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전자선을 활용해 고가의 백금을 기존 대비 절반 가량만 사용하고도 고품질의 성능을 구현하고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연료전지 촉매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은 업체 이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상용화 될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백금저감 수소연료전지용 촉매 제조기술’을 제브(대표 하태성)에 이전하는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고 5월 8일 밝혔다.
정액기술료 5,000만원에 매출액의 1%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이다.
제브는 전자선 및 X선 조사, 전자선가속기 설치 운영, 개인피폭선량(중성자) 측정 서비스 등을 전문으로하는 기업이다.
이전 기술은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이용부 엄영랑 박사 연구팀이 전자선을 활용해 백금 사용량을 기존 대비 40% 줄이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코어(중심)-쉘(껍데기) 구조의 수소연료전지용 촉매 제조기술이다.
연구팀은 10MeV, 80k㏉의 전자선을 철 전구체가 녹아 있는 용액에 3분간 조사한 다음, 백금 전구체를 추가하고 40k㏉의 전자선을 1분간 조사해 중심(철)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백금) 구조의 촉매를 제조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그 중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는 발전장치 구성 시 부피와 무게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모빌리티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연료전지의 촉매로 백금-탄소 복합체가 사용되는데, 백금의 비싼 가격과 약한 내구성으로 인해 대체물질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다.
일반적인 수소연료전지용 촉매 제조 방법은 전기 도금법이나 초음파를 활용한 공정 등이 있다. 이 경우 용매 또는 전구체 종류 선정이 까다롭거나 가스의 압력을 조절하며 입자 배열을 조정하는 특수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제조시간이 오래 걸려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해 전자선 조사법은 용매나 전구체 종류에 상관없이 용액에 전자선을 조사했을 때 1~3분 이내에 화학반응이 이뤄지며 대용량 전기로를 사용한 단순 열처리만으로도 제조가 가능하다. 전자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사선으로 물질에 쪼였을 때 산화-환원 반응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10MeV급 고에너지 전자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한 번 조사할 때마다 50ℓ 정도의 대용량 조사가 가능해 기존 g 단위에 비해 ㎏ 수준의 촉매를 제조할 수 있다. 전자선을 활용한 촉매 제조기술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저에너지 전자선을 사용했기 때문에 용매 내 투과력이 약해 소량 생산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제브, 중앙대학교 등과 협력해 시제품 제작, 분말특성 평가 및 전기화학적 성능평가 등을 진행했다.
이번 기술은 엄영랑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이용부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고부가신소재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정영욱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소연료전지 상용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구의 미래를 위한 방사선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