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부족 시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 불가피
재생에너지 부족 시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 불가피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2.09.26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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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RE100 참여기업 증가… 삼성전자도 동참
녹색요금제→PPA로 전환 가속화… RPS와 경쟁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제10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담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이전 계획보다 8.7%p 줄어든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선언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사용할 재생에너지가 없어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기업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RE100 참여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가 2030년 60%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단계별로 증가하는 형태라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RE100 가입기업 증가와 이행수단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물량을 놓고 RPS 공급의무사와 RE100 기업 간에 확보 경쟁을 펼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재생에너지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RPS 의무비율 재조정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RE100 재생에너지 충분?… 녹색요금제 전제조건
삼성전자처럼 전력사용량이 많은 제조기업이 RE100에 동참했지만 막상 사용할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산업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단적으로 올해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4TWh 규모인데 현재 RE100 참여를 선언한 국내 23개 기업의 전력사용량을 모두 합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순차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국내 기업들이 RE100 이행수단으로 지금과 같이 대부분 녹색프리미엄제를 선택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 붙어야 성립된다.

녹색요금제는 RPS 공급의무사들이 자체건설과 외부구매로 확보한 재생에너지를 한전을 통해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즉 RPS 공급의무사와 RE100 참여기업이 동일한 재생에너지를 주고받는 개념이다.

반면 RE100 참여기업이 녹색요금제 이외에 PPA, REC 구매 등 다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경우 별도 재생에너지 물량을 조달해야 한다. 결국 녹색요금제에서 PPA 등으로 RE100 이행수단을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할수록 기존 RPS의무공급량까지 더해 재생에너지 공급량도 늘어나야 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밝힌 올해 재생에너지 예상 발전량인 44TWh는 RPS의무공급량 중 재생에너지 부문 이행물량에 해당하는 수치”라며 “이는 RE100 이행수단 가운데 녹색프리미엄으로 100%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의 직접PPA가 활성화되려면 RPS시장에 공급하는 물량 이외에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자산운영사·은행·기관투자자 등 금융권의 탄소중립 요구 또한 점차 커지고 있어 재생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수요·공급 엇박자 기업에 부담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RPS제도를 기반으로 설비 보급을 늘려왔다.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사들이는 수요처가 RPS공급의무사로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맞춘다는 인식보다는 RPS 이행률과 의무비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분석해 균형 있게 맞추는 작업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대규모 전력생산이 가능한 해상풍력의 경우 평균 7~8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차원의 선제적 보급계획이 수립돼야 재생에너지 수요에 맞춰 공급이 따라 갈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2020년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금까지 REC 구매로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던 방식에서 PPA로 전환할 계획이란 점이다. 결국 국내에서의 RE100 이행수단도 기존 녹색요금제에서 벗어나 PPA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RE100 이행수단 가운데 하나인 직접PPA는 장기계약을 통해 가격변동 부담 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거래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 간 거래이다 보니 계약조건이 복잡해 질 수 있지만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이행수단으로 꼽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압박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보에 실패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탄소중립은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의 현지화 전략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나 미국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RE100 또한 우리가 내부적으로 시기를 늦추거나 비중을 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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