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활성화 영국에서 길을 찾다] ②작은 어촌마을이 해상풍력 허브로 탈바꿈
[해상풍력 활성화 영국에서 길을 찾다] ②작은 어촌마을이 해상풍력 허브로 탈바꿈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2.11.29 2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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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스비 항구에 글로벌 에너지기업 둥지 틀어
일자리 창출·지역경제 활성화 선순환 체계 구축
오스테드는 그림스비 항구에 해상풍력 운영센터를 두고 혼시1·2 등 6개 해상풍력단지의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8월말 종합운전에 들어간 혼시2 해상풍력단지의 건설 당시 모습(사진=오스테드)
오스테드는 그림스비 항구에 해상풍력 운영센터를 두고 혼시1·2 등 6개 해상풍력단지의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8월말 종합운전에 들어간 혼시2 해상풍력단지의 건설 당시 모습(사진=오스테드)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현재 영국에는 43개 프로젝트에 걸쳐 총 13.7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가 운영 중이다. 2000년부터 도입한 입찰방식의 리스 라운드를 기반으로 정부 주도의 중장기 해상풍력 개발계획이 순차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영국 동쪽 북해 중남부 해역을 중심으로 개발지구 선정과 건설이 추진된 가운데 올해 초 시행한 스코틀랜드 리스 라운드인 스코트윈드 프로젝트로 향후 북부 해역 일대에서 총 27.6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영국 해상풍력 확장의 공통된 특징은 물류 편의성을 갖춘 항구도시를 끼고 개발된다는 점이다. 블레이드·나셀·타워 등 풍력터빈 기자재를 비롯해 하부구조물·해저케이블을 조립·보관·운반할 수 있는 배후항만이 필수 인프라 시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해상풍력단지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배후항만은 기자재 운반·야적을 지원하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풍력터빈이나 하부구조물을 조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공기 단축에 따른 개발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해상풍력단지 건설 후 효율적인 사이트 운영을 위해선 모니터링센터와 연관 산업군이 클러스터 형태로 인근 지역에 조성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해외기업의 투자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게 된다.

영국 중동부에 위치한 험버 지역의 그림스비 항구는 동력을 잃은 지역경제가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로 다시 활력을 찾은 대표적인 곳이다.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을 발굴하고 있는 핵심 지역 가운데 하나다.

어민 감소로 쇠퇴하던 작은 어촌마을에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해상풍력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해상풍력 운영센터를 설립한 오스테드를 비롯해 RWE, 토탈에너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사무소 오픈이 예정돼 있다.

오스테드가 그림스비 항구를 거점으로 인근 해상풍력단지 운영·관리에 사용하고 있는 전용 유지보수선 모습
오스테드가 그림스비 항구를 거점으로 인근 해상풍력단지 운영·관리에 사용하고 있는 전용 유지보수선 모습

오스테드 해상풍력 운영센터에 500명 이상 근무
그림스비와 헐 항구를 끼고 있는 험버 지역에는 풍력터빈과 개발·운영 분야에서 각각 세계 해상풍력 1위에 올라있는 지멘스가메사와 오스테드가 진출해 블레이드 제조공장과 운영센터를 가동 중이다.

2017년 동에너지에서 사명을 바꾸고 해상풍력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는 그림스비 항구에 해상풍력 운영센터를 두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9GW가 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한 가운데 절반 이상인 5.8GW를 영국에 건설했다.

오스테드는 그림스비 해상풍력 운영센터를 통해 인근에 가동 중인 혼시1·2 등 6개 해상풍력단지의 모니터링과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33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를 생산 중이다.

해상풍력 운영센터에는 현재 5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혼시1 해상풍력이 가동에 들어갔던 2019년 250명 수준이던 직원은 올해 혼시2 해상풍력 준공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오스테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혼시3·4 프로젝트에 맞춰 2030년까지 직원을 8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스테드는 에다 파사트(Edda Passat)로 불리는 전용 유지보수선을 통해 해상풍력단지를 운영·관리하고 있다. 해당 선박은 한번 출항 후 약 2주간 해상에 머물며 사이트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한다.

국내에도 현대스틸산업이 개발한 해상풍력 전용 유지보수선이 있지만 운영 사이트가 적고 규모도 작아 아직 시장 수요가 없는 상황이다.

지멘스가메사가 2016년 험버 지역 헐 항구에 설립한 풍력터빈 블레이드 공장에는 1,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지멘스가메사가 2016년 험버 지역 헐 항구에 설립한 풍력터빈 블레이드 공장에는 1,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블레이드 공장 가동으로 일자리 1,000개 창출
글로벌 해상풍력터빈 공급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멘스가메사는 2016년 약 2,500억원을 투자해 험버 지역 헐 항구에 풍력터빈 블레이드 공장을 설립했다. 1,000여 명의 지역 근로자가 연간 400개 이상의 블레이드를 생산 중이다.

지멘스가메사는 이곳에서 생산된 블레이드 대부분을 영국 북해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공급하고 있다. 급속도로 커지는 영국 해상풍력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연산 700개 규모로 생산능력을 2배 가까이 키울 예정인 만큼 일자리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지멘스가메사는 현지 시장 규모를 고려해 블레이드 생산라인과 나셀 조립공장을 주요 국가에 두고 있다. 블레이드 생산라인은 영국·덴마크·중국·프랑스에 있고, 나셀 조립공장은 독일·덴마크·대만·프랑스를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이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배후항만을 포함해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구축한 사례가 없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을 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건설은 사업자 개발 역량과 실행 의지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배후항만, 전력계통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 지원이 수반돼야 안정적이고 속도감 있는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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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절단 2022-12-01 15:01:27
팀장님, 기사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저랑 같은 곳을 다녀오신 것 같은데 내용을 훨씬 풍부하네요.
길을 잘 찾을 때까지 열심히 구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