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도입 50년 만에 최초 원자로 수출 쾌거
원자력 도입 50년 만에 최초 원자로 수출 쾌거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0.01.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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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요르단 연구로 건설 최우선 협상자 선정

원자력硏·대우건설 컨소, 요르단 연구로 건설 최우선 협상자 선정
원자력 개발 50년 사상 첫 플랜트 수출, 상용원전 진출기반 확보
1959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TRIGA Mark-Ⅱ’를 도입해 그해 7월에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3부요인과 외교사절,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있던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서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기공식을 가졌다. 이것이 우리 원자력 역사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반세기가 지난 2009년 12월. 우리나라는 원자로 수출국의 명단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 정부가 국제 경쟁 입찰로 발주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사업의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지난해 12월 4일 우리나라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 입찰에서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곧 계약을 위한 협상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과 (주)대우건설(대표 서종욱) 컨소시엄(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가칭 JRTR; Jordan Research and Training Reactor) 건설사업의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요르단 최초의 원자로 건설이 될 이번 사업은 요르단이 원자력 발전 도입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로, 원자력 인력 교육 훈련 및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과학 연구 등에 활용할 열 출력 5MW급(10MW로 성능 향상 가능), 개방수조형 다목적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등을 2014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이번 JRTR 입찰에는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해온 아르헨티나 인밥(INVAP)과,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러시아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 등 3개국이 우리나라의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나로 연구로 운영 노하우 강점 작용

이번 JRTR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우리나라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TRIGA Mark-Ⅱ’를 도입해 원자력 기술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50년 만에 원자력 수출국의 길을 열게 됐다.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연구로 건설 경험이 적고 연구로를 포함한 원자력 시스템 해외수출 경험이 전혀 없는 등 경쟁국에 비해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다목적 연구로인 하나로(HANARO)를 자력 설계, 건설, 운영하면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이 강점으로 작용해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이번 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연구로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가 원자력 브랜드의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제고되며, 원자력기술 해외 진출도 추진력을 얻어 대형 상용원전 진출의 기반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향후 입찰 일정에 따라 요르단 연구로 건설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올해 3월경 건설계약을 체결한 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이르비드(Irbid)에 위치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 Jord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내 부지에 연구로 건설을 착수할 예정이다.

최종 입찰서를 통해 제안한 개념설계를 토대로 계약 체결 후 2년 내에 원자로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계약 후 4년 이내에 원자로 건설을 완료할 요르단 연구로 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자로 및 계통 설계 ▲운영요원 교육 및 훈련 등을 담당하고, 대우건설이 ▲종합 설계(A/E) ▲건설 및 인허가 ▲프로젝트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연구원-관련 기업 협력체계로 시장 개척

정부는 이번 요르단 연구로 수주 과정에서 구성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내 관련 기관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연구용 원자로 설계-엔지니어링-건설-사업관리’의 종합 협력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이를 토대로 향후 세계 연구로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현재 50여 개국에서 240여 기의 연구로가 운전되고 있으며, 그 중 80%는 20년 이상, 65%는 3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로 점진적인 대체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10~20MW 급 중형 연구로 대체수요는 110기 정도로 전망되며, 그 중 50여 기가 향후 15년 내에 국제 시장조달에 의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연구용 원자로의 세계시장 규모는 10~20조 원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관심을 표명해 온 태국, 베트남, 남아공, 터키, 아제르바이잔, 몽골, 나이지리아, 카타르, UAE 등을 대상으로 인력 양성 지원, 법령 및 체제 구축 지원 등 국제협력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원자력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다.

문답으로 알아보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 과정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 입찰에서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 최초의 원자력 시스템 수출을 이뤄낸 과정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사상 첫 원자력 시스템 수주를 성공으로 이끈 주요한 요인은.

A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과 컨소시엄 구성사 및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팀워크가 성공 요인이다. 무엇보다 요르단 측이 입찰 심사를 위해 정한 여러 가지 평가 항목 중에서도 특히 기술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힘이 됐다. 요르단 측의 제반 요구에 민·관·연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다른 경쟁국에 비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기술력에 대해 요르단 측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요르단 현지 설계 설명회에서 요르단의 기술 평가위원회 위원들은 하나같이 우리 설계의 우수성을 칭찬했다. 우리의 기술력을 현장 평가할 목적으로 11월 방한한 요르단 실사단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건설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를 방문한 뒤 요르단이 지을 원자로도 앞으로 하나로처럼 훌륭한 연구로 시설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미래를 보는 듯하다”고 발언해 연구용 원자로 관련 우리의 총체적 기술력을 인정했다.

대우건설의 중동 지역 사업 경험 역시 수주 과정에서 크게 힘을 발휘했음. 해외 원자력 사업에 대해 대우건설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보인 것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Q 최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이 곧 입찰 수주를 의미하는 것인지. 계약까지 남은 절차는 무엇인지.

A ‘최우선 협상 대상자(the most preferred bidder)’는 4개 입찰 참가사 중에서 종합적인 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의미이며, 계약 협상 과정 중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종 낙찰자를 의미한다. 입찰 전 과정을 통해 요르단 측과 연구용 원자로 설계 사양 및 건설 계획 등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최종 계약이 확실시된다.

계약까지 남은 절차는 당초 정해진 일정대로 상세 공급범위, 수행 체계 등 사업 수행을 위한 제반 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 뒤 2010년 3월에 연구용 원자로 건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계약 체결 후 2년 내 원자로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4년 이내 원자로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Q 이번 수주의 직·간접적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A 직접적 경제적 효과는 건설사업비 외에 고용 창출 효과를 들 수 있다. 이번 사업 수에 5년 간 약 700명의 고급 인력이 참여할 것이며, 거의 모든 기기를 국산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번 수주로 얻은 보다 가장 값진 효과는 연구용 원자로 설계·건설 기술을 인정받아 세계 시장에서 연구로 주요 공급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연구용 원자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1기 수주 당 2,000억~3,000억 원(열 출력 20MW 기준)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15년간 약 50기의 연구로가 국제 시장에서 조달될 것으로 예상돼 10조~20조 원의 시장이 열림.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지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연구로 시장이 대형 상용 원전 시장에 비해 공급업체가 제한적인 틈새시장이고 우리나라가 확실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로 연구로 세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Q 요르단 외에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타진해오거나 접촉을 해온 국가들이 있는지.

A 연구용 원자로 신규 건설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그리스, 태국 등 노후 연구로 개선사업을 한국전력기술(주) 등과 공동으로 수주해서 수행 중에 있다. 이와 함께 태국, 베트남 등이 이미 수년 전부터 연구로 신규 건설과 연관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아제르바이잔 등도 최근 연구로 건설을 계획하면서 우리나라와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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