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입장 그친 새 정부 에너지정책 공청회
원론적 입장 그친 새 정부 에너지정책 공청회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2.06.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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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기반 정책 환경 변화 고려
패널토론서 에너지믹스 견해 엇갈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산업부)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로 그 어느 때 보다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에 앞서 주요 현안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공청회에선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산업부의 발표가 예정돼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별다른 내용이 없어 궁금증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종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 팀장이 발표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요약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정책 환경변화 고려 ▲새 정부 국정과제 근간 ▲업계·전문가·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에너지정책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15분가량의 발표시간 대부분을 정책 환경 변화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에너지정책 방향, 새 정부 국정과제 등 이미 알려진 내용을 설명하는데 할애한 반면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에 관해 언급한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공청회 취지는 이해하지만 향후 에너지정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조차 설명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며 “패널토론에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에너지원별 산업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에너지정책 방향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했다.

한종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 팀장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생중계 화면)
한종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 팀장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생중계 화면)

탄소중립·에너지안보 동시 실현
한종호 산업부 팀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에너지정책 환경 변화를 짚었다.

한 팀장은 “지난해 10월 확정한 2030 NDC 상향안에 따라 2030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 4.17%를 달성해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연료가격이 급등해 SMP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공급 위기와 가격상승 영향 속에서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원믹스를 변경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영국은 원전을 기존 설비목표 대비 2~2.5배 확대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2배 이상 늘리기로 했고, 벨기에는 기존 원전 폐로정책을 선회하면서 해상풍력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와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에너지분야 목표로 제시된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계하겠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원전·재생에너지 합리적 조화 방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에너지정책 기본방향은 ▲원전·신재생에너지 합리적 조화 ▲공급확대 위주에서 수요정책 강화 ▲에너지 시장기능 정상화 등이다.

이와 함께 5대 정책방향으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에너지산업 신성장동력 육성 ▲튼튼한 자원안보 ▲따뜻한 에너지전환 등을 제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향후 에너지정책 방향성을 담은 내용들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중점 과제로 제시한 부분이다.

새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3번째로 언급할 만큼 원전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는 내비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한·미 원전동맹 강화, 독자 SMR 개발, 고준위방폐물처분 관련 전담조직 신설,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 원전 최강국 도약을 위한 전방위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원전을 산업적 측면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전 정부에서 수립한 2030 NDC를 따르되 에너지·산업·수송 등 부문별 현실적인 감축수단을 마련해 법정 국가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작업도 이 같은 과정의 일환이다.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 후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해 녹색 투자분야 자금유치와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현행 전력시장과 전기요금체계를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시장원칙 기반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실천과제인 셈이다.

국정과제에 시장원칙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에너지정책 중점과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인수위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기존 발전사업자도 전기수요자에게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PPA(전력구매계약)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게 주요골자다.

공청회 패널토론에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산업부)
공청회 패널토론에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산업부)

전기화 대비 발전설비 확충 필요
이날 공청회 패널토론에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홍종 단국대 교수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전영환 홍익대 교수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패널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이행과 에너지안보 확립에 부합하는 에너지정책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접근방식에는 온도차를 보였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토론에 앞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허은녕 교수는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에너지계획을 수립한 후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우리나라는 이전 정부 때도 녹색성장위원회와 탄소중립위원회 등을 구성해 에너지정책을 추진했지만 국제 에너지시장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안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뒷받침할 설비공급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박종배 교수는 “모든 에너지원에는 단점과 장점이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에너지안보 극복이 가능하다”며 “에너지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적기에 발전설비를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장도 전력사용량 증가에 대비한 발전설비 확충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김녹영 센터장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따르면 전력사용량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화 추세에 상응하는 발전설비 확대가 필요한데 경제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현실은 녹록치 않다”며 “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PPA(전력구매계약)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 국민 안전 뒷전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전 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며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언 활동가는 “탄소중립은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이행 가능한 정책”이라며 “풍력·태양광이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주목받고 있는데 한국은 원전을 늘리려는 엇박자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전을 확대하려는 일부 국가 조차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원전을 녹색분류체계로 둔갑시키려는 것에 대해선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인 만큼 원칙에 입각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력수요 변화나 재생에너지 출력변화에 즉각적으로 발전량을 증감하지 못하는 원전의 경직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법정 에너지계획과 에너지정책 간 정합성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와 대해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은 “원칙적으로 에너지기본계획을 우선 수립한 후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실적으로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은 아직 미정인 상태라 올해 말 예정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에너지정책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토론회 좌장은 맡은 허은녕 서울대 교수(왼쪽 두 번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수립을 강조했다.(사진=산업부)
토론회 좌장은 맡은 허은녕 서울대 교수(왼쪽 두 번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수립을 강조했다.(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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