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특허분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09.12.03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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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분·배전반 업계 특허분쟁

베스텍, 일방적 승소 불구 악성루머에 당혹
케이디파워, 법원 판결 아랑곳 ‘또 소송’
베스텍이 3년여에 걸친 특허권 분쟁에서 마침내 웃었다.
배전반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성장한 베스텍(대표 장세용)과 케이디파워(대표 박기주)의 특허권 침해와 관련한 법정공방이 2009년 4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취하간주’ 판결로 마무리됐다.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로 베스텍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리하며 특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기고도 손해’라는 특허분쟁의 특성상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이번 싸움은 회사 운영에 있어 어떤 형태로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특허분쟁에 따른 막대한 소송비용과 분쟁장기화 등으로 양사 모두 기업경영에 피해를 입은 상태다. 특히 베스텍은 특허분쟁에서 이기고도 악성루머에 시달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케이디파워의 행보와 관련해 수배전반업계는 무리한 소송 제기로 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베스텍, 1·2심이어 특허심판까지 모두 ‘勝’

케이디파워는 2006년 5월 12일 베스텍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번호 0300138외 2건 등 총 3건의 수변전장치 기술에 대해 특허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2006년 11월 24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케이디파워는 1심 판결에 불복, 2006년 12월 19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며 특허분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렇게 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케이디파워는 2008년 3월 26일 특허법원에 특허권리범위 확인에 관한 특허심판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기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2008년 12월 4일 특허법원 역시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케이디파워의 청구를 기각했다. 베스텍이 특허심판 소송에서마저 이긴 것이다.

1심에 이어 특허심판 소송까지 패소하며 벼랑 끝에 몰린 케이디파워는 2심 판결 또한 불리할 것으로 판단, 2009년 2월과 3월에 열린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2회 쌍불(쌍방 불출석)일 경우 30일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2009년 4월 26일 ‘항소취하간주’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돼 결국 항소심에서도 베스텍이 승소했다.

“케이디파워, 우물 안 개구리 꼴”

특허기술을 둘러싼 기업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전투구를 넘어 ‘경쟁사 발목잡기 식’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케이디파워는 베스텍과의 모든 법리상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감정적 소송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케이디파워는 특허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베스텍에서 납품한 현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언제든 다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케이디파워 관계자는 “법원에서 특정지역에 설치된 장비의 권리 부분만을 해석해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다른 현장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며 베스텍과의 특허싸움은 아직 종결이 아닌 진행형임을 밝혔다.

▲ 베스텍에서 생산하는 배전반
이와 같은 케이디파워의 법적 대응에 대해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일체형수배전반을 선도하는 기업이라 자처한 케이디파워가 라이벌의식을 넘어 경쟁자 죽이기 식의 진흙탕 싸움에 빠져있다”면서 “시장을 독식하고 교란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는 자승자박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개탄했다.

또 다른 전력업계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케이디파워가 특허기술에 매달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배전반시장에서 맴돌고 있다”며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를 것”이라 충고했다.

베스텍의 장현기 사장은 “특허권은 반드시 존중돼야하고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특허분쟁은 있을 수 있다”며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전제한 특허소송은 모두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겠지만, 허위루머를 조장하거나 이에 따른 혼돈으로 불공정거래와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특허분쟁의 과정을 지적했다.

장 사장은 이어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케이디파워가 승소했다는 잘못된 루머를 퍼뜨리거나 베스텍에 납품하는 업체들에 대해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의 행위는 경영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케이디파워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케이디파워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건 사실이나 당사협력업체에 보낸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으며, 루머는 표현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일 뿐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재 베스텍은 원고 측인 케이디파워에 소송인지환급청구서를 제출하고 500여 만원의 소송비용을 받은 상태다. 그간 소요된 변호사 비용과 변리사 비용 등의 5%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장 사장은 “3년여의 법정 공방으로 많이 비용이 들어갔고 영업활동도 다소 위축됐지만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특허분쟁에서 이겼다는 기쁨보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특허분쟁을 통해 정보 습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장 사장은 “특허분쟁은 법 문제만 잘 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며 “변호사나 변리사는 대리인일 뿐 기업이 주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전 직원이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 기업들의 특허분쟁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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