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풍력 특별법… 사업 불확실성 커
산으로 가는 풍력 특별법… 사업 불확실성 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3.03.07 2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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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법안 병합 심사… 적용범위·예비지구 지정 등 쟁점
기존 사업자 권리 침해 해소 방안 없인 갈등만 유발
현재 국회에서 병합 심사 중인 풍력 보급 촉진에 관한 3개 특별법안의 쟁점을 살펴보는 설명회가 3월 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다.
현재 국회에서 병합 심사 중인 풍력 보급 촉진에 관한 3개 특별법안의 쟁점을 살펴보는 설명회가 3월 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렸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를 통한 주민 수용성 강화와 인허가 간소화 등으로 풍력 보급을 확대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 일부 내용이 오히려 풍력 활성화를 저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분과와 한국풍력산업협회는 3월 6일 전경련회관에서 국내 풍력발전 촉진을 위해 김원이·한무경·김한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개 특별법안의 쟁점 사안을 살펴보는 설명회를 가졌다. 법안 설명은 이경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보급과장과 김인경 해양수산부 해양공간정책과장이 맡았다.

이날 현장에는 풍력업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관련 질의를 쏟아내며 풍력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풍력업계는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입지발굴을 통한 수용성 확보와 인허가 단축으로 풍력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법안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존 사업자의 권리 침해를 비롯해 신규 민간사업 허용여부, 정부조직 전문성 등에는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자칫 현재 처한 여건이 다른 사업자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조속한 법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다룬 3개 법안은 지난 2월 20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됐다. 당시에는 병합 심사에 따른 문제점 논의만 이뤄진 가운데 오는 3월말 관련 법안 소위원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다.

위촉위원에 산업계 빠져 형평성 어긋
현재 국회에서 병합 심사 중인 풍력 보급 촉진에 관한 3개 특별법안은 용어와 환경성평가, 인허가 의제, 예비지구 지정 등 일부 내용에서 차이를 보일 뿐 상당부분 유사하다. 2021년 5월 발의된 김원이 의원안의 경우 육상과 해상 모두에 적용하는 법안인 반면 한무경·김한정 의원안은 해상풍력에 한정된 내용을 담고 있다.

예비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민관협의회 구성, 발전지구 지정, 사업자 선정, 실시계획 승인, 착공에 이르는 기본적인 추진체계가 같다보니 절차적으로 논란을 불러올 부분은 크게 없어 보인다.

다만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위촉위원에 산업계는 빠진 채 어업인을 포함시킨 내용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인허가 의제 협의기간을 뒀지만 해상교통안전진단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 지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계획입지제도 틀 안에서 풍력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군불만 때다 또 시기를 놓치지 말고 이번에는 반드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경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보급과장(왼쪽)과 김인경 해양수산부 해양공간정책과장(오른쪽)이 법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경수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보급과장(왼쪽)과 김인경 해양수산부 해양공간정책과장(오른쪽)이 법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업성 담보할 정부조직 전문성 확보 필요
3개 법안 가운데 풍력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최대 쟁점은 신규 민간사업 허용 여부와 기존 사업자 권리를 다룬 내용이다. 프로젝트 개발에 짧게는 6~7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풍력사업 특성상 최종 법안 내용에 따라 사업자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해상풍력에 국한된 한무경 의원안에 따르면 법 공포 후 예비지구·발전지구 이외 지역에선 풍황 계측기 설치허가가 금지된다. 또 법 공포 3년 후에는 예비지구·발전지구 이외 지역의 발전사업허가도 금지했다. 결국 민간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해상풍력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한정 의원안에는 예비지구·발전지구 이외 지역에서 민간 사업자가 풍황 계측기 설치를 포함한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입지 적정성 검토를 거쳐 인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 신규 민간사업을 제한하는 별도 내용은 없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계획입지 성격상 민간사업자의 개별적인 사이트 발굴을 제한하는 조치는 입법 취지에 비춰보더라도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정부조직인 위원회·추진단이 프로젝트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입지 발굴과 기본설계 수행능력을 확보하고 있냐는 점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개발에서 경제성을 판단하는 작업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경우에 따라 내부수익률(IRR)을 낮게 잡을 수 있는 발전공기업 중심의 개발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긴 시간과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는 해상풍력 개발 구조상 체계적인 계획수립이 중요한데 적절한 시기와 규모의 프록제트 공모가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사업자들이 이번 법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이 추가적으로 담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수 산업부 과장이 3개 특별법안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경수 산업부 과장이 3개 특별법안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 발전지구 편입 근거 없어 입찰참여 불가피
한무경·김한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이미 풍황 계측기를 설치했거나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기존 사업자의 권리와 지위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조항만 놓고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법안 해석에 따라 기존 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법안 설명회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여러 질의를 받은 이경수 산업부 과장은 대부분 확정된 바 없다거나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붙여 답변했다.

한무경·김한정 의원안에 따르면 정부는 예비지구 지정을 위해 이미 설치된 풍황 계측기를 매수할 수 있다. 이때 가격 기준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정해진다. 이에 따라 풍황 계측기 설비가격 이외에 그동안 투입한 개발비용을 적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풍황 계측기 매수와 관련해 이경수 산업부 과장은 “예비지구 내에 이미 설치돼 있는 풍황 계측기를 강제로 수용할 수는 없다”며 “사업자 동의하에 풍황 계측기 매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사업자가 풍황 계측기 매도 의사가 없을 경우 해당 지역을 제외하고 예비지구를 지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풍황 계측기 소유자는 개별사업으로 추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 시행 후 위원회의 입지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 예비지구 편입 없이 사업자 스스로 개발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사업자는 이번 법안으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 법안으로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사업자의 경우 신청을 통해 예비지구로 편입될 수 있는 내용만 있을 뿐 발전지구로 포함시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과정에 참여해야 기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부가 내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사업자가 불확실한 우대조건을 믿고 순순히 입찰에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이경수 산업부 과장은 “예비지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존에 취득한 발전사업허가를 취소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인허가 진행 시 입지 적정성 평가나 예비·발전지구 요건 충족여부 검토 등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주민 수용성과 환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발전지구로 그냥 편입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발전단가 경매방식에서 추가 가점을 주는 형태로 기존 사업자를 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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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업계 2023-03-09 09:43:10
주민 수용성과 환경성을 확보하지 않고 발전사업허가를 받을 수 있나요? 이해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