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에 정책 신뢰성 ‘뚝’
오락가락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에 정책 신뢰성 ‘뚝’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3.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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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비율 50%에 내부망 거리 절반 인정 기준 사실상 없애
풍력산업협회 개정안 반대 나서···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 저해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해상풍력 개발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의 국산화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내부망 연계거리의 절반을 인정해 주기로 한 규정이 사실상 없어질 예정이다.

부품 국산화 유도와 개발비용 부담이 큰 먼 바다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규정이 1년여 만에 다시 손질되면서 업계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과 해외 풍력터빈 제조사 간 현지화 협력의 배경으로 작용했던 내부망 적용기준이 없어지면서 한국 시장 투자에 속도를 냈던 해외기업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입찰시장 도입으로 경제성 보완 필요 없어
한국에너지공단은 해상풍력에 추가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부망 적용기준이 담긴 ‘공급인증서발급 및 거래시장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 관련 업계 의견수렴을 최근 마친 상태라 조만간 공고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에는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참여해 선정된 사업자에겐 해상풍력 가중치 산정 시 내부망 적용거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다만 기존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해 이미 예상 REC 가중치를 확정한 사업자의 경우 내부망 적용거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한시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시행되고 있어 향후 내부망 연계거리로 추가 REC 가중치를 받게 될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없게 된다.

정부가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기준을 없애면서 밝힌 사유는 입찰시장 도입과 통상법상 차별 우려다.

우선 지난해 9월 도입한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로 RPS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비용정산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만큼 해상풍력에 대한 별도의 경제성 보완 조치가 필요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또 풍력터빈·블레이드·타워 등 5개 구성품과 풍력터빈에 사용되는 13개 주요 부품에 대해 국산화 비율을 정한 부분이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마찰 우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풍력업계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 추진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내외 개발사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현지화를 통한 공급망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시 제시되는 상한가격은 궁극적으로 LCOE 하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먼 바다에서 건설되는 해상풍력의 경우 입찰가격만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산품 비율에 따라 내부망을 총 연계거리에 포함시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해놓고선 제대로 운영도 해보지 않고 없던 일로하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정부 정책을 믿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해상풍력 개발에 뛰어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기준을 마련한다고 업계와 간담회를 할 당시부터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기준을 마련할 거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제 와서 뜬금없이 통상법을 거론하는 것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인데 이 또한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와 관련해 한국풍력산업협회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힘겨워하는 풍력개발사와 납품 기회를 엿보던 국산 기자재 공급사, 어렵게 합작을 고려한 국내외 풍력터빈 업체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나 민간기업 간 협력을 위해 진행했던 수많은 노력을 일시에 헛수고로 만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풍력산업군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했던 지역의 기대도 꺾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준의 개정은 부품 국산화를 유도하고 국산 기자재사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한 기준 시행 목적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초기에 지나지 않은 풍력시장에 대한 경제적 지원 축소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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