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에너지 안보의 초석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에너지 안보의 초석
  • EPJ
  • 승인 2007.06.03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한국수력원자력(주) 방폐물운영처장 노대종

노대종 한수원 방폐물운영처장
푸른 생명을 한껏 자랑하는 신록들이 우거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때이다. 겨울 혹독한 추위와 한여름 가혹한 더위를 이기고 마침내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맺을 나무들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최일선에 있는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보면서 열강의 에너지 패권주의와 국내의 원자력 수용성 부족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에너지 안보의 든든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선 원자력분야의 원천기술 확보와 미래 기술의 선점을 들 수 있다. 사실 과거에는 기술 도입을 위해 선진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국제무대에서도 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을 만큼 국내 원자력 기술은 성장했다. 이제 한국은 해외사업 진출 시 선진국의 견제 상대가 되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핵심원천기술의 확보와 미래기술의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 16일 ‘한국형 노형개발 방향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이라는 주제로 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워크숍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원자력국제동향에 대비하기 위한 원자로 기술마련과 폐기물 처분 기술들이 논의되었는데 지금도 많은 분야에서 원천 기술 확보와 신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다. 유가는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일부 국가들은 자원민족주의마저 내세우고 있다. 또한 최근의 우라늄 가격은 2002년 단위(1bU₃O?)당 10.2달러이던 것이 올해 들어 120달러까지 12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이산화탄소(CO₂)배출규제로 원자력발전이 다시 한 번 주목 받기 시작한 데다 브릭스(BRICs)를 포함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원전 개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수원은 2011년까지의 우라늄 소요물량을 확보해 놓았지만 원료가격의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런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는 국가적 최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폐장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통해 원자력산업 발전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폐장은 원자력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시설로 독일에서는 지루한 원자력 찬반논쟁을 마무리하고 콘라드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을 2010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영국과 일본에서도 방폐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정비를 통해 저마다 원자력산업을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강국 일본은 고준위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을 마무리하고 방폐물 사업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상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주민투표제도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방폐장 부지를 선정했고 이러한 과정들이 다른 나라에도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동아시아 방폐물관리 컨퍼런스(EAFORM)에 참석해 한국의 중저준위 방폐물관리에 관한 발표를 한 바 있으며 지난달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한국의 방폐장 사업에 대한 소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용후연료처리 문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오는 2016년이면 발전소별로 저장능력이 포화되어 발전소 가동 중지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적공감대를 바탕으로 사용후연료처리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도출되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

거안사위(居安思危). 무릇 안전함 가운데 있을 때 위태로운 경우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원자력사업 종사자들은 평안함 속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방폐장은 처음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으므로 정부와 한수원은 방폐장 건설 각 과정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유치지역지원위원회를 통해서 방폐장 지원 사업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경주시민들의 더 많은 이해와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방폐물 처분장 위치 선정 문제로 엄청난 사회적비용이 발생했던 만큼 경주에 건설될 방폐장은 진정한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국 원자력 산업의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