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수출, 그 이후를 대비하자
원자력 수출, 그 이후를 대비하자
  • EPJ
  • 승인 2010.01.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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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참으로 기다리고 기다려 온 낭보가 전해졌다. 총 400억달러 규모의 UAE 상용 원자력발전소 수주. 이 얼마나 벅찬 감격의 순간인가. 원자력발전 30년 만에 우리는 원전을 수출하는 6대 강국의 반열에 든 것이다.

한국형 원전은 지난 30년간의 지속적인 원전건설 및 운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UAE측으로부터인정받았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능력(2008년 기준 원전이용률 93.3%)을 시현했고, 분야별 기술자립계획 추진 등으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또 설계 표준화와 최신 시공기술 적용으로 최단기의 건설 능력을 보유했고 설계에서 유지보수까지 원전 全단계에 걸친 강력한 공급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정부간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는 원전 수출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협력 외교도 한 몫을 단단히 했으며 한국형 원전의 최초 수출 달성을 위한 한전 등 참여기관의 헌신적인 노력도 주효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냉혹한 국제입찰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 마음껏 기뻐하자. 승리의 노래를 부르자. 그동안 고생했던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 우리 원자력 일꾼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이번 UAE 원전 수주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는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직접적 수출액인 200억달러는 중형차 100만대와 초대형 유조선 180척, 대형 여객기 62대를 수출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 온다.

이에 더해 60년간 원전연료비와 운영, 정비 등으로 200억달러의 후속 수출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연인원 1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군 이래 이만한 경사가 우리 산업계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쁘고 원자력계와 전력계 후배들이 대견하다.

이번 수출로 우리는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추가 해외진출 가능성이 향상됐고,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이 됨으로써 선진 기술력 및 원전산업강국의 국가이미지를 획기적으로 제고해 국가품격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에서 원전수출국으로서의 위상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원전 협력은 건설에서 운영까지 약 100년간의 장기 협력프로젝트이므로 UAE와 장기적인 상호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UAE 이후의 원자력발전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르네상스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중동과 중국을 비롯해 수십 기의 원전이 곧 발주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원전 도입국의 수요, 수출 가능성 및 사업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수출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특히 터키, 요르단 등 원전 도입 계획이 가시화된 신규 원전시장을 중심으로 민관의 역량을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 현지 사업자 및 유력 원전 사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 중국, 인도 등 거대 원전 시장의 틈새를 개척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향후 30기 내외의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중국은 ‘신에너지산업발전계획’을 통해 2008년 900만kW인 원전 설비를 2020년 8,600만kW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또 인도는 2008년 400만kW인 원전 설비를 2032년 6,300만kW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50여기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전망이다.

이렇게 세계 시장은 열려있다. 이제 막 물꼬를 튼 우리 원자력 수출이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자력 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도 할 일이 많다. 우선 원자력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에 원자력 전공은 5개 대학에 밖에 없다. 이를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원자력 수출 전문 회사를 민·관이 합동으로 설립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 하다.

우리는 원자력 수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UAE 이후 다가올 많은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09년이 이렇게 기쁨 속에 마무리됐다. 경인년인 2010년은 이 기쁨과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전력계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 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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