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일원화 관리방식 뿐 아니라 기술개발 시급
사용후핵연료, 일원화 관리방식 뿐 아니라 기술개발 시급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2.06.23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안 공청회’ 열려
부지·시설·기술확보 및 특별법 로드맵 논의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6월 23일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안 공청회’가 개최됐다.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6월 23일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안 공청회’가 개최됐다.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자립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률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안보 확보가 시급하다.

새 정부는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이용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으며 원전산업 생태계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확대보다 시급한 것은 지난 1978년 원전가동 이후 누적돼 온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이라는 점은 원자력계 관계자들도 동감하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사용후핵연료 정책이 미확정상태며 임시저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국회미래정책연구회가 주관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안 공청회’가 6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돼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김영식 의원은 “오늘 공청회는 기존 발의된 사용후핵연료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정의와 저장·운반·처리·처분 등 전 과정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행사 의의에 대해 말했다.

특별법 및 기술개발 필요성 공유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현안과 특병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국내 원전 내 위치해 있는 임시저장시설은 오는 2031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 포화가 예상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안과 특별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안과 특별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기준으로 고리와 한빛, 한울원전은 각각 83.8%, 74.2%, 80.8%의 포화율을 갖고 있으며, 이같은 추이는 원전 이용 확대 정책 추진시에 포화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주현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이 부족하며, 현재 예상되는 포화시점은 탈원전 시기에 계산됐던 사항이기 때문에 원전 가동률 확대 시 포화 시점이 앞당겨지게 된다”며 “새로운 저장 시설 또는 중간저장시설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가 아니며,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지위를 변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거버넌스 측면에서, 현재 과기부와 산업부 이원화 관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의 새로운 기관에서 관리하는 내용을 특별법에 포함하거나 그 이후라도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제언했다.

문주현 교수는 “처분부지, 시설확보 이외에도 다양한 옵션 마련을 위해 SF(사용후핵연료)관리기술, 파이로 기술 등에 대한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접처분·재활용에서 공론화에 이르는 다양한 의견 제시
문주현 교수의 주요 발제 이후에는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에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박병기 순천향대학교 에너지환경공학과 교수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국장 ▲박동일 산업부 원자력산업정책국장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최득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장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추진단장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가 참석했다.  

정범진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할 것인가 재활용할 것인가하는 논의는 원자력 사회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며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공론화 이전에 이미 원자력계에서 일정한 합의가 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범진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는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아님에도 원자력계의 소통부재와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합의되지 못했다”며 “논의를 기피하고 지금까지 각각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내왔다. 양쪽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합의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원자력계 내부의 논의는 실종된 상태에서 2차례의 공론화가 진행됐다. 원자력계의 전문가는 공론화위원회에 자문만 했다”며 공론화 과정에 대해 말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성숙단계에 이르렀으며, 원자력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할지 재활용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미리 한 후 공론화가 이뤄지고 필요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욱 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정동욱 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든 직접 처분하든 최우선 해결 사항은 최종처분장의 부지확보”라며 “이에 대한 특별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정부 산하 관리기구를 설립해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를 통한 환경부담 저감이 가능한 파이로 처리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를 위해 미국의 장기동의를 이른 시일 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일 산업부 원자력산업정책국장은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처리기술은 장기동의 확보 후 추가로 넣어야 한다며 “프랑스·러시아·중국은 처리후처분이나 처리가 재처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기술적으로 검증된 방법(처분)을 선택해야 한다. 처리·처분 기술 개발에 있어 부처 간 통합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은 “재검토 결과에서 처리에 대한 연구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처럼 특별법안이 제정된다면, 처리기술도 포함돼야 한다”며 “미국은 현재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리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선 장기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 주최자인 김영식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논의는 과학기술계와 원자력계 등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국민과 충분한 소통을 하는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며 “오늘 여러 전문가들이 주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앞으로 몇 차례 이런 자리를 더 만들어 합리적인 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