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내부고발 보상보다 청렴문화 확립이 먼저다
한전 내부고발 보상보다 청렴문화 확립이 먼저다
  • EPJ
  • 승인 2009.11.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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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Clean KEPCO’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얼마 전 한전은 금품수수를 신고하면 수수금액의 5배를 주기로 하고 공금횡령에 대한 형사상 고발 기준 금액도 500만원 이상 횡령에서 200만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전은 부패행위 신고의무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해 부서별 부패행위를 더욱 강화하는 팀별 비리공동감시제 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내부신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팀별 비리공동감시제는 기존 관리감독자에만 해당하던 부패행위 신고의무를 일반 직원에까지 확대, 부서별로 부패행위를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부패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부패행위자보다 한 단계나 두 단계 낮은 징계가 내려진다. 내부신고 보상금도 기존 5,000만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할 경우 수수금액의 5배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 부패행위에 대해 신고인과 상담, 신고대행 역할을 수행하는 ‘윤리실천리더’ 제도를 운영해 부패행위 신고채널을 다원화했다. 내부신고자는 윤리실천리더에게 메일이나 개인상담을 통해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내용은 감사실장만이 알 수 있도록 신고시스템도 핫라인으로 설치, 신고자 신분 보호도 강화했다.

한전은 과거와 달리 대단히 투명해지고 청렴해졌다. 아주 먼 옛날 있었던 협력회사들과 사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협력회사 임직원들이 한전으로 찾아오는 것을 오해가 있을까봐 스스로 마다할 정도다. 하지만 은밀히 숨어있을 수 있는 극소수의 비리마저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내부신고 규정은 미비했던 점이 사실이다. 포상금액도 적었고, 내부고발자를 터부시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신분보호 장치도 확실하지 않아서 신고를 유도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한전을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인을 비롯한 한전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 말이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잘 알고 있다. 24시간 불철주야 전력 현장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일하고 있는 후배 한전인들을 보면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같이 밀려온다.

한전의 ‘내부신고 활성화 방안’의 진정성과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는 것 같다. 이 방안에 반대하는 것도 부정부패를 방조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내부신고의 활성화 과정에서 동료 간에,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불신 문화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끈끈한 가족 같은 한전 문화는 사라지고,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신고가 무서워서 동료 간에 대화도 하지 못하고, 선후배 간에 술 한 잔 하기가 꺼려진다면 내부신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부작용도 더 크지 않겠는가?

보상금을 올리고, 핫라인을 설치하며, 부패행위를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해서 내부신고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동료가 동료를 신고하는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화를 간과한다면 어떤 보상책도 성공하기는 어렵다.

내부신고 보상을 확대하기에 앞서 개개인의 청렴문화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감사실의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부패가 필요 없을 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청렴한 한전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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