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길이 8배 미만 설치해야… 운영 리스크 커져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해상풍력단지 내 풍력터빈 간 이격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관련 지침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풍력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란 지적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5월 31일까지 관련 의견을 받고 있다.
개정안에는 해상풍력단지 설계기준과 관련해 ▲해상교통로 이격거리 ▲풍력단지 출입통제 ▲풍력터빈 최대 이격거리 등의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1월 해상풍력단지에 대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 고려사항을 신설한 데 이어 기존 지침을 전반적으로 세밀하게 다듬은 것으로 안전한 해상교통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개정안을 놓고 풍력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풍력터빈 간 이격거리를 제한한 내용이다. 최적의 에너지효율과 풍력터빈 안전성 확보를 위한 풍력단지 설계과정을 무시한 채 과도한 해역 이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풍력터빈 간 거리를 줄이라는 해수부 판단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풍력터빈 간격 축소 사업성에 악영향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풍력터빈 최대 간격거리 기준은 이번에 신설된 항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검토과정에서 관련 분야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쳤다.
하지만 풍력전문가들은 풍력터빈 최대 간격거리 기준으로 제시된 수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수부가 과도한 해역 점유를 방지하고 충분한 선박 운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해상풍력단지 내 풍력터빈 이격거리는 주풍향 방향을 기준으로 종횡이 다르게 적용된다.
주풍향 방향 간격은 블레이드 길이의 6배에서 최대 8배를 넘지 않도록 했다. 주풍향 수직 방향의 경우 블레이드 길이 4배 미만으로 풍력터빈을 설치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을 현재 발전사업허가 시 허용하고 있는 개발면적 80㎢에 적용할 경우 설치할 수 있는 풍력터빈 개수는 수백 기에 달한다. 100m 길이 블레이드를 장착한 풍력터빈을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230기가 넘는다. 제조사 모델마다 다르지만 대략 2GW에 가까운 프로젝트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에 해상풍력 개발면적을 80㎢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으로 풍력터빈 간격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인지 생각해볼 문제”라며 “무엇보다 실제 개발현장에서 제조사들이 권고하고 있는 일반적인 풍력터빈 간 이격거리는 로터직경 기준으로 주풍향 방향 8배와 수직 방향 5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풍력터빈 이격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이유는 블레이드 후류에 따른 에너지생산량 감소와 부품 피로도 상승 등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격거리 기준은 과도한 규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풍력업계의 이 같은 의견이 최근 해수부에 전달되면서 향후 개정안 내용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풍력터빈 이격거리에 대한 풍력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행정예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신설된 이격거리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시행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라 개정안을 시행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격거리 기준 적용에 예외조항을 두는 것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풍력단지 출입통제로 어민 갈등 우려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 개정안에는 해상풍력단지와 해상교통로 간에 최소 926m(0.5해리) 이상의 거리를 둔다는 구체적 수치도 명기됐다. 다만 기본적으로 통항 선박 길이 6배에 500m를 더한 거리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선박이 시계방향으로 돌 때 회전반경이 더 커지는 특성을 고려해 해상교통로 오른쪽에 풍력단지가 위치할 경우 0.3해리에 해당하는 555m를 추가로 띄우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풍력단지 내·외부 해역에 대한 출입통제 내용을 다룬 항목은 조심스러운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어민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풍력단지 내에서 안전하게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통항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남해실증단지의 경우 고창·부안 어민을 대상으로 어선위치발신장치를 갖춘 30톤 이하 선박에 한해 풍력터빈 반경 100m 이내와 해저케이블 매립구역을 제외한 해역에서 조업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풍력단지 출입통제 항목을 추가한 것은 공유수면점사용료 부담으로 풍력터빈별로 점사용허가를 받을 경우 풍력단지 내에 통항 가능한 해역이 발생해 해양사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서남해실증단지도 사업자의 통제 아래 조업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출입통제 개념을 조업금지로 오역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