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기 외 2권
전쟁일기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2.05.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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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1만2,000원

신간 ‘전쟁일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이 무너진 한 작가가 지하 피난생활을 하며 전쟁의 참혹과 절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일기장이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됐다.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새 임프린트 이야기장수의 첫 번째 책이자 기출간된 원서 없이 우크라이나 작가와 한국의 편집자가 직접 소통해 완성한 생생한 기록물이다.

이 책은 한 가족이 품고 있던 1,000개의 계획과 꿈을 전쟁이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를 알리는 시대의 증언이다. 아울러 한 여성이 사랑하는 두 아이를, 이름이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그리고 스스로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어디까지 용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이 일기장을 통해 한 인간이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공포와 절망을 뚫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목격할 것이다.

“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졌다. 번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_본문에서

시험능력주의
김동춘 지음 / 창비 / 2만원

김동춘은 전쟁정치, 기업사회, 가족 개인 등의 독자적 개념으로 한국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명해왔다.

이번 저작에선 일평생 학생, 교사, 교수로 살아오면서 체득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불평등이 정당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해체하고 그 해법을 절실한 마음으로 모색한다.

재능이 있는 능력자가 우대받는 것이 당연할뿐더러 정치와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능력주의는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현상이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된 사상이다.

하지만 김동춘은 시험 합격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함은 물론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일반화된 사고방식임을 지적한다.

학력·학벌주의, 능력주의와 관련된 여러 병리적인 사회현상은 단순히 교육과 관련된 현상이 아니라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노동시장이 작동한 결과의 일부라며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단단하게 굳어진 구조적 현실임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다.

입시 지옥으로 묘사되는 한국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법관의 일
송민경 지음 / 문학동네 / 1만6,500원

16년간 법관으로 일한 송민경 전 부장판사가 쓴 ‘법관의 일’은 무거운 직분과 평범한 일상 사이를 오가는, 직업인으로서 법관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법에 대해 권위적인 판사로서가 아니라 기꺼이 손을 뻗는 따뜻한 친구로서 말을 건네는 에세이다.

송민경에 의하면 법관의 일이란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을 법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마주하면서 무수한 주장과 증거의 이면에 놓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법관은 무언가를 알아내야 함과 동시에 어느 지점에 이르러 무언가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고백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법을 이해하는 일이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법관이 하는 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사의 관점, 즉 법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잠시나마 동참해보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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