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상품으로 볼 것인가 증권으로 볼 것인가
배출권, 상품으로 볼 것인가 증권으로 볼 것인가
  • 최옥 기자
  • 승인 2009.12.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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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배출권 ‘법적 명명’이 배출권 거래기관 확정 최대변수

이달 UNFCCC 총회 개최… 도입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시급해
오는 2011년 배출권 거래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배출권 거래에 대한 법적 근거와 감독기관 지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배출권을 일반상품으로 볼 것인가, 금융상품으로 간주할 것인가는 탄소배출권 거래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준이어서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있어 반드시 풀어야 할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1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온실가스 감축 중기 목표치’ 설정에 있어 당초 3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절대량 기준 4%) 감축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대규모 사업장부터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도입된다.

문제는 무엇으로 감축하느냐 하는 ‘수단’이다. 아직도 산업부문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만한 본격적 정책수단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 할 수 있는 ‘탄소세 도입’이나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계획은 여전히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제도가 도입될 수 있는 토대가 될 ‘저탄소녹색성장법(안)’이 그간 무수한 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1월 9일 국회 기후변화특위(위원장 이인기)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2009년 2월 27일 국회에 제출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안’에서는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등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통과된 법안에는 기존에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수단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산업계에서는 법률에서 정하기로 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의 할당방법이라던가, 운영 및 도입 시기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심한 상황이다. 이번 전체회의에서의 법안 통과로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한 단초가 마련되긴 했지만 아직 도입이 이뤄지기까지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배출권을 일반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이는 곧 거래기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배출권 거래기관을 놓고 전력거래소(KPX)와 한국거래소(KRX) 간의 물밑경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전력거래소 입장에서는 배출권은 금융상품이 아닌 분명한 실물상품과 금융상품이 결합된 복합상품이고, 또한 배출권 거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이지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배출권 거래는 산업계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및 산업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에서 배출권 거래를 담당하는 것이 국가적인 측면에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일반상품으로 볼 경우 현행법 상 한국거래소에서는 이를 취급할 수 없다.

반면 한국거래소 측은 어떤 경우가 됐든 거래기관은 자신들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월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하고 김성곤 국회의원이 주관한 가운데 열린 배출권 거래제 도입 및 탄소금융 발전방향을 주제의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부 국가에서 설립초기에 전력거래소에서 현물상품을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를 하다가 파생상품 도입 및 금융업자 참여로 별도의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설립된 사례를 감안해 배출권 거래 주체는 한국거래소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으로 볼 경우 당연히 한국거래소에서 취급하면 되고, 일반상품으로 볼 경우는 자본시장법상 거래소의 배출권 거래취급에 관한 특별규정을 만들어서 취급하거나 한국거래소가 자회사 설립의 규정을 신설해 그 자회사가 배출권 거래를 취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탄소 배출권은 환경적인 측면 외에도 자원, 에너지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또한 “외국의 사례에 있어서도 금융사가 기존 배출권 거래기관을 인수해 지분이전만 된 것일 뿐 실질적인 업무는 기존대로 운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학문적 정답’ 아닌 ‘정책적 결정’ 시급

2011년 배출권 거래 시범사업까지 앞으로 2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거래기관을 둔 논란은 점차 심화될 공산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을 상품(commodity)으로 보는가 아니면 금융자산으로 봐야 하는가는 아직 이론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았다. 다만, 독일의 배출권법에서는 탄소 배출권을 금융상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탄소 배출권의 성격이 생산요소 상품 및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볼 때는 전력거래소에,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단순한 유가적 권리로 볼 때는 한국거래소에 거래 주체로서의 힘이 실리게 될 것은 분명하다.

오는 2013년부터 시작하는 포스트교토체제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오는 12월 7일부터는 12일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UN기후변화협약(UNFCCC) 제15차 당사국 총회(COP15)가 열린다.

배출권 거래제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가장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배출권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상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학문적 정답’이 아닌 ‘정책적 결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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