권’과는 전혀 관계없는 경제적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에서의 사용후연료 재활용 허용을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있다.

작년에 시작하려다 여러 이유로 중단된 사용후연료 공론화 과정이다. 공론화를 통해 우리의 정책이 결정돼야 원자력협정에서도 우리의 안을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과거처럼 원자력이라 하면 ‘방사능오염’을 떠올리는 우매한 국민이 아니다. 이제 원자력은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으며, 국민과 친숙한 친환경에너지로 인식되고 있다.

계속 멈칫거리다가는 현재의 저장공간이 포화상태가 된 후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사회적 혼란만을 가져올 것은 분명한 일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좀 더 자신 있게 ‘사용후연료 공론화 과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 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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